감쪽같이 사라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과연 어디에?

  • 입력 2013.08.19 11:54
  • 기자명 이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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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이 사라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과연 어디에?
녹음파일 공개로 정치권 논쟁 끝내야

새누리당은 21일에도 국가기록원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함에 따라 22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회의록 부재(不在)'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을 여야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 곧바로 진상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일부에서는 특별검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회의록 실종 사태'를 검찰에 수사 의뢰해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1차 예비 열람 직후부터 회의록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진상 규명과 검찰 수사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처음부터 회의록을 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기록원에 보관됐던 회의록이 훼손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회의록 외에도 정상회담 사전 준비 및 사후 조치와 관련된 청와대 회의록과 보고서, 기타 부속 자료 중 상당수가 함께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라진 자료는 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서해 평화수역 문제를 다룬 것들"이라며 "공개되면 노무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회의록 원본(原本)을 찾지 못한 만큼 국정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상회담 녹음 파일 공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국정원에 보관됐던 대화록이 일반 문서로 분류됐고 기록원에 있는 줄 알았던 대화록 원본이 사라진 이상 녹음 파일 공개로 NLL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록 증발… 혼돈에 빠진 野, 공세 펴는 與

민주당은 21일 저녁까지 이어진 3일간의 추가검색에서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당내에선 '이명박 정부에 의한 회의록 폐기' 가능성에 대한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 실시, 검색기간 연장 등 강경 대응론이 잇따라 제기됐다. 여권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반격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선 "더 이상의 논란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전문가를 동원한 추가 검색에서 회의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지난 18일 "우리가 국가기록원에 가면 회의록을 찾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 과장을 지낸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3일간 집중 검색을 했지만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열람위원은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실패했고, 22일 추가 검색을 하더라도 힘들 것 같다"며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검색 기간을 연장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노무현 청와대의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에 대한 검색도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색 연장에 반대했다. 법적으로 대통령 기록물 열람은 10일로 한정돼 있어 22일 오후 2시에 종료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강경파 인사들은 새누리당의 검찰수사 요구에 대해 특검 카드를 꺼냈다. 한 친노 의원은 "검찰은 수사의 객관성을 믿기 힘들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 기록물을 훼손·폐기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특검으로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사건도 여야가 합의로 특검법을 만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사위원회의 핵심 의원도 "수사를 한다면 특검으로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지도부는 '출구 전략' 모색

그러나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회의록 문제로 논란을 벌여 봐야 야당이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다"며 "회의록 열람과 정쟁 중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회의록 국면에서 벗어나는 '출구 전략'을 찾겠다는 얘기다. 정성호 원내수석대변인은 "특검을 실시하려면 대상·범위·기간을 정하고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수사 준비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며 "시간과 당력만 낭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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