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로 인생의 작품을 만들다

나정 작가

  • 입력 2018.09.06 09:52
  • 수정 2018.09.06 14:46
  • 기자명 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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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몇 십 년만의 폭염 속에 헉헉거렸던 지난여름도 태풍 솔릭이 지나간 후, 절기를 실감하듯 가을이 성큼 다가왔듯이 곧 차가운 칼바람이 얼굴을 스칠 것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누구나 한번쯤은 향수에 젖듯 찾아오는 손뜨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떠주던 목도리와 모자.

좀 더 나아가 스웨터를 뜨면서 흐뭇해했을 한편의 동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손뜨개의 계절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손뜨개 시장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작품을 만들며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손뜨개. 무수히 많이 생겨나는 손뜨개 시장에서 작품과 실력을 인정받으며 사랑을 받는 나정 작가를 만나봤다.

핸드메이드의 시작 
그녀의 어머니는 손으로 만드시는 걸 좋아하셨다. 뜨개로 옷을 만들어 주거나 베갯잇에 수를 놓거나 항상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드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던 그녀도 손재주가 좋았다.

학창시절 가정 과목에서는 만점을 받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혼하고 육아에 힘든 시간에도
뜨개, 퀼트, 스텐실, 가구 만들기 등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수편기를 배우면서 2003년 ‘바늘이야기’ 신림점을 운영하며 니트의 길을 가게 됐다.

그 당시에는 실용적인 아이템인 옷과 소품들을 많이 수강 받았고, 선물하려고 주문하시는 분도 많았다. 그러나 몇 년 뒤부터는 손뜨개 인형을 만들어 보려고 찾아오시는 젊은 분들이 많아졌다. 이미 손뜨개 인형 시장은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손뜨개 인형 작업은 그야말로 힐링이라 한다. 그녀 스스로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손뜨개 인형뿐 아니라 사출이나 비스크 인형의 손뜨개 옷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요즘은 공방 운영보다 도안이나 패키지 판매를 하고, SNS를 통해 수강생을 모집하여 카페나 스터디 룸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나정 작가가 생각했을 때 개인 손뜨개 공방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SNS를 통한 홍보, 즉 요일별 수업시간표를 올리고, 전문 강사를 섭외하는 특강 수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인터뷰 중에 보여준 선인장은 정말 작았다. 중지만 한 선인장을 대바늘로 떠서 제일 작은
미니화분에 심었는데 이 선인장은 핸드메이드전에서 완판 될 만큼 사랑받았다고 한다. 그 외에 드림캐처, 크리스마스트리, 케이프, 테이블보 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손뜨개의 매력
나정 작가는 인형 옷뿐만 아니라 인형과 어울리는 소품을 미니어처로 만든다. 인형 옷 같은 경우 사람들이 입는 기성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다고 밝혔다. 손뜨개 제작 운영의 고충은 장시간 앉아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자세에서 오는 두통이나 어깨 통증이 있지만 예쁘고 멋진 작품이 완성되면 기쁨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통증은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칭은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작품이 완성되고 사람들이 ‘우와~’라는 감탄사와 ‘손뜨개로 이런 것도 만드네?’라며 신기해할 때, 그리고 수강생이 더 예쁘고 멋진 작품을 만들 때 보람을 느낀다. 나정 작가의 손뜨개 수업은 인형 옷 수업반과 인형 옷을 제외한 소품이나 의류를 뜰 수 있는 반으로 구분해서 수업한다.

4~5명의 소수의 인원이기 때문에 레벨이 따로 없고 수강생들 모두가 처음부터 같이 수업을 하며 배우게 된다. 현재는 마포에 있는 카페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강하지 않아도 블로그를 통해서 도안이나 패키지를 구입해서 뜨시는 분들도 많다.

초보자인 경우 인형 옷을 만들 때 2주 안에 완성할 수 있으며 보통은 1주 정도면 충분하다. 굵은 실로 간단한 소품을 뜰 때는 1~2시간 만에 완성할 수도 있다. 손뜨개의 장점은 실과 바늘만 있으면 쉽게 접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으며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손뜨개 하시는 분들은 정도 많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아요. 수강생들과 부딪힌 적이 별로 없었어요.”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뜨개 하면서 따뜻한 정도 나누고 예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요즘 주력하고 있는 인형 옷 중에 만족하는 작품에 대해 질문했다.

“그래니와 마리골드입니다. 인형 옷에도 판매하기 위해서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래니는 디즈니 베이비돌에 맞는 사이즈의 코트, 마리골드는 육일돌에 맞는 사이즈의 가디건입니다. 이 두 가지옷은 여러 가지 색상으로 배색을 넣어서 작업을 했습니다. 배색으로 예쁜 무늬가 만들어지고 빈티지하면서 따뜻한 느낌이라 많이들 좋아해 주셨습니다. 두 옷은 비슷한 무늬이지만 색상 때문에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그래니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뜻이 있는데요. 할머니가 손녀에게 사랑 가득 담아 떠준 옷은 그래니키즈, 인형에게 떠준 옷은 그래니라 했습니다. ‘그래니 코트’를 입은 소녀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귀여운 소녀랍니다.”

그래니와 마리골드는 매출을 올리는 좋은 결과도 가져왔다. 인생의 좌우명과 앞으로의 바람은 뜨개로 봉사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동안도 노인정에서 양말과 수세미 뜨기,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손난로 만들기 등 틈틈이 봉사를 해왔다는 나정 작가. 나정의 뜻이 나눔의 나, 따뜻할 정의 정으로 만든 닉네임이다. 

기억에 남는 일은 코바코 공익광고에 바늘이야기와 같이 손뜨개 작업을 추진한 일이다. 1,000여명의 봉사자들이 보내준 손뜨개 조각 작품을 연결하여 청계천 장통교를 뜨개로 옷을 입혀 다문화다리로 꾸미는 작업을 했다. 뜨개 조각은 다문화를 상징하고 다리는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이며 평생 잊지 못할 작업이라 했다.

미래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동영상 채널을 만들어 오프라인 말고도 온라인으로 뜨개를 배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K-핸드메이드 전시회에 참여한다. 그 기간에 나정 작가의 손뜨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손뜨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끝까지 완성하시면 그 기쁨은 다른 분들보다 배가 될 겁니다. 또한 니트의 길을 가고 싶은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 몰입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본인이 원하는 목표가 이루워질겁니다.“

나정 작가의 말은 손뜨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떤 일의 첫 계단을 밟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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