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소통의 시대 새로운 인간상의 발현

21C 신인류 트랜스휴먼

  • 입력 2018.08.01 17:24
  • 수정 2018.08.01 17:50
  • 기자명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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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는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통해 그녀가 지닌 특유의 시적 감수성, 다각적인 시선과 아울러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가를 대중에게 전달해왔다. 구상과 추상에 이어 최근 ‘트랜스 휴먼’ 시리즈로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콜라주(collage) 기법을 활용하며 독특한 개성미 넘치는 조형성의 추구로 디지털 미디어와 소통의 시대가 이끄는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재해석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또 다른 큐비즘의 부활이라는 가치를 창조해가는 중이다.

트랜스휴먼- 인간과 인간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기계의 소통과 화해
정착과 유목의 삶을 반복해 온 오랜 인간의 노마드적인 삶에 주목하여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초월적 능력을 갖는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로서의 트랜스 휴먼은 그 자체로 초월(超越)의 의미를 지니지만, 기 작가의 작품 속 트랜스휴먼은 개체에 담긴 속성마저 뛰어넘어 사회 속에 놓인 인간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초월의 의미까지도 담는 것처럼 보인다.

트랜스휴먼-진주이슬 72.7×60.5㎝ Mixed media on canvas 2018
트랜스휴먼-진주이슬 72.7×60.5㎝ Mixed media on canvas 2018

현대적인 느낌의 금속재질인 스테인리스 마스크와 한지 그리고 천연섬유와 다양한 느낌의 강렬한 무채색의 속도감 느껴지는 여러 개의 검은 선을 통해 자연미와 인공미를 재해석해 따뜻한 첼로의 선율을 넣는다. 작가가 표현한 선은 작가가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길이며 관계와 소통,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둥근 모양의 형태들은 삶의 공간, 터미널, 정거장, 우주정거장 그리고 플랫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음악이라는 청각적 요소를 간결한 소재를 통해 시각적으로 변주해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 속에 담긴 것은 다양한 소재의 조합으로 대변되는 음악과 미술, 시대의 흐름이 담긴 복합적인 인류의 문명이기도 한 것이다. 기 작가는 “현실 세계의 인간의 지적 혹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인간형을 꿈꾸며, 그 표상을 캔버스 위에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예술세계를 숙성시켜 왔다.”라고 전했다.

기 작가가 주재료로 사용하는 키보드에 담긴 기호로서의 특성은 디지털의 비트가 세계의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점에서 들뢰즈의 ‘리좀(rhizome)’이라는 관계 다발의 미학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과 우리 삶에 분명히 존재하는 어떠한 추상성, 경계의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 작가는 따뜻한 색감과 기하학적 공간 구성과 면 분할, 그리고 음악적 율동성을 이용하여 인간과 인간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기계의 소통과 화해를 통한 기계문명의 변화와 관계성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기 작가의 실험적인 조형 표현과 다양한 상징적 기호로 표현되는 작품과 한눈에 들어오도록 압축하는 과정에는 삶과 예술이라는 신비로운 영역을 이따금 환기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트랜스휴먼 53 x 45.5cm Acryl on canvas 2016
트랜스휴먼 53 x 45.5cm Acryl on canvas 2016

새로운 시대의 길목에서, 소통과 공감 · 관계를 향한 의지
한지, 나무, 스테인리스, 키보드가 한 화면에 담기며 독특한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조화로움과 강한 대비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공존하는 필연적으로 함축된 생경한 물성이다. 다른 속성을 가진 채 동시대 풍경 속에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은 소통과 공감,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자연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새로운 문명을 예고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테크놀로지로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는 눈부신 발전과 편리함을 선사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한 막연한 긴장감도 한편에는 존재한다. 기 작가는 “인간은 생명 진화의 정점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또한, “트랜스 휴먼은 디지털 혁명과 함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성찰이자 관습에 길들여진 삶의 굴레를 직시하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규정한다. 기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삶에서 만나게 되는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90.9×72.7㎝ Mixed media on canvas 2018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 90.9×72.7㎝ Mixed media on canvas 2018

“나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공감과 시간 속에서 깨달음과 감성과 시대정신을 잃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기 작가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맞닥뜨린 변화를 읽어내고, 앞으로의 사회를 예측하는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다. 작가의 정신과 작품은 개인의 환경과 시대정신의 산물인 동시에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출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작품 속에는 지금 이 순간 사회의 모습이 오롯이 반영된다.
기 작가는 어떤 특정한 장르나 형식에 자신을 고착시키지 않고 구획되지 않은 경계를 넘어선 세계를 끊임없이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 작가는 자연을 은유의 예술적 표현으로 우리에게 재해석해 되돌려준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본질적 가치를 발견해 예술로써 승화시키는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인문학적인 성찰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사물을 분석하고 분할해 재구성하는 기 작가의 미(美)의 추구는 뛰어난 조형미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놀라운 선물이다.

<profile>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동대학원 졸업.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박사 졸업.
개인전 40회(광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제주, 일본, 베를린, 프랑크프르트, 뉴욕, 뉴저지, 파리, 베니스 등)/ 국내외초대전 및 단체전 300여 회 참여.
쾰른 국제 아트페어(쾰른메세홀)등 국제아트페어 45여회 참여
제15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발 대상, 월간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기술부장관상 등 수상
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미협이사 및 교육분과위원역임, 호남대학교 강사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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