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도파민과 강화학습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 입력 2018.07.23 15:06
  • 수정 2018.07.23 15:42
  • 기자명 하영철 미래교육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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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풀어도 답이 안 나오던 수학 문제가 갑자기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좌뇌를 이용하여 언어적, 논리적, 분석적으로 풀던 문제가 비언어, 상상, 공간, 감성적인 우뇌의 도움을 받을 때 문제의 해답이 나온다고도 하고, 인지적 사고가 계속 쌓이다 허물어지는 순간 문제가 풀린다고도 하는 인지 불균형 이론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뇌는 노력하는 시스템과 자동 시스템을 갖고 있어 어떤 문제를 접하게 되면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가는 식으로 풀기도 하고, 통찰과 직관이라는, 돌다리를 마구 뛰어 넘어가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문제를 어떻게 풀든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그 기쁨이 대단하다. 이때 느끼는 성취감과 지적 희열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출시키고 도파민은 다시 그 기쁨을 얻기 위해 같은 행동을 유발케 하여 학습의 강화를 가져온다.

도파민은 쾌락, 기쁨, 성취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운동경기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이 이기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화투놀이나 컴퓨터 게임에서 이기거나, 친구를 만나 정담을 나누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우리가 즐거운 감정을 가질 때 분출되는 도파민은 자제력이 없고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금주와 금연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도파민 때문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때 도파민이 방출되기 때문에, 술집 앞을 지나거나 술병을 볼 때, 흡연자의 옆을 지날 때 도파민이 방출되어 금연과 금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학습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뇌에 도파민을 분출시켜야 하는데, 도파민은 쉬운 문제를 풀 때나 너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반복되는 행동을 할 때는 분출되지 않는다. 도파민은 적당한 난이도가 있는 문제를 풀어낼 때 분출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면 인지능력이 발달하고 성인들이 화투놀이를 하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것은 도파민과 관계 지어 볼 때 잘못된 생각이다. 게임이나 화투놀이, TV의 연속극은 난이도가 없는 반복된 학습으로, 계속해서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고 강화학습이 이뤄지지 않아 인지 능력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습 문제를 풀 때 도파민의 분출은 이전 학습경험에서 느꼈던 성취감과 지적 희열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동기에서 유발하나 학습의 계속성과 강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난이도를 생각해야 한다. 도파민의 분출을 돕기 위해서는 적당한 난이도의 학습과제를 풀게 하여 성공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운동선수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쉬운 경기에서부터 승리를 경험케 한 다음 점진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경험케 해야 한다.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 분출되는 도파민이 다시 승리의 기회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교 1, 2학년 수학을 미리 학습하고, 이미 배워 알고 있는 중학교 1, 2학년의 영어를 학습하는 경우는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아 학습효과를 얻을 수 없다. 중3 학생에게는 고교 1, 2학년 수학은 난이도가 너무 높아 어렵고 그 학습과제가 현재의 학교학습에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으며 이미 배운 중학교 1, 2학년의 영어를 학습하는 것은 알고 있는 즉 난이도가 낮은 학습과제를 공부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는 것이다. 요즈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선행학습은 학습과제의 난이도 문제를 생각할 때 도파민의 분출과 강화학습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의 학습과제를 미리 학습하는 것은 난이도 문제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발달과업이나 두뇌발달에 비추어 효과적이지 못하고 사교육 기관에서 미리 배운 학습과제를 학교수업에서 다시 배울 때 도파민은 분출되지 않아 학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학습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난이도가 적당한 맞춤형 개별학습과제를 제시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케 하여 문제 해결의 결과에 의한 지적 희열과 성취감을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결과에 따른 적당한 칭찬과 보상으로 학습 동기와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이때 도파민의 역할이 중요함을 생각하고 도파민을 가능하면 많이, 자주 분출시킬 수 있는 학습 기회를 갖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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