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88세 설조스님의 목숨 건 단식 '29일째'

“이웃들 정서 순화하는 종교의 본래기능 찾아야”

  • 입력 2018.07.18 15:12
  • 수정 2018.07.19 15:46
  • 기자명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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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단식 중인 설조스님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단식 중인 설조스님

18일, 오전 29일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는 설조스님을 찾았다.

설조스님은 지난달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해 29일째를 이어오고 있으며,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내가 운명하면 잿가루 봉지는 종단이 정상화 될 때까지 단식 투쟁 장에 남겨 달라"고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설조스님 "심정은 처음이나 같습니다. 교단의 변화가 있거나 나의 숨이 멎을 때 까지 단식은 계속할 것입니다."

“애초에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닙니다. 잠자고 있는 대중들에게 잠에서 깨어나 자신들이 지킬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잡초를 뽑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곡식이 힘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붙들어주는 것도 곡식이 힘차게 성장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잡초는 자연히 성장을 못하고 눌려버립니다.”

“저의 단식결행이 비단 ‘MBC PD 수첩’ 사태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동안 산재해온 조계종 내의 문제를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결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방영된 후에도 교단, 총무, 원로스님 등 최고의 지도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밥 먹고 호흡만 하는 집단’과 다름없다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상상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교단의 최고위층 행정수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끔찍한 비극입니다. 끔찍한 일을 종식시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고 그것이 단식입니다.”

“부끄러움 없고, 자존심이 없고 악행을 마음대로 행하는 저 사람들의 각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들의 위세에 눌려 침묵, 방관하는 불자들이 각성해서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지 않고 부처님 제자 된 본래의 소망을 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단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외면당하지 않고 이웃들 정서를 순화하는 종교의 본래기능을 할 수 있는 교단이 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설조 스님의 단식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과 비판 세력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총무원은 지난달 출범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설조 스님의 단식에 동조하고 있는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정경호 공동대표는 “지난 17일 시민단체와 국민행동 연석회의 열고 강령채택을 했다”며 “계속 사회적 동참을 호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 모임·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오는 19일, 21일 조계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설조 스님은 세수 88세로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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