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으로 전하는 예술의 미

한올 한올 섬유를 붓으로 그려내는 그림의 세계

  • 입력 2018.07.17 20:46
  • 수정 2018.07.17 21:06
  • 기자명 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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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길에 접하다
박미량 작가는 늦은 나이에 어릴 적 꿈으로만 지녔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첫 전시가 2005년이었다.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떼던 박 작가에게 갑자기 2009년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하지만 큰 병도 박 작가의 열정을 식힐 순 없었다. 그녀에게 그림은 숨을 쉴 수 있는 의미였다.

어머니의 품
어머니의 품
소망을 향해
소망을 향해

하지만 암으로 인한 방사선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어 결국 목발을 짚고 다녀야 겨우 걸음을 뗄 정도로 그녀의 몸은 바뀌었다. 걷지 못하는 움직임의 둔화 때문인지 심장에 스텐드를 시술했고 한쪽 시력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러 장애 등급도 받은 상태이다. 사업을 하며 시작한 그림이 그저 삶의 위안으로 여기며 단순히 시작했지만 이제는 삶의 전부가 되었다.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며 창의적인 생각으로 긍정에 수긍하는 법을 그림을 통해 익혔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현실을 낙심 속에 바라보는 일에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눈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그림, 어쩌면 그녀에게 우울이나 불행이 존재할 수 없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 좌절하지 않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그림을 통해 인생을 긍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철학적인 의미를 전달해주었다. 그녀에게 그림은 결국 삶의 전부였고, 작가의 길로 인도 하는 원천이었다. 노력하는 자만이 열매를 얻을 수 있단 말도 빼 놓지 않았다.

소녀의 꿈
소녀의 꿈

창조예술, 그림으로 섬유를 표현하다
박 작가의 작품은 한올 한올 섬유를 붓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것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림이냐 천이냐 묻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캔버스 위에 단색으로 섬유의 모습을 수직과 수평의 반복된 십자 형태로 그려 기본 바탕의 형태를 이룬다.
 
직선의 교직을 첩첩이 고행을 통해 그리면서 작은 면과 면이 이어지는 수많은 선은 선이라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미묘한 심경을 내비칠 수 있는 변화의 마음을 담았다. 같은 선의 반복이지만 선의 색감은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계가 아닌 인간의 손놀림이 시시각각 순간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선 과정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작품에는 고스란히 변화를 향한 인내의 과정이 담겨있다.

겸손이 자아를 내려놓으며 섬유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삼베옷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의 대표적인 옷감이었다. 그런 서민의 삼베 색채를 아름답고 소박하게 한국적인 색으로 순수하게 표현했다.
 
한복이나 동양적인 그림을 캔버스 위에 접목시켜 섬유로 보이는 서양화의 또 다른 만남을 구현하고자 일관된 성화 과정을 추출하였고, 동화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천위에 수놓은 듯한 작품으로 표현했다. 수직과 수평의 끝없는 십자의 선은 깊고 넓은 깨달음과 헤아림이 동시에 이루어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과 자비가 함께 공존하는 신의 모습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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