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조경칼럼] 수공간이 전하는 정서는 무엇인가?

  • 입력 2018.07.16 16:01
  • 수정 2018.07.16 16:05
  • 기자명 정정수 조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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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물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을 정도이며, 지구가 물 때문에 녹색별임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생명이 시작되는 모든 것은 물이 있는 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생명을 얻기 위해 수정∙착상 후 10개월을 어머니 몸 속 양수에서 살면서 폐가 아닌 피부로 호흡을 한다. 먹는 것에 대한 미각과 보는 것에 대한 시각에 비해 덜 민감해서 못 느끼는 것 같지만 인체 중 피부와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감각기관인 피부가 최초로 만난 것이 물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 물속에서의 삶을 기억해서 일까? 물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물은 인간 모두에게 감성적 접근을 희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가 위치한 곳의 대부분이 바닷가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세상에 모든 사람들에게 조차도 반론의 여지는 없다. 국내 휴양지 또한 바닷가 혹은 호수나 계곡 등 수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이유로 문명의 발상지인 강의 하류나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강, 격랑의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고요한 호수, 급격히 흐르는 계곡, 굉음을 토하는 폭포 등을 막론하고 물이 있는 장소라면 그곳을 찾은 누구에게나 편안함은 물론 그 장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위한 공간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같은 조경을 갖춘 자연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곳을 관련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지역이 좋은 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점점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광객의 수요를 위해 편의시설을 만든다거나 또는 현지 주민들의 경제를 위한 시설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다시는 찾아오고 싶지 않은 장소로 전락하게 만드는데 앞장서기도 한다.

이처럼 격이 떨어지는 장소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은 인식하지 못한 채 좀 더 많은 일을 소신껏 밀어붙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관광객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명소의 자격은 잃어버리게 된다.

세계적인 휴양지 베스트 20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광지의 배경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숙박이나 식사 등의 목적으로 머물게 되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즉 건물의 창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게 된다. 그 사이로 보여지는 풍경이 자연 그 자체일 때 아름답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때 명소로서 각광받을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공간에 배치된 건축물 또한 기계적이기보다는 인간적인 구조를 가진 형태라면 원시적 자연과 좋은 어울림으로 보일 것이고, 모두의 가슴 깊은 곳까지 감동을 전해주게 될 것이다.

아파트와 주변산세는 단절된 경계를 만들기 보다는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 마치 숲 속 빈자리에 아파트를 꽂아 넣어 세운 것 같은 공간이 조경으로 연출된 래미안금광 “초심원”이다. 완공 몇 일전에 촬영한 것으로 화면 속에 아직 치워지지 않은 전깃줄이 보인다. (ⓒ 정정수 조경작가)
아파트와 주변산세는 단절된 경계를 만들기 보다는 연결시키는데 주력했다. 마치 숲 속 빈자리에 아파트를 꽂아 넣어 세운 것 같은 공간이 조경으로 연출된 래미안금광 “초심원”이다. 완공 몇 일전에 촬영한 것으로 화면 속에 아직 치워지지 않은 전깃줄이 보인다. (ⓒ 정정수 조경작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조경이나 건축 등 공간을 재창조하는 사람들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골프를 예로 든다면 욕심을 버리고 힘을 빼야지만 더 높은 단계에 도약할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조건이다. 그러나 힘을 빼는 내공을 갖기까지는 과정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공을 갖추지 사람들이 소신껏 행동하는 것을 말리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와 같은 행동을 말리지 못했을 때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장소들은 하나둘씩 늘어나게 된다.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Profile
-세계 조경가 대회(IFLA) 최우수상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 예술 총감독 
-파주 벽초지 수목원 설계 시공 
-신한국인 문화부분 대상 
-고도원 아침편지 '옹달샘' 예술 총감독 
-서울 예술청 예술축제 전시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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