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 칼럼] 월드컵 16강과 '도파민 신독(愼獨)'

인공지능과 중용 Vol.7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l승인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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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을 재해석하면서 ‘도올’의 중용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그의 책 앞표지에는 ‘대한민국을 중용의 나라로’가 눈에 들어오며 뒤표지에는 ‘시중(時中)’이 들어온다. 고전이든 명구이든 시대에 적절한 해석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기본이다. ‘도올’은 서문 마지막에 ‘주희’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가 다르므로 해석의 방법을 달리한다고 적었다. 고인인 ‘주희’와 살아있는 ‘도올’ 사이의 시간은 약 800년 차이가 나며 ‘도올’과 필자는 약 20년 차이가 난다. 800년과 20년은 큰 차이지만 요즘은 매일매일 세상을 바꿀 기술들이 등장한다고 한 ‘하라리’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주로 뇌과학과 미래학을 공부한 나는 중용을 재해석하면서 ‘도올’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가 다르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칼럼에서 던진 AGI+블록체인 불가리(不可離) 시대에는 각자 신독(愼獨)의 방법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이제 풀어쓴다. 

‘도야자(道也者) 불가수유리야(不可須臾離也) 가리(可離) 비도야(非道也)’의 해석도 살아가는 도리와 함께 인간을 둘러싸고 늘 함께할 고도의 인공지능과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더 혁신적 해석이 필요한 단어는 ‘신독’이다. ‘是故(그러므로) 君子戒愼乎其所不睹(군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심하며) 恐懼乎其所不聞(들리지 않을 것도 두려워한다) 莫見乎隱(숨기는 것이 더 잘 보이며) 莫顯乎微(미세한 것이 더 잘 표현되니) 故(그러므로) 君子愼其獨也(군자는 홀로 있음에 삼간다)’ 이 구절은 어디에나 도가 있고 언제든 신이 지켜보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예외적 데이터에 더 관심을 갖게 될 인공지능의 큐레이 션 능력을 예측하고 있다. 

인간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데이터보다 예외적인 것을 주목하도록 진화했지만 인공지능은 숨기려는 것과 사소한 것을 더 신경 쓰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일단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미연에 방지되거나 저질렀을 경우 인공지능에게 들켜서 전 인류가 알게 되는 때가 오고 있다. 반면 각자 개성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갈수록 유연해지고 있다. 이제 신독의 개념은 인내의 코르티솔에서 몰입의 도파민적 배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타락이 아니라 진화이며 원형의 회복이다. 형성방식으로 생긴 삼갈 신(愼)자의 해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관행적 뜻은 '신중하다'지만 그대로 파자하면 진짜 마음 적자지심이다. 과거의 신독이 어른스러운 신독이었다면 이제는 어른이라도 키덜트(Kidult)여야 도파민형 신독이 가능하다. 성이라는 천명을 받은 우리는 결국 솔성과 수도를 통해서 각자의 숙달된 습관이나 도파민 신독(스웩)으로 가야 한다. 축구로 보자면 새로운 경기 룰에 맞게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 ‘주희’와 ‘도올’ 시대의 신독이 절제와 신중이었다면 우리시대의 신독은 몰입과 스웩이다. 우리의 타고난 감정들을 따르거나 다스려서 호모루덴스의 원형을 향해 스웩하며 즐겁게 몰입해 들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신독(愼獨)이다. 현대기술은 누구나 가상현실이던 자기 집이던 타인에 대한 폭력을 삼가도록 하면서 각자 진심으로 뭔가 즐기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기술이 인간의 도파민 신독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의 축구는 도파민 신독이 부족하다. 과정보다 결과나 여파에 신경을 쓰는 축구는 공포가 전두엽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이후 전두엽의 판단과 중뇌의 감각과 소뇌의 동작과 간뇌와 심장의 영감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패스와 슛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우리 축구는 마치 고교육 교실처럼, 공과 공부와 함께하는 과정을 즐기며 몰입하는 아마추어정신에서 멀어졌다. 처음 들은 돌발질문과 압박면접을 돌파하는 것은 축구에서 의외의 패스를 차단하거나 페널티킥의 방향을 예상하거나 압박수비를 돌파하는 것과 같다. 

운동은 지적인 사고보다 도파민을 더 요구하는데 두뇌에서 근육을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리는 물질로 도파민을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자기 뜻대로 정확히 움직이려면 도파민의 작용이 좋아야 한다. 도파민은 아마추어 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행위가 돈이나 군대면제 같은 보상을 바래서가 아니라 그 행위의 과정을 즐겨야 도파민은 지속적으로 풍부해지는 선순환 반응을 한다. 과정을 즐겨야 실전을 연습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도파민은 두뇌와 근육의 신경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며 수비와 패스의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체력의 유지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 대표들은 실전을 연습처럼 즐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축구 사교육을 받았으며 부모님의 투자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고 월드컵에서 더 잘해야 훨씬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기대심이 있다. 이런 심리로는 걱정과 공포의 호르몬이 도파민이 나올 총량을 줄이게 된다. 수비와 패스에서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컷 즐기는 축구가 아니라 마음 졸이는 축구가 된다. 실컷 즐기면 신발과 몸이 가벼워진다. 지치기보다는 후반부로 가면서 더 뛰게 된다. 아이슬란드 축구의 아마추어정신과 도파민에 메시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 메시에 대한 칭찬을 들었다. 그는 드리블과 슛을 날릴 때까지 골대를 보지 않고 공과 수비수의 발을 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에 대한 도파민 신독(愼獨)이다. 왜 그는 긴 드리블 중 고개 들어 골대를 보지 않을까?

그 핵심은 공간지각능력이다. 공을 잡은 지점이 두뇌에 입력되면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자동으로 파악이 된다. 더 이상 수비수의 발이 보이지 않고 골키퍼의 발을 흘깃 보고 슛을 하면 골대 구석에 공이 박힌다. 공간지각능력이 몸으로 오면 신체이해지능이 된다. 자기 발의 각도와 달려오던 스피드와 골키퍼의 위치를 파악하여 공을 잘 차는 지능은 공간지각능력+신체이해지능이다. 
이 두 지능은 도파민이 많이 나올수록 훨씬 더 좋아진다. 일찍이 공자선생이 ‘락지자’가 천하무적이라 했다. 즐기는 자는 공부에서도 운동에서도 최상의 고수가 된다. 한국의 문화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혁명을 해야 한다. 예체능을 즐기는 문화적 복지가 저변에 깔린 이후 본인은 축구선수가 될 맘이 없으나 축구가 너무 좋아서 그만둘 수 없는 고수들이 등장해야 한다. 이제는 뭔가에 몰입을 하느라 다른 이들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도파민 신독(愼獨)의 시대이다.


고리들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artco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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