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작가의 혼(魂)을 담다

“날갯짓을 반복하는 새는 결코 추락하지 않는 법”

  • 입력 2018.06.01 10:57
  • 수정 2018.06.01 11:39
  • 기자명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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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과 멋을 갖춘 서예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화선지에 숙련된 글씨를 쓰기 위해 노력 하다 보면 온 몸으로 붓 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느끼게 된다. 변화하는 붓질의 깊이를 갖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서예는 작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게를 지니며 수련과 수양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재서예연구원의 이재 박철수 원장은 좋은 서예는 좋은 혼을 가진 사람이 만든다는 자세로 소통하며 서예라는 예술이 제공하는 수양의 길로 안내한다.

글씨로 빛내는 서예
박철수 원장은 어느덧 26년째 서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서예의 깊이와 즐거움을 깨닫기 위해서는 10년의 세월도 짧다고 단언했다. 유년기를 거쳐 대학교를 진학 후 비로소 학문이 조금씩 이해되는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박철수 원장은 글빛서예학원과 이재서예연구원의 원장으로 활동하며 과거 학생들을 위해 붓을 잡기도 했지만 2010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지도하고 있다.

서예는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다. 그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서예의 비결로 끝이 없는 단계와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층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붓과 먹의 세상에서 작가로 작품전에 참여할 때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는 박철수 원장은 현재까지 두 번의 작가전을 가졌다. 다음 전시는 좀 더 본인만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느꼈던 서예만의 가치를 현대인의 인내와 마음을 수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흑백과 공간의 조화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50세를 칭하는 단어이다. 지천명의 의미는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박철수 원장은 현재의 위치와 시점을 지천명이라 표현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 서예에 몰입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스승의 영향이 컸다. 현재 박철수 원장은 스스로의 색을 내기 위해 집중한다. 새로운 시야로 공부한 글씨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여 시도하며 2년째 배우고 있는 소묘 역시 폭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한 그의 도전이다.

박철수 원장이 생각하는 서예의 매력은 흑백으로 이루어지는 선의 질감과 공간의 조화이다. 검은 글자에 집중해오던 어느 날 흰 여백이 눈에 띄었다. 박 원장의 스승이신 초민(民艸) 박용설 선생은 빈 공간을 주목하는 그에게 비울 허(虛), 바탕 소(素)를 뜻하는 '허소헌'이라는 당호를 주었다.

"공간을 채워가는 서양화가 있고, 공간을 비워서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이 동양의 서예입니다. 붓을 통한 선은 같은 검은색이지만 물이 섞이는 농도와 필압, 속도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소묘를 배우며 입체감을 더 실감하게 되었어요. 소묘는 여러 번 덧칠하며 느낌을 나타내지만 서예는 한 번에 무게감을 조절하며 표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탐구할수록 서예의 멋을 더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다양한 분야 활동가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단계로 도약을 준비한다.

대중적인 서예로 나아가길
박 원장은 전통예술에 대한 입지가 열악하다보니 활동하는 작가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고민해보지 않았다. 서예가라는 자신의 본질에 대한 확신 덕분이었다. 박 원장의 호는 수양할 이(颐), 집 재(齋). 스승님께서 붙여주신 이재라는 그가 현대와 환경에서도 늘 수양하는 마음가짐으로 삶을 마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불속(自然不俗)은 박철수 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다. 자연스러워서 속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한다. 박철수 원장은 2020년 다시 한 번의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상업적인 목적보다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작품을 지향한다. 동일한 느낌을 이어가는 작가가 아닌 또 다른 영감을 주는 작품을 위해 5년의 세월을 예상한다. 박 원장의 스승은 일흔이 넘은 뒤 평생 한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예는 인내와 수양이 동반된다. 박철수 원장은 서예는 부처님의 사리처럼 그 사람의 결정체가 그대로 드러나 표현되는 것이라 말한다. 그는 앞으로도 모닥불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한 느낌을 전하는 글씨를 쓰며 알찬 삶을 즐기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Profile
現 이재서예연구원 원장
   청남초대작가회 회장

賞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제 12회 한국 청년 서예 작가전(예술의 전당)
   개천예술제 대상(2000.문화관광부 장관상), 초대작가
   부산미술대전 특별상(부산미협 이사장), 초대작가
   전국청남서예휘호대회 대상(부산일보사장상), 초대작가
   부산 비엔날레 기념 전국서화휘호대회 우수상(부산 시장상),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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