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를 영원으로 남기다

“빛을 그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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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게레오 타입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사진 메커니즘은 19세기 중반 등장했다. 사진은 탄생 초기부터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사진은 화가의 붓놀림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비용 또한 저렴했고 회화와 달리 인간의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특별한 기술을 연마한 화가가 아니라도 작동법만 알면 누구나 촬영할 수 있었다. 당연히 화가들은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역사 속 발전으로 사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섰다. 인간이 볼 수 없었던 세상의 모습과 질서를 보여줬다. 말하자면 사진은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자하는 선입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즘의 형식으로 그림과는 또 다른 장르의 예술로 자리매김 했다. 피플투데이는 부산 강서구의 명지 신도시에 위치한 ‘현맨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작가인 손수연 씨를 만나 사각의 프레임 속에 담는 예술에 관해 들어보았다.

사랑하는 동생을 그리며
손수연 대표가 운영하는 현맨스튜디오는 부산 명지 국제신도시의 유일한 사진 스튜디오이다. 현맨스튜디오는 포트레이트 촬영이 주를 이룬다. 개업할 당시 스튜디오의 생소한 이름을 보고 고객들의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현맨스튜디오의 이름에는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병세가 깊었던 손 대표의 동생은 2년 전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손 대표는 천국으로 떠난 동생을 기리기 위해 생전의 별명을 스튜디오 명칭으로 정했다. 손 대표는 동생과 늘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한다고 했다. 수익보다는 스튜디오를 찾는 고객의 모습을 손 대표 본인만의 스타일로 프레임 속에 담는 일자체가 좋다고 한다.

현맨스튜디오에는 다양한 고객이 찾아온다. 종종 연세가 지긋한 어른들은 영정사진을 준비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방문한다. 평소에 자주 촬영하는 주제의 사진은 아니다. 손수연 대표는 이런 상황일수록 촬영 전 미리 준비를 하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사진을 찍을 날이 많지 않은 어른들의 영정사진은 손 대표에게 의미가 깊다. 뿌듯함과 동시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상업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게 된 계기는 스튜디오를 개업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명지 지역에서는 유일한 사진관이기에 가족사진을 비롯해 증명사진, 여권, 프로필, 장수사진 등 갖가지 분야의 사진을 모두 섭렵하고 있다. 다양한 인물 사진 중에서도 손수연 대표가 좋아하는 분야는 가족사진이다. 프로필 사진촬영이나 다른 인물사진 또한 전문 분야이지만 한 가족의 행복한 순간이 평생 남는 가족사진은 특별한 감정이 스며든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수연 대표는 동생과 함께 일한다는 기분으로 좋은 위치에서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

사각의 프레임 속, 인생을 담다
손수연 대표는 스무 살부터 사진 스튜디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질적인 기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좋아하는 사진을 배울 수 있다는 만족감과 동시에 나아지는 실력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쌓던 시기였다. 손수연 대표는 조선희 작가를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로 꼽았다. 손 대표는 조선희 작가가 언급한 “사진을 찍을 때는 대단한 재능이나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실제 조선희 작가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사진에 심취해 24살의 어린 나이에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고, 성공을 이룬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사진의 길을 걸으며 힘들었던 시절 조선희 작가의 인터뷰는 인상 깊었다. 견딤의 시간이 지나 실력이 되고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말은 손수연 대표의 마음속에 진하게 남았다.

반도를 넘어 대륙을 향해
손수연 대표는 학창시절 미술학도였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부산대학교 미술 대회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의 모습에 반한 이후로 줄곧 카메라에 빠져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해왔던 미술의 길을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그만뒀다. 사진학과의 진학보다 어디에나 접목시킬 수 있는 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국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후 중국의 상해와 심양에서 유학하면서 화려하고 광활한 중국사회와 1960년대 한국의 상황을 재현해놓은 듯한 모습들을 동시에 목격했다. 대륙의 상반되는 두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프레임 속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한국인 사진작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손 대표는 자신이 갈고 닦은 전공을 기반으로 사진기술을 더해 중국 진출을 꿈꾸고 있다.

손수연 대표는 부산 명지에서 더욱 확고하게 터전을 잡고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스타일과 기반을 다지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 후 기회가 된다면 중국 진출의 꿈을 이루고자 현재 중국어 공부를 틈틈이 하는 중이다. 간절히 생각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도 노력하는 손수연 대표. 훗날 현맨스튜디오가 세계 속 한류와 함께 사진한류로 활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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