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베세토 국제학교 김광열 이사장

  • 입력 2018.05.08 11:20
  • 수정 2018.05.08 11:42
  • 기자명 윤치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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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아시아 중심설의 요지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행보를 보면 이런 주장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중국몽(中國夢)을 이야기하며 주석 임기 제한을 철폐하는가 하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연일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이러한 거시적 흐름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은 물론이고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다. 

문제는 이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 원인은 다양하지만, 수능/입시 중심의 교육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진로는 뒷전이고 전체 수험생의 3%도 못 미치는 서울 명문대 입학을 위해 3년 내내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문제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끝나지 않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학생이 꿈을 잃어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안학교를 설립한 사람이 있다. 베세토 국제학교 설립자 김광열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맑은 산 공기와탁 트인 경관이 아름다운 파주시 베세토 국제학교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 
베세토 국제학교를 설립하기 전, 김 교장은 연세대학교에 30년간 재직했다. 당시 진로 방향을 못 잡고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 다고 한다. 물론 고시준비를 하겠다, 펀드매니저가 되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마저도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 남들이다 하니까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꿈을 잃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김 교장은 대안학교 설립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꿈을 찾아준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베세토 국제학교는 입학 정원을 50명으로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래야 세심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가 학생과 함께 기숙하며 2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학년 제한도 없다. 나이 관계없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듣고 실력에 따라 월반 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맞춤 교육을 받으며 저마다 색깔로 빛을 내며 꿈을 찾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살아남는 인재가 되려면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고 진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김 교장은 다양한 전문직 커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IT전문가 프로그램, 간호사 프로그램, 항공기 조종사 프로그램이 그 예다. 특히 항공기 조종사 프로그램이 체계적인데 이미 항공 대학에 입학한 사례도 여럿 있다. 최소 2년, 최대 3년 준비하면 미국과 필리핀 항공대학에서 항공운항과나 항공엔지니어링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연계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김 교장은 ‘직업체험=진로교육’은 아니라며 지금 중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취지는 좋지만, 학생마다 하고 싶은 일이 다양한데 체험해볼 수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마지못해 따라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고 학생들이 책을 통해 간접 경험과 체험을 쌓아가고 지력을 탄탄히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조기 유학보단 국제학교-해외대학 
김 교장이 일반 대안학교가 아니라 국제 대안학교를 세운 데는 사연이 있다. 김교장에게는 아들만 둘 있는데 아이들이 공부도 잘못하고 한국에서 한계가 있어 중학생 때 각각 미국과 캐나다로 유학을 시켰다고 했다. 당시 엄마와 함께 보냈는데도 어린 나이에 유학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한다.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 되지 못한 사춘기 아이들이 빠질 수 있는 유혹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들과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잘못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목격한 김 교장은 가족이 함께 가는 게 아니라면 조기 유학은 말리고 싶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국제 대안학교는 좋은 대안이다. 국내에서 곁에 두고 자아가 확립되는 동안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 실력도 쌓고 미국 고교 졸업장도 받아 글로벌 유수 대학에 입학 기회도 열리기 때문이다. 비용도 당연히 훨씬 합리적이다. 베세토가 베이징, 서울, 도쿄의 약자인 점을 고려해보면 영어를 강조하고 미국 교육을 하는 점이 아이러니한데 이에 대해 김 교장은 ‘이중 언어를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일단 베세토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마스터하고 중국이나 일본에 있는 글로벌 대학에 입학시켜 그 나라의 언어를 하나 더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중 언어가 완성되면 글로벌 회사 취업도 수월하고 평생 2개 언어를 사용하면서 자기 사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유리한 조건에 놓인다는 것이 김 교장 생각이다. 무엇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갖게 하는 것도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도 할 수 있다 
영어 외에 베세토 국제학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인성이다. 아침 8시 반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QT시간이 대표적인 인성교육 시간이다. 특히 인사 잘하기, 정리정돈 잘하기,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식당 예절 지키기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예절의 경우 습관화하여 몸에 배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흔히 대안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으로 교내에서는 적응한 듯 보여도 학교 울타 리를 벗어나면 현실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교장은 이에 대해 결국 사랑받은 아이가 사랑도 할 수 있다며 대안 학교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달라진 아이들의 사례를 들려줬다. 

"박주필 이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학한 학생이었는데 정의롭지 못한 일에 분노를 일으키면 조절을 잘못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주필이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초등학교 시절에 부당한 일로 선생님한테 심한 체벌을 받아서 그런 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아이가 그런 분노 상태가 일어날 때마다 붙잡고 기도도 하고 사랑으로 껴안으면서 달래주곤 했습니다. 그랬더니 점차 분노 조절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니 완전히 없어지더군요. 지금이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재작년에 필리핀 항공대학에 입학 하여 조종사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교회도 나가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교회에서 예배도 봅니다. 결국엔 사랑으로 진정성 있게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 합니다."

이 땅의 모든 대안학교 교육자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김광열 교장은 현재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대안학교 관련 종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힘주어 전했다. 대안 학교를 운영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자금 문제다. 대안교육을 받는 대안학교 학생에게도 교육비 예산의 일정 부분을 보조해 주면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분들이 더 내실 있게 학생들을 지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자기만의 색깔로 교육을 하는 이 땅의 대안 교육자들에게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대안학교들이 등록금만 으로 대안학교를 운영하는데 교사 급여는 교육의 질과, 식비나 시설투자는 아이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대안교육 지원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드시 공교육이 정답은 아니다 
김 교장은 최근에 학부모들이 다양한 이유로 대안학교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가령 외고에서 국제학교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많은 경우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국내 명문대 진학에만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앞으로 베세토 국제학교를 4차 산업혁명에 준비된 글로벌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는 국제 대안학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대안학교에 관한 관심과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본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신념을 가지고 하는 일인 만큼 앞으로 정부에서도 대안학교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 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의 이런 포부가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아이에게까지 미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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