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예술작품에 담긴 아름다움,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기덕 문화사랑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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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좋아했어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서 하나씩 소장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문화사랑모임’의 이기덕 회장은 국내 손꼽히는 작품 수집가다. 작품을 보다 보니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이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문화가 또 있었는지 알고 싶어 전문서적을 구입해 공부를 했다. 그렇게 쌓아온 지식이 이제는 상당한 수준이 되어 골동품 전문가가 됐다. 작품을 모아온 지 어느덧 40년이다. 

2018 문화사랑모임 소장품전
인천 중구 한중문화원에서 4월 6일~12일 '2018 문화사랑모임 소장품전'이 열렸다. 문화사랑모임은 2016년 3월 창립되었으며 전통문화와 작품을 사랑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 간 애장품을 소개하고 감상하는 모임이다. 올해로 창립 3년 차를 맞은 문화사랑모임은 더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회원들의 애장품 80여 점을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됐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공개돼 큰 호응을 얻었다. 

8명의 회원이 소장품을 선보였으며 이기덕 회장은 조선 시대 ‘막사발’과 ‘수월관음도’ 등을 소개했다. 특히 이 회장의 '수월관음도'는 대중들이 만나보기 어려웠던 미공개작품이다. 14세기 화려하고 섬세한 고려 불화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끼던 소장품을 기꺼이 공개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작품을 감상하는 기쁨을 공유하려는 마음에서다. 

자유로움을 소박함에 담다, 막사발
이 회장이 공개한 작품 중 하나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 작품은 조선 시대의 ‘막사발’이다. 막사발은 밥그릇, 국그릇 등 생활그릇으로 쓰이던 전통 그릇으로 특별한 장식이 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16세기 후반과 17세기에 걸쳐 짧은 시간 동안만 만들어지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

막사발을 만들어낸 도공들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생활을 했다고 전해진다. 현실적인 삶에 대한 고뇌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도공의 마음은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며 독특한 미적 감각을 창조해냈다. 무심한 듯 빚어낸 그릇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정서를 담아 보는 이들의 마음에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작품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기쁨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하게 되면 새벽 2, 3시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그저 바라만 봐도 정말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침대 옆쪽에 두고 보다가 잠든 적도 많습니다."라며 이 회장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좋아서 수집했는데 어느새 그 안에 담긴 문화를 배웠고 아름다움을 찾는 심미안이 생겼다. 

이 회장의 작품 사랑은 지극하다. 작품을 소중히 닦고 관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저는 다른 취미도 없습니다. 그저 골동품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취미인 셈입니다.” 소박한 작품은 소박한 대로, 화려한 작품은 화려한 대로 고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가만히 듣는 것은 이 회장에게 비할 데 없이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 회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작품은 물론이고, 아시아국가들, 아프리카 지역 등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수집한다.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신이 깃든 전통 예술작품들은 그 속에 담긴 예술적 깊이를 실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오랜 시간 작품을 수집해왔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다.

미술관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통해 소장품 함께 나누고파
이 회장은 그 무엇보다도 아내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제가 골동품에 빠져서 골동품 수집과 보관에만 몰두하는 동안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해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습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이 회장의 꿈은 미술관에서 차를 마시는 공간을 마련해 평생 모아온 소장품들을 대중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이다. 예술의 가치를 알고 발굴해 세상에 소개하며 그 감동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마음 또한 그의 소장품처럼 특별하게 다가온다. 

예술작품에는 그 나라 민족의 정서와 생활이 담겨 있다. 소재와 기법, 특유의 색상과 무늬는 그 시대의 아름다움을 향한 가치 추구와 맞닿아 그들이 추구한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나타나는 정서가 투영되고 다듬어져 정수(精髓)의 흔적을 남긴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판단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때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선조들 또한 울고 웃으며 삶을 영위해왔다. 그들이 추구한 삶에 대한 의지와 아름다움의 추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다. 전통을 아는 것은 정체성을 아는 것이다. 전통을 올바르게 보존하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일이다. 

이 회장의 소장품을 감상하는 것은 너무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병풍이 열리고 족자가 펼쳐지는 순간 느껴지는 감동은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불멸한 가치에 대한 공감이기도 하다. 단지 작가의 뛰어난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작품 앞에서 수많은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고, 정성을 다해 창조해낸 작가의 심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 앞에 마주한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전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 절실함과 미의 추구라는 무형의 존재감이 시간을 뛰어넘어 전달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며 개인이 가진 지식과 지혜 또한 한계가 있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되새기는 것은 단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욱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 속에 담긴 삶의 모습에서 현재의 답을 찾는 것,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생생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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