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김정은과 트럼프의 '럭비공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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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북한과 관련된 파격적인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보낸 지 채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공식화되는 등, 꽁꽁 얼어있던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가 ‘그냥’ 빠른 게 아니라 ‘당황스러울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북한은 우리나라에만 화해의 손길을 뻗었을 뿐, 미국에게는 여전히 매우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놓여있다.”라면서 으름장을 놓았던 김정은이었다. 이에 트럼프는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I too have a Nuclear Button, but it is a much bigger & more powerful one than his).”라며 다소 유치할 정도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2달 전만 해도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 우리 대북특사단의 방미 이후 별안간 정상회담에 나선다고 하니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조성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공통점인 ‘럭비공 정치’에 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처럼, 그들의 정치 행보는 당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상하기가 힘들다. 

우리가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북한의 독재 정치 체제 때문이다. 김정은은 사실상 북한의 ‘유일신’으로서 모든 통치 행위를 관장한다. 그러니 북한이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를 알려면 김정은의 속내를 알아야만 했는데, 그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독재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이다. 의사 결정 과정이 언론이나 의회를 통해 대부분 공개되는 민주주의 정치 특성상, 그동안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트럼프 집권 이전까지는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국가 미국의 현 대통령 트럼프는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한다. 어떤 정치를 펼칠지 자신의 머리로 구상을 하면, 여론 수렴과정을 최소화한 채 이것을 바로 밀어붙인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김정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정치 역시 예측하기가 힘든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하고 빠른 이번 행보는 다른 국가들이 남북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이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비교적 이해관계가 적은 일본과 러시아는 물론, 심지어 한국전쟁의 휴전 당사국인 중국의 의견까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그를 통해 남북관계는 빠르게 진전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인내와 지혜를 가지고 모처럼 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를 아주 ‘꽉’ 잡아야 한다. 북한이 언제 또 돌발행동을 할지, 미국은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럭비공 정치’로 인해 얻은 기회는 ‘럭비공 정치’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중간에 내릴 수 없도록, ‘한반도’라는 자동차의 문을 꽉 걸어 잠가야 한다. 그리고 ‘평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안전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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