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구전략 공포’에 세계 금융시장 우왕좌왕

  • 입력 2013.07.12 19:30
  • 기자명 이문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출구전략 공포’에 세계 금융시장 우왕좌왕


아시아 증시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쳐온 미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시장 금리가 치솟고,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 유출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13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추락한 배경에도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아시아 증시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지난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뒤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국채 금리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개월 동안 최저 1.63%에서 최고 2.29%까지 뛰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하루 평균 90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몰렸던 외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버냉키 양적완화 축소 언급 뒤 신흥국 자본유출 빨라지며 ‘요동’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연내 출구전략 시행을 앞두고 각국의 주식과 채권, 외환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급등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일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빨라지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지나친 우려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쓴다고 해도 통화정책 변화는 연말께나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국의 시장금리가 치솟고 외국인이 신흥국 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은 미국이 조기에 출구전략을 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통화정책 변화는 빨라도 올해 말은 돼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과민반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를 띤다. 김 팀장은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채권시장에는 장기 악재, 주식시장에는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동전의 양면이다. 길게 보면 금융시장에 악재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온다는 점에서다. 미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대규모로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친 인위적 경제 정책을 정상화로 되돌리는 것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부양 정책을 쓸 만큼 썼고 또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인위적인 정책 없이도 경제가 돌아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선 사태를 촉발한 쪽에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음주 미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추가 언급이 나올 때까지 시장은 바닥을 탐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 회의서 중요 의제로 다뤄질 듯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 예고로 세계경제가 출렁거리자 다음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는 신흥국의 금융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가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충격의 진원지인 미국 역시 연방준비제도(Fed) 임원이 총출동해 금융시장 충격완화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금융시장과 관련한 G20의 관심이 지난 4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해 촉발된 환율 마찰이 우선이었다면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회의의 초점은 신흥국의 충격완화가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엔저로 한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비판했었다.
일본의 한 관리는 신문에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축소가 신흥국에 어떤 충격을 줄지 모스크바 회동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헤알화가 급락한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4일 전화통화를 갖고 거시경제정책 공조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신문은 G20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유동성 공급 축소와 관련해 효과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앞서 26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출구 전략으로 금리가 금등하면 가계 충격이 이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중국의 통화정책 역시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림자 금융’(규제 없는 비은행 간의 금융시장) 견제를 위해 갑작스레 돈줄을 조이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다.
신문은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G20 재무장관의 반응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논란의 진원지로 떠오른 Fed는 시장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장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 제롬 포웰 연준 이사 등이 27일 잇따라 해명성 발언을 내놨다.
더들리 행장은 “Fed의 실업률 목표가 6.5%로 이것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Fed의 출구전략은 달력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포웰 이사도 “최근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과하다”며 벤 버냉키 Fed 의장이 밝힌 출구전략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의도와 달리 시장이 (지레 겁먹고) 금단 현상을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