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남북 대화 무드를 바라보는 日 아베의 속마음은?

  • 입력 2018.02.13 11:50
  • 수정 2018.02.13 16:38
  • 기자명 이원호 대학생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제공=청와대 홈페이지
사진 제공=청와대 홈페이지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있던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에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다.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전에 한·미 정상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남북 대화 무드를 고조시키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합동 군사 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훈련의 당사자도 아닌 제3국 일본의 총리가 대뜸 ‘한미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1945년 태평양전쟁의 패전국인 일본은 전후 ‘군대를 보유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이를 헌법에 명문화하였다.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를 포기한 것은, 승전국인 미국의 강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미국은 상호 군사조약을 통해 공백 상태에 놓인 일본의 국방을 책임져주었다. 

일본의 보수 세력들은 국방을 미국에 맡긴 채 상비군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러한 상황을 ‘자주성의 상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가오가 안 산다’고 생각해왔다. 아베가 정권을 잡았을 때(2012년) 내걸었던 슬로건은 ‘일본을 다시 찾자’였는데, 이는 다른 ‘보통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정규군을 보유하여 자신의 운명과 방위를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로 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한다. 그를 위해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음’을 명기한 헌법의 개정이 필요했다.

문제는 헌법 개정이 일본 총리가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많은 일본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할뿐더러, 일본이 군대를 창설하는 것은 인접국인 우리나라와 북한은 물론 강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국제정세가 마련되어 ‘군대 창설’에 정당성이 부여되기 전까지는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착수하면서 일본 군대 창설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적절한’ 국제정세가 마련되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쏠 때마다 일본의 안보 위협은 강해지고, 이는 곧 ‘한·미·일 vs 북·중’ 군사동맹 대결 구도의 확립으로 이어진다.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여론이 ‘일본 군대 창설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바라는 아베 입장에서는 남북의 ‘대화’ 무드보다는 남북의 ‘대립’ 상황이 정치적으로 더욱 이득인 것이다.

‘한미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아베의 말은 마치 내정간섭처럼 들려 참 듣기 거북하다. 하지만 발언의 호불호를 떠나서,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말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일지 파악해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으로 남북관계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되었다. 앞으로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아베는 또 어떠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