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發話)의 순간을 포착하다

효과적인 언어치료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 김은비 기자l승인2018.01.26l수정2018.01.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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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두에 오른 언어 치료는 뇌 외상 및 간질, 난청, 정서적 문제를 비롯해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언어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이다. 언어 발달 지체를 가진 환자의 경우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개념의 한계로 문장의 길이가 짧고 단순하며 상황에 적절한 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이러한 환자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고한 노력을 더하고 있다. SVRT 석우진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적절한 상황에 맞는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그림 카드를 제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일반적인 치료 형식을 뛰어넘어 SVRT는 한 걸은 더 나아가 VR(가상현실)을 사용해서 극대화된 치료 효과를 노린다. 

VR을 언어치료에 도입하다
지난 2016년 국내에도 VR의 바람이 불었다. 게임이나 학습 등 여러 분야를 접목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시 부산의 재활 전문병원에서 소속 언어 치료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석우진 대표는 첨단 기술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로 VR를 접했다. 자신의 관심사를 동료 치료사와 환자들에게 공유하던 과정에서 새로운 언어치료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한 성인 재활 환자는 트레킹이나 낚시를 즐겨하고 늘 거제도를 그리워했습니다. ‘그 환자를 위해 VR를 활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거제도로 발걸음을 옮겼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선물했고 기뻐하는 환자를 보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석우진 대표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VR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했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박람회를 찾아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상현실을 적용한 언어치료는 후속 연구 끝에 연제구 보호소와 협약해서 아동에게도 적용을 했다. 

해외 레퍼런스에서는 가상현실의 치료 효과를 이미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현실성을 반영한 치료법이기에 환자들이 올바른 발음으로 구사하는 과정을 돕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석우진 대표와 SVRT도 여러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는 연구소나 가정이라는 환경과 상황의 제약을 가상현실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북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언어치료사 분들과 프로그램 적용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일상을 접목시켜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는 과정을 치료 프로그램에 도입하는 스크립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언어치료,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해
현재 석우진 대표는 소아부터 성인 환자들의 언어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홈티칭이나 연구소 내방을 통해 적절한 상황에 맞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석 대표는 본격적인 언어 치료 전 학부모와의 꼼꼼한 상담을 진행한다. 치료사로서 철학을 전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저는 치료에 집중도를 위해 6개월의 과정에 포커스를 두고 커리큘럼을 구성합니다. 개개인의 발달에 맞춰 6개월에서 1개월 단위로 세분화하여 차례로 진행하죠. 통상적인 상담시간을 줄여 치료 시간으로 모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시간을 단 일분이라도 헛투로 쓰지 않기 위한 저만의 원칙입니다.”  

모든 치료 시간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의지만큼 치료사의 역할도 중요해지는 것이 언어 치료다. 입소문이나 인터넷의 정보를 통해 센터를 내방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언어 치료를 진행하는 센터는 많지만 치료사가 아이에게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는지가 치료의 퀄리티를 좌우한다고 석우진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학부모 역시 언어 치료사를 믿고 묵묵히 과정을 지켜본다면 6개월의 과정이라도 아이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최근에는 한 자녀 가정의 증가로 언어 발달 문제를 겪는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동에게는 적절한 언어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령에 맞는 적절한 언어 발달 수준이 또래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있어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석우진 대표는 언어 치료에 있어 습득하는 시기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모든 치료가 그렇듯 언어 치료도 효과가 증폭되는 시기가 바로 만 5세다. 언어를 활발하게 습득하는 시기인 만큼 치료의 효율도도 높다. 

“2년 전부터 무료로 언어 치료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의 문제에 대해 만만치 않는 검사 비용으로 주저하는 사이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문제를 마주하곤 했습니다. 치료사로서 늘 안타까웠죠. 간단한 언어 치료 검사로 아이의 발달에 맞는 상담을 해드리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리길 바랍니다.” 

운명과 같은 언어 치료사의 길
석 대표가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였다. 6개월 동안 세 번의 수술을 받으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 못 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크게 다쳤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재활 치료를 오래 받았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자 자연스레 치료 과정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석 대표는 당시 언어 치료는 오래된 학문은 아니었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었고 시작하니 적성에 잘 맞았다. 처음에는 동래구 복지관에서 언어치료사로 3년간 근무하다가 병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동료 언어치료사와 함께 스터디를 하며 언어치료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를 진행할 수 있었다. 

“SVRT 연구소는 김한섭 선생님, 강수진 선생님, 원치훈 선생님과 함께 단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과정을 절반 이상 단축해 환자 중심 치료로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염려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치료실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아직 언어치료사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기위해서는 서울이나 대구로 가야 한다. 석우진 대표의 목표는 언어치료학회를 만들어 언어치료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하나의 구심점을 만드는 것이다. 함께 토론이나 연구도 하고 논문 리뷰도 하는 등 언어치료를 더 좋은 학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김은비 기자  eunb@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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