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을 찾아서

선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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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놓여있다. 캔버스 위의 흑과 백으로만 나타난 숲과 길 속에는 보고 있는 이로 하여금 다시 환원하게 만든다.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 그곳에 가면 시간과 공간을 종종 잃는다. 시공간을 인지할 수 없게 만든다. 멈추면 평화롭다. 맑고 고상한 유토피아적 세계 속에서 현실의 고통을 잠시 던져 놓는다. 선의영 작가의 작품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다. 오래도록 찾아 헤맸던 유토피아가 캔버스 안에 나타나 있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그림 속에서 멈춰서 한동안 보고 있었다. 그 그림으로 들어가서 숨 쉬고 싶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무릉도원은 파라다이스로 묘사되어 있다. 무릉도원은 당시 백성들에게 지독한 현실에서 혹은 속세에서 떠나게 해줄 간절함이자 영원한 꿈이었다. 백성들은 난세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무릉도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 데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무릉도원을 간절하게 꿈꾸며 살 수 있었다. 바로 선의영 작가의 미학의 시작은 ‘몽유도원도’에서 시작한다.

선의영 작가가 추구하는 도원은 한 세계의 시선을 두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시선을 확장한다. 주제에 맞는 걷어냄과 다시 덮음과 겹침을 통해서 철학적인 유토피아의 세계관으로 향하고 있다. 선의영 작가에게 먹은 생각과 윤리다. 먹을 통해서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이상에 도달한다. 도식화된 자연을 먹으로 덮으면서 내면의 세계를 드러낸다. 한 면을 다시 덮음으로써 근본적인 도에 도달하고 있다.

선의영 작가는 산수의 내면에 대한 사색과 깊은 통찰로 한국의 미학을 재창조한다. 이전의 작품세계의 세계관이 절제된 세계였다면 현재의 작품세계는 주제에 맞게 걷어낸다. 서사적으로 안을 보여줌으로써 ‘절제된 도덕과 이성을 걷어내자’라는 의견을 내포하고 있다. 비로소 모든 것이 완전해진다. 선의영 작가만의 도원경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불멸이다.

 
선의영 작가의 탄생은 한국 미학계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 산천의 아름다움을 사생하는 데 선의영 작가는 독특한 화법을 창안해내 회화미를 발현하는 데 성공해냈다.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 인가를 조명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는 보는 이에게 화폭에 들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입체적이고 그 곳에 서서 시간을 멈추게 만든다. 선의영 작가의 작품을 보았을 때 그림 속에 시가 담겨있다. 독자적인 양식과 서사가 보는 사람에게 도달할 때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선의영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미학이다. 미(美)와 예술. 선의영 작가의 작품은 초월적 가치를 가지고 미를 바라본다. 잔인한 걸 그리더라도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선의영 작가의 작품은 계속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곳으로 흠뻑 빠져들고 싶은 충동에 빠졌다. 화폭에 담겨 그곳에 유영하고 싶었다. 또한, 선의영 작가는 내내 작품 생각을 하고 있다. 천재적으로 주제와 테마를 정해서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고 있다. 선 작가는 모덕하게 자연을 재해석하고 있다.

도식화된 하나의 세상 속에서 파도의 결부터 바람의 숨결과 나무의 맥까지 강이 떠나는 길까지 생각하고 있다. 선의영 작가의 길 속에서 길을 제시하고 숲속으로 바람이 빠져 나가는 걸 느낀다. 단 선의영 작가는 길을 제시할 뿐 방향 제시는 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작품 속에서 고운 결을 느낀다. 숨을 쉰다. 자연 바람이 불어온다. 그 세계는 관람객들이 가장 원한 이 세상에 필요한 유토피아다.

현시대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했을 때 선의영 작가의 작품은 불가결의 존재다. 세상 사람들에게 작품 속에서 편히 쉬라고 말하고 선 작가만의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이백(李白)은 「산중문답」에서 ‘복사꽃 실린 물이 아득히 흘러가니 별천지로구나’라고 읊었다고 한다. 현시대에 필요한 작품, 천재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선의영 작가와 그에 관련한 유토피아를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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