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수를 놓다. 서양의 숨결을 불어넣다

섬유 Artist 박명숙

  • 입력 2017.09.15 17:48
  • 수정 2017.09.15 17:56
  • 기자명 김병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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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의식주 중 하나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자,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표출의 도구이다. 또한 옷차림새는 그 사람의 품격과 성격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자신’이기도 하다. 박명숙 작가는 관습적으로 내려온 옷의 형식을 타파하고, 자신만의 예술로 승화해 낸 염색디자이너다. 천연염색이라는 동양적 소재를 지퍼와 레이스 등 서양적 소재로 접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냈다. 51세, 뒤늦은 나이에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박 작가. 8월 1일 연지갤러리(청도 소재)에서 11번째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업사이클링 – 새로움의 창조
박 작가는 염색 디자이너 명칭보다는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더 무궁무진한 섬유 Artist란 명칭을 더 좋아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옷을 모두 손수 디자인해 입을 만큼, 옷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일괄적으로 만들어진 기성복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그는 조금씩이나마 고쳐 입는 것을 좋아했다. 최근 ‘업사이클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박 작가는 청바지를 가방으로, 가죽바지에 레이스를 달고 넥타이를 조각내어 옷으로 만들어 입는 매번 새로운 시도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작가로 데뷔한 지금도 그 힘이 작품 활동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날 우리 취재진 앞에 보여준 가방 역시 박 작가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가방이었다. 한 면은 청바지를 조각내고 다른 한 면은 검정 공단을 조각내어 접목해 만든 이색적인 가방은 그가 얼마만큼 젊은 감각을 소유하고 있는지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똬리 튼 가방끈은 가방에 동양적 감각을 느끼게 만든다.

동양에 서양을 더하다              
천연염색은 동양적 색채가 물씬 느껴지는 소재다. 그렇기에 한복과 개량한복의 옷감으로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박 작가는 다른 이들처럼 애써 동양의 느낌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천연옷감에 서구적인 디자인을 가미했다. 불편한 끈 대신 큐빅이 박힌 지퍼로 실용성과 심플함을 표현했다. 여기에 아름답게 수놓은 자수는 옷에 생기를 더했다.      

박 작가는 주테마가 나비다 
동양과 서구의 양식이 혼합되어 편협하지 않고 유연성이 있는 스타일의 완성을 추구했다. 염색된 천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꽃과 나비, 별, 달, 사람을 자수로 표현하였고 일상과 예술을 접목해 포스트모던의 뒤를 잇는 스타일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응용하여, 담백하고 자연의 멋을 가미하였다. 또 일본 홀치기 염색에 디자인하여 우리 염색의 느낌과 다름을 표출하였고, 나비, 꽃 등을 이용하여 여심을 그렸다.

끝없는 예술혼이 만들어낸 그의 예술세계
박 작가는 대학 생활을 끝으로 오랫동안 예술 활동과 단절해왔다. 집안에서 주부로 육아와 가사 일에만 신경을 써온 그는 어느 날 힐링을 위해 일본여행을 계기로 다시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 여행에서 박 작가는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커피숍에서 젊은이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 미뤄둔 자신의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 3일 만에 작업장을 계약해 염색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십 번의 손길이 오가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예술을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낮밤 없이 그 일에 매진해왔다. 

2009년 처음으로 박 작가는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개인전을 시작했다. 그날 이후 그는 매년 개인전 혹은 초대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 세월만큼이나 박 작가의 작품을 이제는 이해하고 좋아하는 두터운 팬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때 파격적인 패션디자인으로, 박 작가의 작품을 부담을 느끼던 주변 사람들조차 이제는 박 작가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 응원하고 있다. 

“처음 국내 전시할 당시 파격적인 저의 작품을 어려워 해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매번 입고 사람들에게 제 작품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저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남에게 아닌 자신에게 마음에 들 때까지 염색하고 제작한다. 이제는 제 작품의 팬과 모델이 되어 전시회 때마다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는 것이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먼 창원에서 온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너무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복 아닌 변화 : 끊임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다
뒤샹의 ‘샘’이 갤러리에 처음 전시된 파격만큼이나, 옷을 갤러리에 전시하는 일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박 작가는 첫 전시회부터 패션쇼의 런웨이가 아닌 갤러리를 택했다. 또한 갤러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틀이 아닌, 판넬에 광목천을 입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였고 이제는 나무틀을 짜고 은박지를 사용하여 작품을 전시하여 또 다른 작품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최근 담양 축제에서 그의 시도는 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갤러리 전시 뒤 예상치 못한 모델들의 런웨이는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아름다운 모델이 아닌 평소 자신의 작품을 즐겨 입던 각계각층의 여성들을 모델로 그들의 개성을 통해 박 작가의 작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전시회뿐 아니라, 작품 판매 역시 기성복처럼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같은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구입하는 이의 성향과 그리고 박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성을 보태어, 매번 다른 모양과 자수를 넣는다. 그래서 박 작가의 작품은 모두 단 하나의 작품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만큼 직접 만들거나 혹은 외국에서 구입해오기 때문에 같은 옷감이 다른 작품에서조차 다시 사용되기 어렵다. 

더불어 그는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한 바 있다. 화가의 그림을 모티브로 염색천에 ‘홀치기’와 ‘자수’로 꽃, 나비, 별, 달, 구름, 나무 등 자연의 멋을 표현했다.

 

프로필
1974 부산남성여고 졸업
1979 동아대학교 응용미술과 졸업(염색전공)
2008 일본 동북지방 전통 염색연구
2009 박명숙 개인전 / 성산아트홀 / 창원
2009.12 성산아트홀 전시 동 內 갤러리 운영 / 창원
2009 베이징 인터내셔널 아트 페스티벌 / 중국 베이징
2010.11.13. 부산영화제 협찬 / 서갑숙 의상 / 부산
2011 박명숙 개인전 / ART FINGER FORUM / 일본나고야
2012 박명숙 초대전 / 진도 나절로 미술관 / 진도
2014 박명숙 부스개인전 / 그리스 아테네 국립미술관 / 그리스 아테네
2015 담양 세계대나무 축제 패션쇼 / 담양
2016 박명숙 개인전 / 성산아트홀 / 창원
2016 박명숙 개인전 / 부평아트스페이스 / 부산
2017 Design & Craft / 경남도립미술관 GAM space / 창원
2017.8.1 박명숙 개인전 / 연지갤러리 / 청도
2014~ 현 박명숙 갤러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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