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디자인 개념은 19세기부터 정립되어 온 것이지만,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행한다는 디자인의 광의(廣義)를 따르면 인간의 문명생활은 디자인과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특히 인간의 생활환경과 관계를 맺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현대인의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의 본령(本領)을 묻기 위해 인간, 자연, 행복을 지향점으로 한다는 ㈜예은디자인 그룹의 박준홍 대표를 찾아가 보았다.
아이들을 배려하던 마음으로
부산의 동래구 안락동에 위치한 ㈜예은디자인그룹은 2016년 8월에 설립된 신생 디자인 회사다. 관공서와 초, 중, 고등학교의 환경디자인(environmental design)을 주 영역으로 하다가 현장에서 생기는 필요에 의해서 인테리어 및 건물 내부를 시공하는 역할을 겸하게 되었다. 부산의 아파트촌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부산만을 활동영역으로 하지 않고 경상도 전역과 제주도까지 활동영역을 뻗어나가고 있다.
박준홍 대표는 흔히 인테리어 시공은 ‘매뉴얼’과 ‘비 매뉴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매뉴얼 시공은 발주처의 지침에 따라 시공하는 것이고 비 매뉴얼 시공은 의뢰자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고객의 가치관과 미적감각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박준홍 대표는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잘 파악하고 그를 반영한 방향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어 나가면서도 그 안에서 최대한 실용성과 활용성을 찾아 내 보태고 있다.
예은디자인의 강점 중 하나는 다수의 학교 디자인을 시공한 경험에서 나온다. 예민하고 신체적으로 약한 시기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테리어를 많이 맡다 보니, 세심한 부분까지 포착하고 고려하는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박준홍 대표는 시각적인 만족감과 동시에 사람들이 공간을 직접 이용하는데 있어서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를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공에 드는 자재 하나 하나를 겉으로 표현하는 색깔 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질감, 더 나아가서 오염에 대한 내성, 내구도 등도 고려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공의 마감에 있어서도 하자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
건물이라는 화선지
부산 출생의 박준홍 대표는 학창시절을 거쳐 계속해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때부터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박 대표는 고등학교때 미대 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진로의 이유로 부모님이 회화과로 진학을 반대해 디자인 방면으로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원래의 뜻을 꺾지 않았고, 부산대학교에 진학하여 한국화를 전공했다. 박 대표는 이후 먹과 물의 조화로 농묵의 변화를 자아내는 특징 등 한국화의 ‘물성’ 에 푹 빠졌다고 한다.
얼핏 현재의 디자인 인테리어 분야와 박 대표가 전공한 동양화는 멀어 보인다고 물음을 던지자, 박 대표는 흔히 한국화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여백의 미’는 인테리어가 가지는 특성과 접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건물 또한 채우는 부분보다 비우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인식이 시공에 맞추어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건물을 다루는 것은 평면과 입체적인 부분, 조형적인 부분을 함께 다루는 토탈 아트(total art)적인 성질이 있다며, 미술을 전공하면서 배운 감각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데에 많은 이점을 주었다고한다.
박준홍 대표는 앞으로 예은디자인을 인테리어 디자인의 시공을 수주만 받는 회사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는 역량을 가진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한다. 다만 시공을 얼마나 하느냐를 너머서 박 대표가 가진 디자인의 방향이 있기 때문에, 회사의 운영을 더 안정적이고 활기차게 해 나갈 수 있다면 스스로 개척하고 개발해서 예은디자인만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내어 놓을 수 있는 회사로 나아가고 싶은 것이 박 대표의 꿈이다.
마지막으로 박준홍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 단순히 시공의 기술적인 측면 뿐만이 아니라, 인테리어를 하나의 예술적 분야로서 인지해 미적이고 감성적인 측면과 기능, 기술적인 측면 모두 균형있게 종합적으로 감각을 갖춘 기술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하며 자리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