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연구를 꿈꾸다

벤처기업 경영자에서 오롯이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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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재료공학과 정호신 교수의 첫 이미지는 천상 ‘교수’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색 바랜 회색 머리에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가 그가 가진 신념이나 곧은 성정(性情)을 짐작케 했다. 인터뷰 이전에도 실험을 진행하다 왔다는 교수의 말에서 그가 가진 연구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들을 위해, 좋은 기술 개발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오늘도 바쁘게 연구중인 정호신 교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교육에 대한 신념과 열정
정호신 교수는 국립부경대학교 재료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연구실은 늦은 시간 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내후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지만, 학생들을 향하는 애정은 누구 못지않게 대단하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가치 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가 실험실에서 전적으로 전담하며 학생들을 보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만나면서 보람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조교나 대학원생들에게 실험을 맡길 수도 있지만 모두 제가 지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재료공학과 특성상 실제로 실험을 해 보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죠.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피드백 해 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나고야 대학에서 유학생활한 당시를 떠올리며 끊임없는 탐구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했다. 그 역시 지도 교수의 철저히 연구 결과에 대한 감독 아래 발전을 거듭해 왔던 지난 날 덕분에 교수가 된 이후에도 자연스레 이러한 원칙이 신념처럼 자리 잡았다. 학생들에게 경험이 최고의 가치임을 강조하며 학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일본 유학 당시 지도 교수님의 배려로 저는 어떤 유학생들보다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위원장으로 회의 주재도 해보았고 큐슈에서 동북 지방까지 일본 전역을 돌며 주요 기업체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구 지도를 해주셨던 교수님의 열정을 저 역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산업계에서 가뭄 중 빗물 같은 존재로
정호신 교수는 현장에 직접 내방해 기업들에게 무료로 기술자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손길을 내민다. 정 교수가 기업들에게 잇따른 자문 요청을 받는 이유는 교수이기 전에 벤처기업을 창업해 10년 동안 이끈 기업가였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이끈 웰텍 코리아는 2000년 5월에 출범해 금속과 텅스텐카바이드를 접합한 기술로 신뢰성 높은 공구를 제작하는 기업이었다. 기존의 합금강 공구에 비해 수명이 15~40배에 달한 제품을 개발했다. 처음 2년 동안은 단가 문제로 수요처 개발에 노력했지만 모두 거절당하며 국내에서 단 한군데도 쓰이지 못했다. 정 교수는 고심 끝에 일본 시장으로 진입했다. 품질을 엄격하게 따지는 일본에서 인정받는다면 국내에서도 곧 도입하는 회사가 많아 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정호신 교수의 계획은 적중했다. 성능과 품질 면에서 모두 뛰어난 정호신 교수의 기술은 일본에서 안정적인 진출을 이뤄내었고, 국내에 역으로 진출하는 성과도 이룩했다. 국내 기업들에게 생산비와 인건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재료 공학이라는 전공은 현장 기업과 밀접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다시 현장에서 도움을 주는 이유는 남다른 보람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은 다양합니다. 문제에 따른 원인 조사와 분석, 대처법을 꼼꼼히 살피고 양심껏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경영자들이 고맙다는 말을 전달해올 때 가슴이 떨립니다.”

그는 경영자들에게 기업이 인재 육성을 위한 발판이 되길 조언한다. 학교와 유대관계를 맺어 직원들의 산업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고 자체적인 연구 개발에 앞장서야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문제점을 대학원생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대학원생들이 설 수 있는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 그 역시 인재들과 함께 우리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진행해 실행에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호신 교수는 1992년 미국 MIT에서 진행한 연구를 이용해 얻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뜻이 맞는 기업과 함께 기술 이전을 도모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연구를 해라”
정호신 교수는 조선 산업에 대한 비전이 가득했던 시절, 조선공학과로 진학했다. 당시 최고의 경쟁률과 학업능력을 자랑했던 조선공학과는 수학적인 기본 소양은 갖춰야했으며 학문의 깊이도 남달랐다. 당시 이과 중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을 뛰어넘는 커트라인이었으니 그 경쟁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공학 연구가 적성에 맞았던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공부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자연스레 일본으로 유학을 결정했고 나고야 대학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정 교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용접공학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마스모토 교수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지도를 받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뛰어난 지도 교수 아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노벨상을 배출한 일본이 산업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던 이유를 스스로 깨달았다. MIT 유학에서는 학교 교수들이 경영하는 기업체나 대학원생들이 핸들링하는 기업들도 꽤 보았다. 실무와 가까이 있는 학문이 공학이라면 교수가 된 이후에도 현실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호신 교수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연구를 해라’는 지도 교수의 가르침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가시화하고 싶다는 큰 꿈을 가졌다. 

정호신 교수는 일본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포항 RIST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후 부경대학교로 옮겨 학생들을 만났다. 좋은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연구 성과를 거듭해 내고자 하는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생각했던 이상은 현실과는 사뭇 달랐다. 신설학과에서 첫 단추를 꿰는 일이 쉽진 않았다.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이에 따른 여의치 않았던 어려움도 있었다. 그의 학교와 학생의 발전을 위한 연구 열정은 이에 지칠 여유가 조차 없었다. 각고의 노력 덕분에 학교는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학생들을 위해 나고야 대학과 학과 연계로 세미나를 진행하며 15년간 성장을 도모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정 교수 역시 보람된 성과였다. 이후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 기업체를 경영했고 모든 연구와 노하우를 접목시켜 국립 부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대학 교육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연구 비전을 제시하는 정호신 교수. 조선공학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된 학문의 뿌리가 학생들을 위한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정호신 교수의 끝없는 노력은 끝이 없다.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 부경대학교 정 교수의 인자한 미소에서 대학교육의 내일을 만나볼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프로필

1983~1987    나고야 대학 대학원 금속 및 철강공학과 (공학박사)
1992~1993    MIT 재료공학과 Post-doctoral Associate
1987~1989    RIST 용접연구센터 주임연구원
1989~현재    부경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교수
2000~2010    벤처기업 WELTEC Korea(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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