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방인(異邦人)인가?

이승우 편집주간 / 경영학 박사l승인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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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서적에 질병 원인 규명과 예후의 정의에서 가역성(reversibility)이란 용어가 페이지마다 등장한다. 가역성은 물체의 운동변화가 시간을 역행해 원래 모습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예컨대 동일한 호흡기질환에서 천식은 치료가 가능한 가역성이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완치가 절망적인 비가역성으로 분류된다.  

우리는 이 용어와 접목시켜 영위하고 있는 외국 생활에서 가역성인가 비가역성인가를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외국 생활은 외롭고 지친 탓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미래를 외면한 지극히 현실만을 추구하는 외국인으로 안착하거나 아니면 망상에 사로잡혀 근거 없이 들뜬 이상주의 생활을 갈망하는 양자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는 피동과 능동으로도 세분화할 수 있다.     

처음 우리 모두는 이곳에 상륙할 당시 생각은 동일했다. 치열한 적자생존의 현실을 벗어나 좀 더 여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찾아 화려한 경력에 노하우까지 등을 정리하고 키르기스 공화국을 운명적으로 선택했다. 학업도 마찬가지다. 재력과 학벌로 계급사회가 형성되는 그들만의 한국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이곳 학업 제도권에 진입했다. 

그래서 우리는 탈 한국을 선언할 당시 순수했고 청운의 꿈도 왕성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현실에 유린당해 되돌릴 수 없는 막대한 금전과 시간을 투자한 수학 기회마저 포기하고 귀향길에 오르거나 다부지게 설계한 인생 2~3막이 타인의 손에 무참히 허물어지는 등 비가역성으로 돌변하고 있다. 회복 불가능한 루머에 갈등과 모함, 재산 침탈 사건이 벌어지곤 했다. 안타깝게 우리 교민사회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근거 없이 폄하하는 중국인을 보자. 중국은 세계경제의 패권을 이미 쥐락펴락한다. 자본과 대량생산에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상품이 세계 장터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중국으로 인해 세계 경제질서와 금융 등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거시경제 뿐인가? 키르기스스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중국인의 경제적 위상을 모두 실감하고 있지 않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중국인들은 키르기스에서도 상호 자본을 각출해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거나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펼쳐 수익을 낸 뒤 이를 공정하게 배분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어떠한가? 교묘한 방법으로 동업자나 투자자의 자본을 갈취, 편취하거나 오히려 발목을 잡는 사례가 불거지곤 한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중앙아시아에 펼칠 기회를 얼마전 상실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그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통감한다.

그래서일까? 키르기스 공화국에 대한 한국 대기업의 투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투자를 약속한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이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거나 철수했다. 수출입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인 한국경제 위상과 동떨어진 현실이다. 소인구의 국가에 한국대사관이 있고 10여 명에 달하는 코이카자문위원의 파견에 키르기스와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가 매주 수백 명의 한국인을 이곳에 쏟아내도 희망의 투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럴만한 뉴스도 없다. 

유독 키르기스 공화국에서만 성공가도를 질주하는 경제인이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가역성을 상실한데다 이방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우리 모두는 현재 까뮈의 이방인(異邦人)의 주인공 같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성, 그리고 외계와의 단절된 생활에 기성의 권위와 도덕을 일단 부정한다.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지도 않는다.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묘사된 주인공 ‘뫼로소’는 어머니의 죽음과 애인과의 사랑도 별 의식이 없다. 마치 타인인 듯하다. 결국 그는 특유의 고집으로 사형을 언도받아 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이제 민간인 협의체인 교민사회 집행부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될 것을 희망한다. 교민사회 집행부가 이방인이 아닌 의식 있는 협의체, 적극적인 참여자로 교민의 애로를 대변하고 비가역성 교민을 가역성으로 돌려주는 치유자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리고 선거로 일시 분열된 교민사회 여론도 봉합되길 갈망한다.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 아닌 위대한 한국인 아닌가?

▲ 본지 편집주간 / 경영학 박사

이승우 편집주간 / 경영학 박사  faith823@hanmai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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