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하고 강력한 에너지 산업을 향하여

원자력 발전의 미래

  • 입력 2017.07.26 14:07
  • 수정 2017.07.26 14:26
  • 기자명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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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 에너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탈원전 여론은 계속해서 힘을 얻어 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원전 제로’를 공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전의 경제성과 연료공급 안정성 및 전력생산 신뢰성 등의 장점을 강조하는 한편 원전에 대한 우려를 과장된 것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전력생산의 30퍼센트를 비교적 적은 숫자의 원전이 담당하고 있고, 이미 한국은 원전기술에서 60년의 역사를 가진 경쟁력 있는 원전기술 강국이다. 그렇기에 원자력 발전의 안전에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잠재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들도 존재한다. 이에 원전의 산업적 발전을 위한 연구와 교육에 힘 쏟는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학처장을 맡고 있는 장중구 교수를 만나 보았다.

원전 실무 전문가의 산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이하 KINGS)는 지난 2012년 UAE 원전수출을 계기로 한국전력을 비롯한 원전관련 5개 공기업들이 공동으로 출연하여 설립한 대학교이다. KINGS는 원자력산업분야 실무지도자 양성 및 신기술 개발 그리고 개발도상국 대상 기술나눔이 설립목표이다. 다른 여러 대학교에도 원자력공학과가 존재
하지만, KINGS는 원자력 발전 산업 분야 지도자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실무중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는 입구를 지나 교내에 진입하면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KINGS의 학생들은 내국인 50퍼센트 외국인 50퍼센트의 비율로 선발되고 있다. 내국인 학생은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등 전력공기업의 사내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은 케냐 베트남 남아공
UAE등 원전 수출 중점 추진국가들의 전력관련기관에서 추천한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KINGS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공학 분야와 원전 설계, 건설, 운용 및 경영에 관한 제반 교육을 아우르는 다학제 형식이다. 1학년에는 공통 필수 및 선택과정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는 팀 티칭, 팀 러닝 방식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2인 이상의 각기 다른 분야 교수들이 팀을 이루어 역시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된 팀과 함께 원전 산업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필요
에 따라 현장 전문가의 특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장중구 교수는 KINGS의 교학처장으로서 보다 나은 교육환경 조성과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대학원답게 교육과정이 원자력산업 현장의 실무와 직접 연결되도록하는 한편, 현재 25%인 외국인 교수의 비중을 4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 밖에도 KINGS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국제대학원이기에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한 문화교류 프로그램 (Cross Cultural Program)을 지원하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모국의 원전산업 현장에 돌아가서도 한국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궁극적으로 원전기술 수출에 이바지 하도록 동문회 활성화 지원사업도 진행 중이다.

장중구 교수는 전기공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원자력발전소 전력계통설계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을 교육 및 연구하고 있다. KINGS 원자력산업학과에서 전기공학분야의 주 역할은 원자력 발전소 내·외 전력계통의 설계, 시공, 운전 및 유지관리에 대한 연구이다.

특히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화두로 떠오르는 원전의 안전성 증대를 위한 전기 설계개선이 장 교수의 주 관심사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여러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원자력 안전계통에 전기 공
급이 끊긴 것이 노심용해(Meltdown)의 주된 이유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장 교수의 최근 연구 역시 원전에 공급되는 소·내외 교류전원이 상실되었을 때(SBO) 원자력 안전계통에 대한 직류전원 공급시간을 현재 8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늘이는 방안과 장시간 교류전원상실시(ELAP)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도록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 등이다.

현장에서 키운 전문성
장중구 교수의 고향은 경기도 여주로 중학교 시절 까지 여주에서성장했다. 고등학교는 서울로 진학하고자 했으나 당시 때마침 고교 학군제가 시행되어 뜻을 이루
지 못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업화 정책에 따라 1973년 설립된 금오공업고등학교 전자과에 국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고교 재학중 학군단 훈련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준사관으로 임용되어 해군에서 복무했다. 군 복무 후 인하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처음으로 택한 직장은 한국전력기술(주)이었다.

장중구 교수는 여기서 최초의 한국형 원전인 한빛원전 3,4호기 전력계통 설계를 비롯한 원전설계에 참여하는 등 한국전력기술에서 8년여를 근무하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 ‘세계화’ 바람에 영향을 받아 공기업을 떠나 1993년 초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도시바, 히타치 등과 같은 회사의 사업모델을 참고로 산전분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했는데, 장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발전소 설계경험을 살려 정보통신사업본부와 산전사업부 등에서 빌딩, 플랜트 및 발전소 자동제어설비 사업개발과 기술영업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삼성전자는 산전사업에서 철수했고 장 교수는 1998년 말 삼성을 떠나게 되었다. 이후 잠시 동안 인터넷 포털 사업을 진행하다가 한국전력기술에서의 설계경험과 삼성전자에서의 사업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설
계 전문회사인 상진기술엔지니어링(주) 운영총괄(COO) 겸 기술총괄(CTO) 임원 역할을 맡았으며 이때부터 국내·외 다양한 SOC와 발전소 설계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장중구 교수가 설계 실무자 혹은 책임자로 참여 하였던 주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한국전력기술 재직 중에는 우리나라에 처음 건설된 평택 LNG 인수기지 의 품질검사를 필두로 앞서 말한 영광원전 (현재 한빛원전) 3,4호기 그리고 울진원전 (현재 한울원전) 3,4호기 전력계통 설계에참여하였다. 삼성전자에서는 사업개발과 함께 빌딩자동제어설비(신라호텔), 발전소 자동제어설비(서울화력), 전력감시설비(에버랜드) 수주 또는 시공책임자로 일하였다. 이후 상진기술에서는 도로터널, 지하철, 항만, 산업단지, 환경설비 등 다수의 국가SOC 사업 입찰 및 실시설계를 수행하였으며, 특히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로 꼽히는 시화조력발전소 전기설비 설계와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전력설비공사 컨설팅,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력계통 설계 컨설팅 등의 프로젝트는 장 교수가 참여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장 교수는 국내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건설한 사우디아라비아의 Yanbu II 화력 발전소, 복합화력 발전소 오만 수르(Oman Sur) 등의 전기분야 설계 책임자로 일한 것과 해외 원자력 발전소(UAE BNPP) 설계사업에 참여한 경험 등을 힘들었
지만 보람 있었던 일들로 회상했다. 그리고 2013년 장 교수는 이와 같은 실무 경험과 실적을 인정받아 KINGS에 실무 전임교수로 임용되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던 IMF 외환위기 시절 오히려 학업에 투자하여 2001년 명지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던 것도 임용에 크게 작용하였다.

현재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가진 자신의 이력을 빗대어 스스로를 ‘직장생활 전문가’로 농담 삼아 이야기 하는 장 교수는 조직 운영책임자로서 동료들과 보다 더 세심하게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으로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자격(KAC)도 취득하였고, 관련한 저서(해피텔링, 공저, 모카북)도 냈다. 또 어린 시절 가졌던 문예의 꿈을 살려 시집도 준비 중이다.

장중구 교수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저서에서 ‘현재는 미래의 뒷모습이다’라는 한 구절을 빌어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장 교수는 “미래는 시류를 쫓는 자 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자의 편이고, 현재의 기반이 없는 미래는 존재
할 수 없다”라며 같은 맥락에서, 신재생 에너지 또는 대체에너지 등이 갑자기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장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국의 원자력발전 산업이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50여년의 긴 세월이 걸렸던 사실. 또 오늘날 예상치도 못했던 유가하락을 몰고 온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 또한 그 개발역사는 1차 오일파동 시기인 1970년대부터 계속되어 왔다는 점.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적극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풍력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풍력발전설비 이상으로 기상변화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탈 원전을 선언하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 특히 풍력발전설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독일은 기계기술과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우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정책에 따라 풍력발전설비와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가 급속도로 증가했으나 전력망 계통연계 부족 때문에 발전설비 가동을 중지해야 하는 기풍(棄風)과 기광(棄光)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의 비중을 20%까지 늘이겠다고 밝힘에 따라,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러 대학교들이나 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연구나 사업을 위해 더욱 바쁘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
해 장 교수는 사업자들이 정부지원금을 지원받는 일에만 치중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이슈성 있는 부분들 보다 신재생 에너지설비 실용화를 열어주는 이면 기술과 확산을 가능케 하는 연계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자리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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