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혐오의 시대-서로를 증오하는 사람들

동국대학교 조동기 사회학과 교수

  • 입력 2017.07.17 22:15
  • 수정 2017.07.18 12:52
  • 기자명 김나영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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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인 도날드 트럼프는 선거 유세를 진행하는 내내 여성과 무슬림, 약자와 이민자들을 향한 혐오 발언과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자국민의 실업 원인을 이민자들에게로 돌리며 배타적이고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막말과 비난으로 인해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조차 되지 못할 것이라 여겼으나 트럼프는 힐러리를 누르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러한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트럼프의 말과 정책이 중산층 대중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또한 2016년 발생한 일본의 장애인시설 살인사건은 사회적 약자나 특정 계층에 대한 분풀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그 목적이나 대상은 다르지만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논란이 많았음에도 여성혐오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매듭지어졌다. 범인은 ‘여성’이라는 특정한 성별을 대상으로 삼았고 1시간 동안 적합한 ‘여성’을 찾는 등 불특정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특정한 범죄였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매체를 넘어 인터넷, SNS 등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곧 우리 사회의 혐오를 단면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남았다.

하이퍼리얼리즘은 미술의 경향 중 하나를 말하는 것으로 극사실주의를 의미한다. 이는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의미하며, 원본을 흉내 낸 가짜들로 이뤄진 가상세계임을 말하기도 한다. SNS는 하이퍼리얼리즘과 유사한 맥락에서 존재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인터넷 카페까지 모두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했을 뿐, 이 세계가 진짜라고 믿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상공간의 구분이 모호해짐과 동시에 우리의 사회는 이른바 ‘내 손 안의 작은 세계’로 변환되었다. 특히나 휴대폰을 놓지 않는 현대인들에게는 이 현실의 구분이 더욱 모호하게 다가온다. 과거에는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했던 것들을 이제는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실제 체험한 것처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라인 속 도처에 깔린 혐오의 그늘이다. OO녀, 맘충, 틀딱충, 급식충 등 혐오는 곳곳에 혼재되어 있고 이는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본 기사에서는 이러한 혐오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고 고찰해보고자 동국대학교 조동기 사회학과 교수를 취재했다.
 

동국대학교 조동기 사회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조동기 사회학과 교수

Q. 혐오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A.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혐오 현상은 경쟁이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성별 간에 나타났던 혐오주의가 최근에는 노인층, 주부 등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주의도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혐오 현상의 가장 큰 공통분모는 사회적 경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혐오주의의 등장을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두 가지 사회문화적 요인이 결합되어 성별 간 경쟁이 심화되어 왔습니다. 하나는 성평등주의 확산에 따른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청년층 사이의 심각한 취업난입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주의가 강했던 우리 사회에 성평등주의가 확산되면서, 남성들의 지위에 상응하거나 넘어서는 정도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 일부 청년 남성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가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는 사회적 경쟁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 증폭되는데, 특히 청년층에서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전통적으로 주로 남성끼리 경쟁했던 노동시장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나아가서 각종 고시결과 여성들의 우세가 보여주듯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우수한 실력을 내는 경우도 생기면서, 남성들이 취업 실패의 원인이나 취업에 따른 불안감 등을 사회적 약자이면서 경쟁상대가 되는 여성들에 전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신들의 불행에 대해 여성을 일종의 희생양으로 삼아서 비난을 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혐오주의가 출현하게 되는 것이죠.

노인 혐오주의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교육-노동-여가라는 산업사회의 표준화된 생애주기가 붕괴되면서, 청년층은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퇴직 지연이 발생하거나 노인들이 재취업을 추구하게 되면서 노인층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대상이나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혐오와 SNS에도 연관이 있을까?
A. SNS를 포함한 사이버공간은 현실적인 사회구조가 드러나는 장이지 그 자체가 현상을 발생시키지는 않습니다. SNS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혐오주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여성혐오주의의 경우 사회 전반의 성평등주의 확산에 따른 여성들의 사회참여 증가라는 요인이 청년층의 취업기회 축소라는 구조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성별 불평등 구조에서 우위에 있던 남성 집단이 소수자 집단인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실패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만 SNS와 같은 사이버공간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더 쉽게 드러나고 증폭되는 측면은 분명 있겠지요.
  
Q.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운 혐오를 없앨 방법이 없는지?
A. 이에 대해서도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는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발생 원인을 고려하면 먼저 구조적으로 경쟁의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집단 간 경쟁이 사라지면 상대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사라진다는 것이 사회학적 연구의 결과입니다), 사실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인 추세, 산업구조의 재편, 인구학적 특성의 변화 등과 맞물려 있어 경쟁의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장기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다음으로는 문화적으로 평등주의(성평등주의, 연령평등주의 등)가 더 확산되도록 해야 하겠죠. 예컨대 우리 사회가 강한 남성중심적 성차별주의 문화에서 성평등주의로 빠르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가진 일부 남성 집단의 저항이 여성 혐오주의로 변질된 것으로 보이므로 성평등주의가 더 확산되면 혐오주의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다 단기적인 대책은 집단 간의 소통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그들’ 집단의 나쁜 점만 보고 그것을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 집단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개방적이고 문화상대주의적인 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요. 특히 교육의 장에서 다른 성별을 포함해서 다른 집단을 이해하려는 문화적 소양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의 경우 다른 사람과 다른 집단을 이해하려는 열린 사고, 개방적인 태도 길러주는 공부나 활동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SNS와 같은 기술은 소통을 촉진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은 분명한데, 너무 기술중심주의로 흐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다양한 정보가 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구미에 맞는 정보와 사람만 골라서 접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성별만 허용하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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