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영화관에서 더빙판영화만 상영한다고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 더빙을 사용하는 이유

  • 입력 2017.07.07 10:34
  • 수정 2017.07.07 12:54
  • 기자명 장아연 대학생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영화 한편, 예를 들어 <해리포터>의 새 시리즈를 보러 극장에 들렀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더빙판을 선택할 것인가? 자막판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도 한국인의 대부분은 10대부터 자막판을 선택할 것이다. 자막판 영화는 그 배우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배우의 섬세한 감정연기까지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 더빙판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 특히 자막을 쫓아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유럽에서 영화, 드라마를 모조리 더빙하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여러 국가가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외국영화를 상영할 때도 자막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나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언어 보안법을 만들어 더빙을 전면 사용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자막이 필요 없을까? 대체 왜 그들은 더빙을 선호하는 것일까?

① 독일
독일의 문화예술담당 정부 부서에 따르면 독일이 전면 더빙을 사용하는 이유는 독일의 4백만명 이 넘는 문맹자들 때문이다. 8천만 명인 독일인구의 무려 5%가 문맹자인 셈이다.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독일에서 4백만의 문맹자들 때문에 모든 영화 (TV 포함)들을 독일어로 더빙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독일정부에서도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2년 전부터는 TV 를 통하여 문맹자들에게 읽고 쓰는 것의 필요성에 대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한다.

②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무솔리니의 영화에 대한 최초의 간섭은 침체된 이탈리아 영화 제작에 자금을 공급하는 법령이 통과된 1931년 6월에 나타난다. 1933년에는 영화의 모든 분야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령이 제정된다. 법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영화관은 외화 세편당 이탈리아 영화 한편을 상영한다. 이것은 5만명 이상의 시민이 사는 도시의 영화관에 적용된다.

2) 이태리어로 더빙되지 않은 외화의 상영은 금지된다.

3) 이탈리아에서 상영되는 모든 외화에 수입 관세가 부과된다.

4) 수준 높은 예술적 품위와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들에 대한 상금조의 예산을 총 200만 리라로 정한다

이 법령은 통제 차원보다는 일종의 보호 무역 주의적인 성격을 가진다. 여기서 외국 영화의 더빙의 의무화에 대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파시즘은 전통적인 어법에 간섭하고 체제의 부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대체 시키면서 일종의 검열의 형태이다. 파시즘이 영향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은 영화사무총국이 설립된 1934년 9월 24일이다. 이 기구의 통제는 영화 자본에서 제작에까지 무한적이었다.

③ 스페인
스페인의 더빙은 프랑코 정권의 문화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은 1932년 이후에 더빙산업이 일반화되었고 내전을 거치면서 재능 있고 명망 있던 예술인들 대부분이 살해당하거나, 박해를 피해 해외로 망명을 떠나면서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은 심각한 문화적 공백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메꿔준 것이 바로 3S정책, 그중에서도 영화였다. 프랑코 정권은 수많은 영화관을 건설하였고 그 결과 1950년대 후반에 이르면 스페인은 미국 다음으로 영화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된다. 당연히 영화를 자유롭게 제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정권의 구미에 거슬리는 내용이 있는 영화들은 가차 없이 편집을 당했다. 심지어는 정권의 검열을 통과한 뒤에도 가톨릭교회의 검열을 한 번 더 통과해야 했다.

스페인내전 이후에는 프랑코 정부는 이탈리아 무솔리니 언어 보안법에 영향을 받아 더빙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무솔리니의 언어보안법은 그 당시 이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채택한 법으로 크게 두 가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언어전체성으로서의 민족주의를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외국으로부터 들어올 민족주의에 해가 될 만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통제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게다가 이 시절 언론, 문화 탄압 과정의 일부로 스페인에 들어오는 모든 해외 영화는 혹시나 외국어 할 줄 아는 시민이 ‘위험한 사상’을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자막이 아니라 소위 그 ‘위험한 내용’ 자체를 아예 원천적으로 검열·삭제할 수 있는 더빙만 강제하였다. 프랑코 정부는 1940년대 초에 외화 원어 방영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1960대부터 다시 원어 방영이 허용되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진 더빙을 선호했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