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하는 분노사회와 4차 산업혁명기 국민평생교육권의 중요성

[고리들 작가의 미래시민칼럼 3] _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 입력 2017.06.19 13:48
  • 수정 2017.06.19 14:15
  • 기자명 고리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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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유복자로 태어났으며 가장을 잃은 어머니와의 삶을 살았다. 새벽마다 방직공장에 가시는 어머니와 아침식사를 함께 못했고 전철역 계단을 청소하는 어머니께 인사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어머니는 디스크 수술을 하시기 직전 74세까지 건물 청소부로 일하셨다. 최근 두 가장을 살인한 욱! 하는 분노조절장애나 피해의식 또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극단적 이기심과 공감능력 부재로 인한 범죄소식을 들으면서 이제 슬슬 시작일 뿐이란 불길한 생각이 든다. 한국은 앞으로 뜻하지 않게 가장을 잃는 가정이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경쟁 속에서 배웠으며 돈과 성공을 연관 지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 해장국 집에서 들은 어느 미혼모의 냉동실 보관 두 신생아 뉴스는 내 가슴을 더 깊이 조였다. 얼마 전까지 계부모의 아동살해 뉴스도 간간이 들려왔다. 이쯤 되면 사바나 초원보다 아마존 밀림보다 못한 상황이 아닌가! 

자살률이 높아지는 사회는 타살도 동시에 많아지는 법이다. 그 사회가 자기결정성 보장이 약했던 역사가 있다면 국민들은 자기주도성이 약해졌을 것이고 자기주도성이 약해지면 자존감이 약해지고 자존감이 약해지면 자존감을 살릴 방법을 각자 찾게 된다. 우울감을 잊기 위해 시작한 술 담배 마약 도박 등등 의존성이나 중독으로 보상을 하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갖기 위해 경쟁을 하다가 그 경쟁에서 밀리면 폭력과 분노로 보상을 하려 한다. 그러다가 소극적인 사람은 결국 자살로 마무리 하는데 성깔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폭력을 일삼는 삶을 살게 된다. 사회가 불공정하거나 계층이동의사다리가 부족하거나 하면 더 심해지는데 그런 악화에 대한 안전장치인 마을공동체 관계나 심신의 불편함을 두루 살피는 사회복지의 안전망이 없다면 자살과 타살은 점점 일상이 되어간다. 

보다 따듯한 인간미가 있는 대통령이 뭔가 노력을 한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와 축소경제의 시대를 피할 수는 없다.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응급처방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인터넷 비용과 통신비와 주거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의 욕구가 가장 많이 일어날 때를 조사해보면 통신비가 없을 때로 나온다. 친구들과 문자라도 주고받는 것은 관계적 소속감이라는 안전장치이다. 휴대폰은 있는데 데이터 요금을 낼 수 없는 것은 자존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 고민을 털어놓을 방법까지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이 느린 집에서 혼자 사는 50대는 출장 나온 50대에게 커피를 타주며 더운 날 고생이 많다고 인사할 수 있었으나 너도 갑질 하느냐며 욕을 했다. 그는 불공정을 여러 번 체험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대화로 풀 친구가 없었을 것이다. 

경쟁사회의 뒷골목 풍경에는 늘 억울한 사람의 술주정과 비틀거리는 외침이 들린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은 중간에 사회적 성공과 산업적 성장이 미덕이라 말했다. 그 국민교육헌장은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장을 위한 경쟁의 레드오션이다. 이제는 경제성장이 없어도 여유와 배려로써 행복한 연착륙을 준비해야 하는 축소경제기 플랫폼 통합의 시대이다. 최소 10억 명 이상이 쓰는 글로벌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만 성장하고 나머지는 축소되기에 한국의 경제는 축소로 가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늦었지만 그래도 여유와 배려를 위한 해법이 있다면 정약용 선생의 말을 기억하고 따라 해보는 것이다.

일찍이 정약용 선생은 논을 연꽃이 피는 밭으로 바꾼 집은 흥하고 그 반대로 더 많은 쌀을 위해 연밭을 논으로 만든 집은 망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모를 심다가도 연꽃을 보는 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 밭의 연꽃을 보며 여유를 갖도록 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고개 숙인 벼이삭의 무게를 측정하기보다는 꽃밭에 가볍게 부는 바람의 가치를 느껴보아야 한다. 오히려 경제나 효율과 거리가 먼 여가문화나 공감의 정서를 위한 계기를 찾을 때가 되었다. 연꽃을 보며 경쟁과 상관없는 사색의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는 문화 속에서 아이들의 두뇌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성장할 것이다. 

한국의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신분이나 빈부에 상관없이 귀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미혼모나 비혼모가 낙태나 신생아 살해를 하지 않는 것이 본인도 아이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아동학대의 안전장치를 보완하자. 그리고 가난한 집의 국민이라도 원하는 교육을 나이에 상관없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국민평생교육권'의 세상도 빨리 와야 한다. 점점 커가는 우리 사회의 분노조절은 역시 자라나는 아이들부터 잘 챙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가소성이 높은 아이들의 두뇌는 어른들에 의해서 조각되기 때문이다. '국민평생교육권'은 빈부나 좌절에 의한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는 계층이동 사다리의 기본이며 돈에 의해서 교육상품이 거래됨으로서 장사꾼이 되어있는 모든 교육자들의 자존감을 세우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지내야 가슴에서 폭력성과 분노 대신 사색과 배려가 자란다. 사색과 배려가 없는 지식은 폭력의 수단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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