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비빌 언덕 선생님

열정여행가 김훈호

  • 입력 2017.06.13 11:58
  • 수정 2017.06.13 17:52
  • 기자명 유승원 대학생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는 뿔이 나기 시작하면 그 뿔나는 지점에서 간지럼을 느끼게 된다. 이때 소가 간지럼을 없애려고 문지르는 언덕을 비빌 언덕이라고 한다. 비빌 언덕은 그 큰 소가 무게를 실어 문질러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고 단단하다. 그래서 소가 성장 중에 느끼는 간지럼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성장 중인 소와 같이 우리 청소년에게도 든든한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한 청년이 있다. 바로 청소년의 비빌 언덕이 되고자 하는 열정여행가 김훈호 씨이다.

열정여행가 김훈호
열정여행가 김훈호

가슴 속에 술이 아닌 꿈을 채우기까지
그의 유년기 시절은 조금은 불행하고, 마음에 상처가 남는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청소년이 된 그는 그간의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느라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고, 비행청소년이라는 딱지도 붙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상처 많고, 자존감 낮은 아이로 성장했었다. 한참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품어야 할 가슴에 그가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술뿐이었다. 그런 그가 180° 변화된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22살에 종교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때 사랑을 깊이 경험하면서 자신도 사랑 받을만한 존재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그는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아프지만, 그 아픔을 지금 겪고 있을 청소년들이 생각이 났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 깨달음으로 그는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24살이라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하였다.

살아내는 만큼만 이야기하자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고, 청소년 지도자라는 확실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다. 공부 말고도 청소년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도전했다고 했다. 그중에 하나가 자전거 여행이다. 그는 작년 16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1개월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20,000km를 자전거로 종단했다. 11개월이라는 자전거 여행은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자 하는 여행과는 다르다. 그가 잠깐 들려준 여행이야기에서는 도로에서 곰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당했던 때도, 식중독에 걸려 하루 종일 누워있던 때도,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홀로 외로이 며칠간 페달을 밟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시간들을 보낼 때는 그도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청소년 지도자로서 살아내는 만큼만 이야기하자’는 그의 삶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을 일상과 분리된 시간이 아닌 삶의 연속이라 생각했고, 여행이라는 일상의 연장선을 먼저 도전하고 겪은 이야기들을 청소년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하였다.

아메리카 자전거 종단 중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아메리카 자전거 종단 중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꿈은 다른 누군가를 향할 때 더 뜨거워진다
요즘 많은 청년들은 흔히 대2병(대학에 진학했지만,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을 겪으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김훈호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는 어째서 생명의 위협이 있었던 자전거 여행까지 하면서 청소년 지도자라는 꿈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어 ‘당신은 꿈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까?’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그는 그간의 과거를 잠깐 돌아보고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가 꿈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말해주었다.

하나는 청소년 지도자라는 꿈이 자신의 과거에서 나온 자신의 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와 미래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과거에 내가 어떤 경험을 했었고, 그때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더욱 분명한 꿈과 목표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다른 이유로는 그 꿈이 다른 누군가를 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이 더 뜨겁고 선명하고 오래간다고 했다. 왜냐면 자기만을 위한 꿈은 그 꿈이 흐릿해져 갈 때 그 힘을 재충전할만한 것이 없지만, 누군가를 위해 꿈을 꾸는 사람들은 힘들 때 그 대상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고 꿈을 꾸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처럼 함께 꿈을 꾸기 때문에 더 선명해지고 뜨거워지는 것이다.

꿈이 이끄는 삶
청소년 지도자로서 그가 최종 하고 싶은 꿈은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학생들을 모으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암기 위주의 교과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깨달을 수 있는 여행을 통한 교육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그가 이번에 다녀온 자전거 여행은 대안학교에서 할 것에 대한 사전답사라고 했다. 이 말을 하는 그에게서는 꿈에 대한 부담감이 아닌 열정이 느껴졌다. 그 이유는 그의 말대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다른 누군가를 향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의 삶은 요즘 자기 성찰 없이 취업이 잘 된다는 전공을 준비하고 또 쉽게 그만두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그가 꾸는 꿈이 그의 삶을 이끌고 또 많은 이들의 삶 또한 이끌 것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