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시정연설이 막지 못하는 4차 산업혁명

[고리들 작가의 미래시민칼럼 3] _ <인공지능과 미래인문학> 저자

  • 입력 2017.06.12 16:49
  • 수정 2017.06.19 14:17
  • 기자명 고리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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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은 기업과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대통령이라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응급처방 이후의 대책이 곧바로 필요하다. 일자리뿐 아니다. 저소득층의 월세 비율이 70%가 넘었다는 뉴스는 일자리뿐 아니라 누울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총 주거비가 거주자 월 소득의 30%를 넘으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평균 32%를 넘었다. 70%는 재앙 수준의 2배가 넘는다. 
요즘 일하는 청년들은 월 100만 원가량의 최저임금을 벌어 거주비로 30~40만 원을 낸다. 집세에 전기·가스, 상하수도 요금까지 합친 주거비 전체가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청년이 서울의 경우 70%를 넘는다. 전국의 45%인 9백만 세대가 세를 살고 있으며 계속 늘고 있다. 그중 1/3가량은 고공행진 중인 전세를 살고 있고, 월세의 경우도 월 소득에 비해 너무나 높다. 인공지능 축소경제 시대에는 일자리가 당연히 줄어들기에 일자리를 만들거나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이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로봇 회사들은 이제 로봇을 고용할 때가 왔다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것이고 로봇자동화를 선호하는 업체들이 더 빨리 늘어날 것이다. 진퇴양난이다. 이런 판국에서 가장 좋은 제3의 해법은 무엇보다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거비 지출 부담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정신을 추스르고 일을 찾거나 일을 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개인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15% 이하로 낮추는 국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스웨덴과 독일 등은 1945년 이후 불과 20~30년의 기간에 공공임대주택과 협동조합 주택을 매우 빠른 속도로 늘렸다. 
그 결과 오늘날 값비싼 상업적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은 별로 없으며 전체 인구의 20%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20%는 협동조합 주택에 살고, 50%가량은 자기 집에 살고 있다. 대통령의 일자리 응급처방은 진통제 수준으로 끝날 것이다. 진통제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서민층과 저소득층과 청년들의 주거비를 낮추는 혁신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부지나 주차장 위에 임시로 설치되는 조립식 주택이나 주거용 컨테이너를 청년들에게 빌려주거나 한강 변에 홍수에 안전한 수상가옥은 어떨까? 낭만적인 주거일 것이다. 

‘펠츠먼 효과’는 안전해지면 더 위험한 행동을 시도하는 심리에 관한 연구이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사고율이 더 낮은 이유는 더 위험하기에 더 보수적으로 방어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효과가 중요하다. 놀이동산에서 바이킹 맨 끝자리를 차지하려 뛰어가는 아이들이다. 바이킹이 바다가 아니라 놀이동산에 있기에 안전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국가가 청년들이 직장이 없더라도 3포(취업포기+결혼포기+2세포기)세대가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보장할 때 창의적 모험(리스크테이킹)을 하는 것과 같다. 청년들에게 나라는 놀이터(playground)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창의적인 이유는 부모라는 든든한 놀이마당(playground) 제공자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이끄는 국가는 청년과 아이들에게 즐거운 플랫폼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터가 우리가 손과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을 감당할 수 있기에 새로운 직업으로 옮길 공간을 허락하지 않도록 발달한다. 단지 로봇들의 가격이 높아서 확산되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자리 정책은 몸을 직접 많이 쓰는 일들과 공공의 아름다움+즐거움을 증진시키는 일이 가장 좋다. 역시 일자리 추경이 당장에는 가장 좋은 해법이다. 각종 시설과 환경을 더 안전하고 더 예쁘게 바꾸는 인프라 개선 사업이나 국민들이 실업자가 되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의료요양서비스의 확대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지속적 재원이다. 아직은 생산적 활동이 가능한 기업들에게 탄소세(온난화 요금)나 공기 오염(미세먼지) 부담금을 더 내도록 하고 기업 전기세를 사용량에 따라 가정용보다 더 누진되도록 하면 세수가 늘면서 청년들에게는 전기에너지 생산 공유경제의 기회도 줄 수 있다. 

청년들이 태양광 패널을 곳곳에 설치하고 나무를 심어 에너지를 팔고 탄소배출권 보상을 얻게 할 수도 있다. 로봇자동화로 수익을 더 내려 하는 기업들에게는 로봇세(자동화로 인해 국민의 수익과 세금을 줄이는 만큼 부담)를 더 받아낼 법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기복이 심한 글로벌 경제경영에서 생산량이 불투명해지면 기업들은 감원보다는 단지 스위치를 꺼서 창고에 보관하기 쉬운 로봇들을 쓰려 할 것이다. 로봇들은 월급도 보험료도 실업수당도 요구하지 않는다. 만일 로봇세가 없다면 국내외 기업들의 급격한 실업 사태를 막을 길이 없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월급이 나가지 않고 같은 시간에 수천수만 명의 일을 하므로 국가 간 기업 간 부익부 빈익빈은 기하급수적으로 심화된다. 
소득이 상류층에게 쏠리는 현상의 가속화로 점점 지갑을 열어 뭔가 살 국민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도 이미 상위 5%가 전체 소비량의 50%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다가 사회인들 중 교도소보다 못한 기본적 삶이 이어질 경우에는 ‘묻지 마 범죄율’까지 올라갈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가는 실업자도 행복할 사회를 만들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자동화한 자동차공장에서 ‘헨리 포드 2세’가 노조위원장 ‘월터 류터’에게 “저 기계들에게 노조회비를 받을 건가요?”라고 하자. ‘류터’는 더 강력한 응수를 했다고 한다. “저 로봇들에게 어떻게 차를 파실 생각이죠?” 그렇다! 시민과 국민이 가난해지면 기업도 돈을 벌 길이 없다. 그래서 ‘하이에크’는 부자들이 자동화로 기업 활동을 하려는 흐름에 대해 경고하며 대안을 생각했다. 기득권층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일종의 국민기본급제(국민들에게 기본 소득을 보장하되 수익에 따라 차등을 둠)를 제안했다.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주는 ‘데모그란트(취약계층 생활보조금)’와는 별도로 주어지는 것이 국민기본급이다.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도록 국가가 국민들의 소비 여력을 살피는 일이다. 미국의 부자들이 기부를 하며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행동은 그들의 기득권 유지에 필수적이기에, 그들은 착하다기보다는 현명한 것이다. ‘케인스’는 사상적으로 자유롭다고 믿는 정치가들은 죽은 경제학자들의 노예인 경우가 많다며, 이윤추구의 삶을 버리면 새로운 문명이 열린다고 했다. 이윤추구의 삶을 버리는 리더들이 많아져야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응급처방의 효과라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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