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등록금 버리러 가는 길입니다.

  • 입력 2017.05.19 10:54
  • 수정 2017.05.22 13:31
  • 기자명 박혜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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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강의가 없다.
대학생들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하나의 전쟁을 치른다. 그것은 바로 수강신청이다. 취업을 위해 또는 전공이 맞지 않아 복수 전공, 부전공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즉, 한 과목을 수강할 인원이 배로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선 수강신청이라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수강신청을 잘못하면 한 학기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정도로 수강신청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D 대학 14학번 손 모씨는 듣고 싶은 과목이 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들을 수 있는 과목이 너무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S 대학 이 모씨는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선택권 없이 전공 수업을 다 듣게 되면 듣고 싶었던 수업은 한 과목에서 두 과목 정도 밖에 못 듣는다고 말했다.

K 대학의 박모 씨는 역사학 강의를 신청했지만 정원 미달로 그 강의가 폐지되었다. 이런 상황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학교 수강신청 홈페이지나 공지사항에 정원 미달로 폐강된 강의가 올라왔으며 폐강된 강의를 다른 강의로 신청해야 하는 학생들은 자리가 남은 예상치 못한 강의를 듣게 되거나 일일이 교수님들을 찾아가 수강신청 요청을 해야 한다. 이 기간이 2주에서 많게는 3주까지 진행이 된다.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학교에서 취업 준비? 가성비 최악
많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전에 국영수 집중이 아닌 이제까지는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학, 심리학, 기계공학 등 평소 궁금했고 공부하고 싶어 했던 학문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엄청난 취업난이라는 기사와 뉴스가 계속 나오는 지금 학부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 대다수다. 대학에서 제공해주는 취업을 위한 강의를 듣든 기본 교양을 쌓는 교양강의를 듣는 것은 학생들 개개인의 선택이지만 수강신청 시스템으로 인해 선택권이 없거나 선택을 했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 등록금 세계 2위(2015 OECD 교 육 지표 조사), 대학 교육 경쟁력 61개 국 중 55위(2016 IMD 국가 경쟁력 평가)이다. 대학생 1명이 사용하는 1년 대학 등록금 평균 600만 원, 교재비와 생활비를 합친 비용에 비해 대학 교육 경쟁력은 너무 낮다. A 대학의 장 모씨는 학교가 제공하는 취업 특강과 교양강의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니는 학교이기에 강의를 취업 준비에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듣고 있다고 했다. D 대학의 홍 모씨는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이나 봉사, 그리고 교내 활동까지 다양한 스펙을 쌓고 있다 보니 학부 공부에 온 힘을 다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학생들은 취업 준비를 학교에서가 아닌 외부에서 하는 것이 더 많은 기회가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학교 내에서 하는 취업특강 또는 교양강의에서는 높은 만족도를 얻기 힘들다고 했다.

학교, 학생의 입장은 다르다.
학교 입장에서 본 지금은 졸업유예자가 많아지고 취업률도 낮아진 상황이다. 거기다 학교를 휴학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에 필요한 강의나 특강을 늘렸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만이 있고 폐강되는 강의도 많이 있다. 학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학생 20명 미만으로 듣는 강의를 폐강한다. 수업 하나 운영하는데도 돈이 든다는 이유이다. 폐강이 적게 될 수 있고 학생들이 더 좋고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수강신청 전에 개설 강의 수요 조사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을 교육의 질보다는 학점이 잘 나오는 강의, 조별 모임이나 발표수업이 적은 수업을 원해 그런 수업들로만 구성되기 마련이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교 안팎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머리 아프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교양강의를 개설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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