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하얀 강아지 ‘팅커벨’이 불러온 작은 날갯짓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 황동열

  • 입력 2017.05.02 13:35
  • 수정 2017.05.02 16:02
  • 기자명 이유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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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프로젝트 황동열 대표와 황 대표가 5년 전 분양한 유기견 순심이
팅커벨 프로젝트 황동열 대표와 황 대표가 5년 전 분양한 유기견 순심이

바야흐로 반려동물 1천만 시대. 유력 대선 후보들이 동물 복지를 공약으로 내걸만큼 전국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그 이면은 어둡기만 하다. 최근 3년간 버려진 반려동물의 수는 25만 3천여 마리로 추산되며, 경찰서와 동물 보호 단체에 접수된 동물 학대 건수는 1,000여 건에 달한다. 물론 시민이나 단체에 의해 구조되어 보호소로 이동한 후 새 보금자리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정해진 시일 내에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는 것이 실정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씁쓸한 상황에서도 동물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앞장서서 힘써온 사람이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뚱아저씨’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 황동열 대표다.

팅커벨 프로젝트, 강아지 ‘팅커벨’을 위한 추모에서부터
“2013년 1월, 동구협 보호소에서 안락사 예정이었던 말티즈 한 마리가 가여워 데리고 나왔는데, 그때 그 아이의 이름을 팅커벨이라 지어줬어요. 하지만 그 아이의 몸에 치명적인 파보 바이러스가 있었기에 데리고 나온 지 하루 만에 죽었어요. 장례를 치러주고 난 몇몇 사람들끼리 팅커벨을 더 뜻깊게 추모하자는 의미에서 팅커벨과 같은 안락사 예정의 유기견들을 데려와 좋은 곳으로 입양해주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팅커벨의 이름을 따서 팅커벨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2013년 1월 7일 열 명도 채 안 되는 적은 인원의 유기동물 구조 활동을 시작으로 2017년 4월 기준 6,000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는 대규모의 동물보호단체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본격적인 유기동물 분양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해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팅커벨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4년, 약 450마리의 유기동물이 구조되었고 약 400마리의 유기동물이 가정으로 분양되었다. 적지 않은 수의 유기동물이 새 생명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황 대표의 동물을 향한 끝없는 애정과 노력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에 멈추지 않고 동물 보호 정책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해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해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

유기동물 해결책의 첫걸음, ‘강아지 공장’ 철폐
황 대표는 동물보호단체의 대표로서 지난해 5월부터 동물보호법 개정 및 제정을 위한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유기견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무분별하게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강아지 공장’과 펫샵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물생산업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내에 강아지 생산 시설이 약 3000곳 정도 돼요. 그중에 합법적인 곳은 250곳 밖에 안 돼요. 약 2700곳 이상이 무허가 불법 시설인 셈입니다. 그런 곳에서 마구잡이로 생산된 개들을 버젓이 펫샵으로 데려와 마치 어미 개와 아빠 개가 사랑을 한 상태에서 태어난 것처럼 보이게 해놓는데, 펫샵에서 태어난 개들 대부분이 허름한 불법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에요.”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강아지 공장의 실태에 심각성을 느낀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26일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 19곳의 동물보호단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과 동물생산업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같은 해 6월 24일, 30곳의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 건의안에 서명하여 한 의원에게 제출하였고, 약 두 달 후인 8월 30일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황 대표는 그간 노력의 결과물을 이야기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발의를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올해 3월 2일 통과가 되어서 동물생산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어요.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진 이후에 2019년 3월부터 허가제가 시행되는 겁니다.”

올해 목표는 반려동물 학대와 도살에 관한 처벌 강화
황 대표는 지난 3월 통과된 개정안에서 보다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를 꼽으며 올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중점적인 목표를 설명했다.

“지난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유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는데, 사실 동물 소유권자가 동물 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동물 학대자의 처벌 강화 및 소유권 박탈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동물권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개, 고양이 도살 및 식용 문제에요. 그중에서도 도살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제정을 하려고 합니다.”

황 대표의 동물보호법 개정 운동에 관한 운동은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동물 생산업 허가제 전환과 개, 고양이 유기, 학대, 도살 금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서울과 부산 일대에서 매주 수요일 촛불 시위 및 캠페인을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매주 목요일 종로구 인사동 마당에서 촛불 시위를 펼치고 있다.

독일의 유기동물보호소 베를린 티어하임
독일의 유기동물보호소 베를린 티어하임

독일의 ‘티어하임’에서 원대한 꿈을 찾다
한편 동물 보호를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황 대표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유기동물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한 마리의 유기견이라도 더 구조를 해서 살리려고 하는데, 이 일이 끝이 없는 일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회원들과 고민하던 차에, 펫샵을 없애자는 논쟁이 나왔어요. 하지만 저는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원 중 한 분이 ‘독일에는 애견샵이 없다’며 애견샵 대신 유기동물 보호소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 사진을 보고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유기동물 보호소랑 완전히 다른 꿈의 세계였고 아름다운 공원 같은 곳이었어요. 그곳이 독일의 최대 유기동물 보호소 베를린 티어하임이었습니다.”

황 대표는 펫샵이 존재하지 않는 독일의 반려동물 문화와 최대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을 알게 된 후, 한국의 동물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직접 ‘티어하임 견학단’을 기획하여 2015년 10월 8일부터 16일까지 베를린 티어하임과 뮌헨 티어하임에 견학을 다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무엇이었냐”라는 질문에 그는 독일의 반려동물 복지 제도와 동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언급했다.

9박 10일간 진행된 티어하임 견학은 황 대표에게 새로운 꿈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향후 팅커벨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며 동물 보호를 위한 끝없는 열의를 보였다.

“팅커벨 프로젝트가 설립된 지 만 4년 정도 됐는데, 앞으로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재작년에 독일 티어하임에 갖다 온 것을 계기로, 한국에 티어하임 못지않게 아름다운 세계 최고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드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일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은 강아지 팅커벨을 살려보겠다는 이유 하나로 4년 전 동물 보호 활동에 뛰어든 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 앞으로도 뚱아저씨와 팅커벨의 동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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