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인문학, 주류인가? 비주류 인가?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로 알아보는 인문학의 가치

  • 입력 2017.04.30 23:38
  • 수정 2017.05.01 14:55
  • 기자명 장아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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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송합니다’는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 졸업생들이 특히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말로 인터넷상에서 또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이다. 취업시장의 비주류로 여겨지는 인문학전공자들 그리고 인문학 중에서도 비주류인 스페인·라틴문명.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이해와 그런 지식들을 학부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으신 송영복 교수님의 열정,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스페인어학과 송영복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나눠보았다.

Q. 교수님께서 스페인어를 전공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A.
사실, 제가 학사를 취득한 경희대학교 스페인어학과는 저의 희망 대학 중 3번째였습니다. 제가 수험생이었던 시절에는 대학교를 지망순위로 써서 진학했는데 1지망과 2지망한 학교를 떨어지는 바람에 오게 되었죠. 원래는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1지망이 정치외교학과 였지만 재수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대학 진학을 미룰 수 없어서 스페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입학을 했습니다. 굉장히 일이 꼬였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페인어를 우연히 공부하게 되었죠.

Q.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알고 있는데 멕시코에서 공부하신 이유가 있다면
A.
보통 사람들이 스페인어학과인데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 왜 중남미로 갔냐는 질문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중남미도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쓰고 저는 마야사를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마야문명의 기원지가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걸쳐있기 때문에 멕시코로 유학을 가고 싶었습니다. 또 좋은 기회에 멕시코 외무부 석사과정 장학생으로 뽑혀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사실 제 졸업학점이 2.7이었기 때문에 학점만으로는 못 뽑혔을 것이 분명한데 제가 멕시코의 역사를 공부한다니까 뽑아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학이나 문학을 전공하겠다는 사람들이 역사를 전공하겠다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으니까 멕시코 정부에서 저를 좋게 봐주신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은 교수양성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는데 석사 때는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기 때문에 받았습니다.

Q. 멕시코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셨었나요?
A.
멕시코 대학 체제가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저는 유학 가서 대학을 처음부터 다시 다녔습니다. 멕시코 역사를 공부해서 석사를 딴 후에 메소아메리카학에서 고대사,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저는 비주류에 대한 공부를 열망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영국과 미국 두 나라를 주류로 보고 독일이나 프랑스도 비주류로 나눕니다. 비주류인 멕시코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주로 현대사나 현대정치경제사를 전공하는데 마야의 고대사를 전공한 저는 비주류의 비주류의 또 비주류를 공부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로 교단에 서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예를 들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이것으로는 생계유지를 못하기 때문에 안돼.’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저도 제가 멕시코를 공부해서 교수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저 멕시코를 사랑하고 마야를 사랑하는 마음, 그 열정 하나로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하려면, 제가 공부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쓰려면, 책을 쓰기 위해서 사진을 찍으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길이 교수였습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주류와 비주류의 기준
A.
제가 생각했을 때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기준은 말 그대로 ‘쪽수’입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믿는 미신을 1,000만 명이 신뢰하면 미신에서 더 나아가 종교가 됩니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개념은 아주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야>를 출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A.
<마야>는 지금까지 100권 정도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주류 지식생산은 좋아하지만 비루쥬지식에 돈이나 시간이나 관심을 들이는 데에는 딱 1분짜리 지식을 원하지 방대한 지식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학자가 걸어야 할 참된 길입니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악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악기 중 바이올린이나 기타 치는 사람은 많으나 아쟁을 하는 사람은 은 거의 없습니니다. 하지만 아쟁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중 한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마야사를 공부하는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우리나라 사학자가 1,000명이 있다고 치면 그 1,000명이 다 미국사를 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내봅니다. 900명이 미국사를 공부한다면 50명 정도는 프랑스사나 독일사, 10명이 이태리사, 1명 정도는 마야, 가나, 필리핀 등등 비주류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건강한 지식생산구조가 생겨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 같은 교수도 하나쯤은 필요한 것이죠. 어떤 교수들은 돈이 안되니까 주류의 공부를 합니다. 그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나 같은 교수 하나 정도는 있어야 비주류의 지식을 유지할 수 있고, 비주류를 유지할 때 지식생산체계에서 학문의 건강성이 생겨나는 것이죠. 그래서 <마야>를 출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라틴아메리카 문명에 관한 책 출판이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인문학적 가치가 상업시장의 물질적인 가치에 의해 저평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요즘에 사람들이 인문학을 하는 이유는 ‘인문학을 해야 돈이 된다.’는 사조 때문입니다. 결국 공학이든 사회과학이든 시장에서 물질적으로 더 큰 경쟁력을 얻는 원천은 인문학이라는 말인데 인문학은 그렇게 출발하면 안 됩니다. 인문학의 본질은 그리고 인문학이라는 것은 돈, 유행에 상관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관심 자체로 충분한 학문입니다. 요즘 이런 현실이 인문학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합니다.
 
Q. 인문학을 진정 이해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A.
인문학을 통해 자본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돈에서부터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인문학이 저평가 되었다는 말도 하지 말고,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공학은 공학대로 자연과학은 자연과학대로 서로가 원하는 학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죠. 인문학도 인문학만의 본질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공학은 공학 만의 토대를 마련하고 예술은 예술만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모든 학문의 토대가 인문학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모든 것의 토대는 삶 그 자체입니다. 가령 ‘인문학이 어떻게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의에 인문학은 현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인문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인문학 자체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접근은 옳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Q. 스스로를 타자화, 상대화하여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 짓고 있을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그런 것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입니다. 세상이 여러분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가 스스로를 주류 또는 비주류로 구분 짓고 있는 것일 겁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떨쳐버리려고 노력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Profile
경희대학교 서반아어 학사
멕시코국립대학 서양사 석사
멕시코국립대학 서양사학 박사
KBS2 도전지구탐험대 명예탐험대장 출신
EBS1 세계테마기행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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