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로스쿨, 그리고 ‘법‘의 가치

한국헌법학회 차기회장 숭실대 법과대학 ‘고문현’ 교수

  • 입력 2017.04.24 18:51
  • 수정 2017.04.25 16:31
  • 기자명 김성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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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개월 간 대한민국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국정농단’ 사태였다.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파면이라는 심판을 받은 대통령은 물론, 권력이라는 칼을 마음껏 휘두르던 주변 ‘실세’들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이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이 중 무엇보다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힘쓰고, 여론을 살피며 사회기강을 바로 잡는, 즉 국민의 대변인 역할을 면밀히 해야 할 ‘민정수석’이 본분을 망각한 채 본인의 권력을 무차별적으로 남용한 사례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 하게 하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사태에서 민정수석과 더불어 어둠의 권력자들 대다수가 법조인들이었다는 점이다. 사회 질서와 정의를 실현해야 할 핵심 인물들이 법이라는 기술을 역으로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점은 현 대한민국의 ‘법’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다시 제고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제24대 차기 한국 헌법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고문현 교수를 만나 처음으로 던진 질문은 법조인 양성의 현 시스템에 대한 진단이었다. 고스란히 초점은 현 로스쿨제도와 2018년 이후 사라질 사법고시의 폐지와 연결되었다. 고문현 교수는 사법고시의 폐지에 대한 대안점이 부족했다는 점과 너무 성급한 선택이 아니었냐는 우려를 시작으로 질문에 응했다.

차기 헌법학회 학회장 고문현 교수
차기 헌법학회 학회장 고문현 교수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법고시’ 폐지와 견해는
A. 사법고시 폐지와 관련된 기류가 학계에서 흐르던 당시부터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이 우려되었고, 때문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사법시험은 기회의 장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고시낭인’이라던가 인력낭비라는 부작용 역시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제 견해로는 사법고시의 유지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단적으로 선발 인원을 감축하는 방법을 통해 사법고시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겠죠. 또한 일본과 같이 ‘예비시험’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걸맞은 방향으로 도입하는 것 역시 크게 고려해볼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이른바 시스템의 공존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로스쿨과 비로스쿨이라는 두 시스템의 공존이 더 능력 있는 법조인 배출은 물론, 합리적인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현 로스쿨제도의 장,단점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A. 한국 현행법률은 무려 1305개입니다. 법학자인 저 역시 이를 다 모릅니다(웃음).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이러한 많고 다양한 법률을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법과 접목시켜서 법의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비싼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고위층 자제들이 이를 독식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는 고스란히 지위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연속을 낳을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볼 수 있죠.

Q. 법학자로서 현 체제의 지속에 따라 우려되는 상황은
A. 현 로스쿨제도는 자연스럽게 비로스쿨 대학의 법과대학이나 법 관련 학과들의 폐지와 인원 감소와 같은 다양한 결과에 원인제공을 했습니다. 결국 법과 관련된 직업을 꿈꿔온 많은 학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목표와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죠. 또한 로스쿨 제도에 따라 ‘변호사 시험’에 해당하는 과목에만 학생들이 치중한 나머지 법철학이나 전반적인 법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시험에 나오는 과목만 편협하게 공부한 나머지 과거 사법시험과 비교했을 때 기초 법학에 대한 학습이 상당히 결여된다는 점이 곧 훌륭한 법조인 양성에 상당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예측됩니다.

Q. 화제를 조금 바꿔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법의 가치에 대하여
A. 작년 12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하여 헌법학회 주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저는 이를 실사구시의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법학자들이 법이라는 하나의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현실의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던 문제와 연결시켜 궁극적으로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죠. 이렇듯 법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곧 법의 가치가 아닐까요. 아이러니컬하게도 법을 우습게 알던 대통령이 결국에 ‘헌법’에 의해 파면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헌법의 가치를 많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법이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이죠. 하지만 헌법을 포함한 모든 법은 국가 수장을 파면시킬 만큼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그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죠.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수의 국민이 법을 깊이 있게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숙지할 부분은 숙지하고 그 중요성에 대하여 크게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비슷한 사례에 부딪혔을 때 이를 인지하고 학습해온 국민의 대처는 훨씬 더 진취적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것이 곧 국가와 국민의 발전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죠.

Q. 차기 헌법학회 학회장으로서 법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A. 다수의 국민이 헌법, 더 넓게는 법의 중요성과 법치를 아는 것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현재 구상중인 구체적인 방안은 법률소비자연맹과 연합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헌법 암송대회와 퀴즈대회 등을 개최하여 가까운 곳에서부터 법과 친숙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발전의 물꼬를 트고 싶습니다. 또한 여러 국가시험에 ‘헌법’ 과목을 응시과목에 추가하여 준비하는 학생들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하는 것이 법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헌절’을 다시 국가공휴일로 제정하는 제안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이 날을 기리고 축제로 인지하여 뜻 깊은 날로 기념되길 희망합니다. 이는 법치가 세워지는 길이고, 곧 법치국가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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