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에서 대중으로, 종묘제례악을 말하다

김영숙 정재연구회 예술감독

  • 입력 2017.04.13 23:15
  • 수정 2017.04.14 17:11
  • 기자명 김병탁 기자,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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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정재연구회 예술감독
김영숙 정재연구회 예술감독

종묘제례는 종묘에서 행하는 제향 의식이며, 종묘제례악이란 종묘제례를 행하는 동안 연주되는 음악으로 기악과 노래에 춤이 함께 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교육조교로서, 정재연구회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숙 감독에게서는 동양적 종합예술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종묘제례악의 품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아하면서 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김영숙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120년 동안 이어온 빛나는 옥관문화훈장 수훈

김 감독은 정재연구회 예술감독 활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종묘제례일무의 전승, 보급 및 활용에 힘써왔다. “일무는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64명의 일무원들의 결집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라는 김 감독의 겸손함은 오랜 시간 묵묵히 애써온 일인자의 면모를 깨닫게 한다. 이대 무용과 졸업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원이 되었고, 1988년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 1990년도에 전수교육조교가 됐다.

옥관문화훈장 수훈 제자들과
옥관문화훈장 수훈 제자들과

김 감독은 지난 12월 8일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옥관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40년간 궁중무용의 실연 및 연구와 교육을 전담해왔으며. 종묘, 문묘, 사직의 일무 봉행을 통해 문화유산 전승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 하겠다.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주신 숙제인 종묘제례일무 전장을 암기, 전수하라고 하신 말씀을 지켰습니다. 문묘제례일무의 원형을 지켜나가도록 후학들의 교육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는 아름다운 수훈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생님들께 지도받은 문묘제례일무는 1986년 성균관의 석전대제가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될 때에 추어진 춤으로 그 역시 원형을 지키고자 하는 김 감독의 열의가 그대로 느껴졌다.

아악과 아악일무는 중국에서 전해졌으나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소실되어 복원중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내용이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공자를 높이기 위해 제공(祭孔:공자에게 제사지내는) 아악과 일무를 복원하는 데 많은 예산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김 감독은 2009년부터 5년 동안 항주사범대학 음악학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문묘제례일무와 당악정재를 교육하고 발표했으며 2011년부터 2013년에는 연변대학의 객좌교수로 문묘제례일무와 당악정재를 교육하고 발표회를 했다. 또한 2014년에는 북경무도학원 개원60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문묘제례일무를 지도하고 공연하도록 했다.

북경무도학원 개원60주년 기념 공연 문묘제례일무 지도
북경무도학원 개원60주년 기념 공연 문묘제례일무 지도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토록 훌륭한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종묘제례악 보유자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 다른 단체종목다. 종묘제례악은 국가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사직대제의 사직제례악과 일무나 성균관 석전대제의 문묘제례악과 일무와 같은 아악과 아악일무는 제례악이 구분되어 지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전승에 어려움이 많다. 올해는 대한제국이 선포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종묘대제가 황실의례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뜻 깊게 다가온다. 종묘와 사직에 관해 우리 족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긍심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민족 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후손이 해야 할 일이다.

가르침, 그 이상을 전하다

김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스승인 심소 김천흥(1909-2007)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보유자로, 제39호 처용무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김 감독은 심소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여 과거와 현대가 소통하는 통로를 모색해왔다. 제자를 통해 스승의 예술세계가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예술의 가치가 주는 감동이 이런 것일까.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해는 심소 김천흥이 타계한 지 10주기를 지내는 해다. 심소 김천흥 무악예술보존회와 아악일무보존회는 사진과 일대기를 통해 그를 기록했다.

후학 양성을 위한 김 감독의 노력은 각별하다. 일 년에 몇 번밖에 추어지지 않는 일무 지도만으로는 일무원들을 지속적으로 모집하고 교육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김 감독은 그들이 끊임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6년에 정재연구회를 만들었다. 단지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공연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졸업 후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며, 의상이나 소도구까지도 제작을 해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일무와 제자들을 향한 김 감독의 진심어린애정과 배려에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궁중 춤을 추는 이들이 8~10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왕실 전통대로 어린 친구들을 가르쳐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2007년 화동정재예술단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제자인 이미주 단장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지속적으로 교육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춤이 말하다’ 그리고 궁중문화축전

김 감독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반가운 소식이 있다. 올 3월부터 대구, 포항 등에서 ‘춤이 말하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2015년과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발레, 현대무용, 파크로 팀들과 공연했는데 꽤 반응이 좋았고 작년에는 지방공연도 다녔다. 춤을 추면서 살아왔던 이야기와 춤을 보여주자 대중은 열렬히 공감했다.

2015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수요춤전 정재연구회 회원들과
2015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수요춤전 정재연구회 회원들과

5월에 펼쳐질 궁중문화축전은 올해로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4개 궁과 종묘라는 총 5개 공간에서 옛전통과 함께 우리 것을 선보인다. 종묘를 배경으로 종묘제례악과 일무만 보여주는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은 반응이 무척 좋다. 이 또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 감독은 일무의 전승을 위해 필요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교육과 발표를 통해 제례일무의 전승에 힘써왔다. 우리 민족의 문화가 가진 가치를 높여온 것이다.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은 김 감독의 피땀이 어릴 만큼 애정이 깊다. 스승님들이 김 감독에게 전한 것처럼 종묘제례일무가 제자들을 통해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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