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전통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경마공원 바로마켓 권용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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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아침이면 경마공원 앞은 사람들의 발길로 들썩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품질 좋은 농산물은 이미 인근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저 멀리 노원에서도 소문을 듣고 몰려온 주민들로 어느덧 경마공원 바로마켓 시장은 사람냄새로 가득 차 넘친다.

현재 경마공원 바로마켓에는 134개 농가가 선정돼, 지역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농가는 매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본인이 직접 지은 농산물 및 가공품만을 판매한다. 이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현명한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 장터 운영에 총책임자인 권용덕 회장(고양시 선인장연구회)은 시장을 방문한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고자, 오늘도 시장운영 관리에 여념이 없다.

바로마켓, 농민들의 새 희망
올해로 9년 차를 맞은 바로마켓은 지난해 연 매출 89억 원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이 성공에 대해 권 회장은 농민들을 위해 장터를 만들어준 농수산식품부, 장터를 내주신 한국마사회 이양호 회장님, 항상 도와주시는 AT 및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에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또한 초기에 하루 2-3만 원도 안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멀리에서 밤새 올라와 끝까지 함께한 농민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주부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바로마켓이 없던 시절은 잘 지은 우리 농산물을 팔 활로를 찾지 못해,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헐값에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팔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바로마켓이 안정화되면서 농민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어오릅니다. 연 매출 2,000만 원이 고작이던 한 농부는, 지난해 우리 장터에서 일억 원을 버는 부농으로 거듭났습니다.”

바로마켓 시장은 안전한 우리 먹거리 지키기에 첨병 역할을 자처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엄선된 5명의 전문 심사위원들은 매년 200여 바로마켓 입주신청자들을 평가한다. 평가항목은 ▲ 자체 농사 여부 ▲ 농산물 품질 관리 방안 ▲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자세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있다.

기존 농가라고 해서 이 가혹한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 기존 농가들도 신규 농가들과 똑같이 품질심사를 거친다. 현재 모든 입주 농가에게 카드리더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 역시 심사 평가항목 중 하나다. 심사를 통해 매년 25% 농가가 신규농가로 바뀌기는 하나, 이로 인해 경마공원 내 바로마켓은 언제나 활기차고 높은 고객만족도를 자랑한다.   

권 회장은 “서울 인근에 위치한 경마공원 내 바로마켓은 농민들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소비자들의 안전지대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곳은 농민과 도시 시민들 모두에게 행복한 상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농민들과 주민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농산물직거래장터가 더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라며 더 많은 농산물직거래장터가 생기길 간절히 바랐다.

농민의 애환이 담긴 농산물직거래장터, 규제 아닌 화합과 상생을 할 때
“매년 의무적으로 25% 농가를 떠나보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어렵사리 자리 잡은 입주자들을 엄격한 규정 때문에 매몰차게 보낼 때마다, 같은 농민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척하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현재 경마공원 내 바로마켓을 제외하고, 서울 인근에 상시로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곳은 없다. 권 회장은 공원, 공공기관 주차장 등 서울에서 장터를 개최할 만한 장소를 물색하며, 여러 차례 시도하려고 노력했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안 된다’는 관계자들의 냉담한 대답뿐이었다고 한숨짓는다.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많아서 못한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모 구청에서는 두 달을 넘게 준비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딱 한 번 열고선, 주변 민원 한두 건에 못 이겨 바로 중단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안전 및 치안을 이유로 시간과 장소를 제한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교통 혼잡을 이유로 그날 판매할 물건이 가득 실은 차량을 장터에서 10분 넘게 떨어진 거리에서 내려서 직접 끌어 나르도록 했습니다.” 

그는 우리 농민들이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직접 팔 수 있는 활로 개선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농촌의 고령화가 더 심해지는 과정에서, 수익조차 보장되지 못한다면, 농촌생활이 더 피폐해질 우려가 있다고 피력했다. 

권 회장 또한 십여 년 전 귀농한 농민이다. 천년초 등의 선인장 특용 작물을 연구하여 재배하는 귀농인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년 전에 비해 올라간 비싼 품값은 그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농촌은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 농촌인구가 도시로 떠나거나, 귀농인 중 다수가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농산물 직거래 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전국적인 농산물 직거래 장터 외에도 지역농산물 살리기 위한 로컬푸드가 지역에서 생겨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들 로컬푸드 매장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 농가들의 농산물만(농산물로만) 판매가 제한돼, 전국적으로 우수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사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치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그는 우리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농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거래장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 식량자급률은 24%로 쌀을 제외하면 5% 수준밖에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 농업과 식량국가안보를 위해선 자급률을 60~70%까지 올려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농민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당장 최선의 대안으로는 직거래장터를 통한 농가의 수익을 높여 농촌의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게 하고, 도시의 젊은이들과 중장년의 여유 인력들이 돈벌이가 되는 농촌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소득 있는 곳에 사람이 있으니 농촌과 도시 문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고 더불어 국가의 식량 안보도 굳게 하는 바른 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거래장터 활성화의 방책으로, “우선 국가 지도자가 농촌문제의 심각성과 식량 안보의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외쳤다.

“국가가 예산 안 들이고 얼마든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가지도자가 결심을 하고 법령으로 도시인구 20~30만당 한 곳 이상씩 공원, 정부기관 이나 공사의 마당이나 주차장, 유휴지 공터에 장터를 열 수 있도록 법제화하면 됩니다. 농협은 진심으로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서 농협 주변의 자투리 공간이라도 장터로 내어주고 수수료를 최소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농민을 도와야합니다. 특히 FTA 등으로 농업을 희생해서 수출증대 이익을 보고 있는 기업들은 사옥이나 공장의 마당, 주차장을 장터로 제공해서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이 최소한의 상생을 위한 방책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이 유통마진 없이 제 값 받으니 농민들도 신이 나서 더 열심히 농사를 지을 것이고 돈이 되니 농촌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날 이유가 없게 되죠. 또한 농촌이 수익이 되니 도시 유휴 인력들이 농촌으로 유입될 것이고 도시의 소비자들은 농민이 직접 재배한 싱싱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국가는 식량안보 문제, 농촌 문제, 도시일자리 문제가 해결돼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을 큰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며 열변을 토했다.

이어 “농업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며 “우리 농가가 건전하게 자립할 수 있게 도시민들의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가의 지도자가 농촌을 살리겠다고 단호하게 결심을 하고, 구청과 시청 등 관계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장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만 우리 농촌이 살 수 있는 길”이라며, 농산물직거래장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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