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문라이트, 우리의 푸른 카타르시스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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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영화 '문라이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얼마 전, 2017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라라랜드>의 수상 번복 해프닝을 거치고 <문라이트>는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5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 골든글로브 최고상 수상을 이어 전세계의 영화시상식에서 139관왕을 달리던 중, ‘백인들의 성지’라고 불린 아카데미의 별명을 뒤엎고 대미를 아름답게 장식한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 올해는 ‘그들의 해’임이 틀림없다. 그들이 드러낸 달빛을 따라가보자.

 먼저 <문라이트>의 감각적인 포스터는 세 배우의 얼굴을 하나의 얼굴로 합성되어 보여진다. 그것은 영화의 전개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총 3부로 구성되는, 17-8년 정도의 인생을 세 편의 장, 세 개의 강렬한 순간들로 한 사람의 인생이 대변되는 방식이다.

 주인공 샤이론의 삶이 이루어지는 배경은 마이애미 시에 위치한 흑인빈민가 리버티 시티. 그곳은 1980년대 초부터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 폭동으로 야기된 치안 공백 때문에 카리브해 너머에서 들어오던 마약상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어버린 상태다. 리버티 시티 주변엔 마약상들의 관리 구역이 여럿 존재했는데, 그 중 한 구역의 책임자 ‘후안’과 따돌림으로 인해 그의 마약창고에 숨게 된 작고 깡마른 소년 샤이론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 1장: ‘리틀’, 왜소한 몸집과 소심한 성격으로 지속적인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어린 샤이론은 마약에 빠져가는 어머니와 학교 사이에서 후안의 집을 탈출구로 삼는다. 집에 가기 싫다는 말과 함께 하루 신세를 지며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에게서도 포근한 위안을 얻는다.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문라이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달빛을 쫓아 뛰어다니는구나.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느껴져? 넌 세상 한가운데 있는 거야."

 Tarell Alvin Mc Craney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원작으로 구현한 만큼 푸른 달빛의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달빛 속의 평등함과 따뜻함을 알려준 후안은 샤이론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며 절대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삶의 변두리에서 바다의 출렁임이 느껴지는 세상의 중심으로 데려간 것이다.

 "난 너무 많이 울어서 어쩔 땐 눈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아,"

 제 2장: ‘샤이론’, 마약중독으로 가난함에 벗어날 겨를이 없는 집, 성소수자로 학교에서 받게 되는 엄청난 억압들. 청소년기의 샤이론은 표정이 없다. 어릴 적부터 서로 힘이 되어준 동성애자 ‘케빈’ 역시 주위의 시선과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샤이론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를 잠시 떠나 만날 수 있는 건 오직 사랑과 자부심을 가르쳐주는 테레사, 그녀에게 고마움의 눈빛을 보인다.

 "너는 날 만져준 유일한 단 한사람이야. 유일한 단 한 사람."

 제 3장: ‘블랙’, 샤이론이 원하던 자신의 모습과는 달라져버린 삶을 명확히 보여준다. 후안과 비슷한 마약거래상의 보스가 되어있다. 어릴 적 누구에게나 위협받던 왜소한 모습을 뒤로하고 비싼 차와 근육질의 거대한 몸을 가진 ‘블랙’이라 불리는 그는 어쩐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상처를 주었지만 그의 다양만 모습을 바라봐주었던 ‘케빈’의 사과로 사실 그리웠다는 듯 샤이론은 진심을 털어놓는다. 한 가지의 단어로 누군가를 규정하려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외면한 것처럼 보이는 상처받은 눈빛이 아른거렸다.

영화 '캐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캐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샤이론과 케빈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토드헤인즈의 영화 <캐롤> 여주인공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가 절로 떠오른다. 같은 동성애 영화로 그들의 연기력과 상처받은 모습 그리고 두 작품 모두 형식적, 미학적 기법에서 감독의 명확한 의도와 메시지가 느껴지는 공통점이 보였다.

 <문라이트> 이는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인 영화였다. 성장영화에 멜로적,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했다. 흔히 소년에게서 비춰지는 소외 계층으로서, 성소수자로서의 특정한 정체성을 중심에 두지 않고 인간 자체의 다각화적인 정체성에 주목한다. 리틀, 샤이론, 블랙 모두 한 사람의 수식어이자 이미지였다. 햇빛 아래 드러나는 피부색들은 다양하지만 달빛 아래 뛰노는 아이들은 모두 평등하게 푸른 빛을 띨 수 있듯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사람은 매순간 변하는 셈이다. 본질적으로 내가 누구일 것인가, 어떤 내가 될 것인가에 관한 결정 그리고 스스로 찾아가야만 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담담히 의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면 안돼."

그동안 우리는 우리만의 카타르시스를 찾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모든 것에 허기졌던가? 이제 문라이트를 통해 찾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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