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고목에 예술을 담아내다

리조 림만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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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빚어낸 갈라테이아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닮는다. 리조 림만선 작가 역시 천년의 세월을 견딘 그의 작품처럼, 수십 년 세월 속에서 그의 예술혼은 더욱 강인해졌다. <진정한 예술가는 보이는 것을 잘 묘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이를 걸러내는 사람이다(괴테, 예술에 관한 명상)>는 구절을 가장 좋아하다는 그는, 강건한 대자연의 모습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일획일도’로 그려낼 만큼 국내 몇 안 되는 실력을 가진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더불어 림 작가는 인위적인 예술이 아닌, 우리 전통과 자연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작품 세계를 추구해왔다. 이번호에서는 벽조목과 같이 강철보다 단단한 굳은 심지를 소유한 림만선 작가의 예술관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보았다.

벽조목, 천년을 이겨낸 또 하나의 예술

벽조목은 소위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서, 예부터 악귀를 쫓아준다는 믿음 때문에 진귀한 물품으로 여겨졌다. 수십억 볼트의 번개와 이로 인한 수천도의 열기로 단단히 굳어진 벽조목은 강철보다 더 강한 강도를 자랑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벽조목은 변하지 않은 물품이라 여겨져, 낙관과 같이 가장 소중한 물품을 만들어 내는데 쓰이곤 했다.

림 작가 또한 일찍이 벽조목의 강인한 생명력을 주목했다. 때문에 그가 20년여 전 안동 임하댐 수몰지역에서 1300년여 된 벽조목을 조우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천 년 가까이 자연의 작은 숨결마저 고스란히 밴 벽조목은, 자연의 빚은 또 하나의 예술이자 자연이 그에게 준 천혜의 재료였다.

그는 강철보다 단단히 굳은 벽조목을 통해, 대자연의 샘솟는 힘과 그 본연의 가치를 표현해낼 수 있었다. 보통의 목조기법이 아닌, 강철을 다듬을 때 쓰이는 조각기술을 착안해, 그만의 독특한 기술과 예술적 세계관을 펼쳐냈다. 림 작가는 다른 작가들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목조 양각화를 일획일도법으로 선보였다.

더불어 그는 강철도 잘라낼 만큼 서슬 퍼런 칼날을 이용해 세찬바람에 휘날리는 들판의 갈대와 같은 강건한 자연의 에너지를 표출해냈다. 고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나무의 수많은 나이테와 상흔이, 거친 쇳소리를 내던 그의 예술혼과 결합해 또 하나의 새로운 예술로 탄생하였다.

그는 아직도 강철보다 강한 벽조목을 마주할 때마다 삶의 진면목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쇠를 자를 때 쓰이는 칼날을 마치 큰 붓을 잡고 난을 치듯 과감히 쳐내려가며, 그는 자신의 샘솟는 에너지를 벽조목에 모두 투영해내었다. 그는 수십 일간 밤을 새우며 만들어 낸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삶의 체험이 깊이 배어있는 예술”이라며, 삶의 깊은 체험과 노력이 예술의 진정성을 더욱 빛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의 숨결에 원시를 담다.
예술은 자연에서 비롯된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고대인들의 풍습이 예술로 계승되었듯, 림 작가 역시 울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수많은 모습을 착안해 신석기시대부터 이어온 한반도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려고 했다. 고래, 사슴, 범 등 그의 작품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형상들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그 형체가 흡사하다.

“수십만 년 전, 지금과 달리 고대인들은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 속에서 먹고 살며,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자연은 곧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암각화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은 그들의 삶 그 자체다”

림 작가는 그들의 삶을 차용했다고 했다. 바위보다 더 강한 벽조목을 수십 번 망치질을 한 행위야말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착안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신석기의 모습을 자신의 작품세계로 끌어들였다. 고대 풍습과 의식, 주술적 신앙들이 수백 년 된 나무의 무늬와 한 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냈다.

더불어 그는 자연 속에 다양한 소재를 차용해,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벽조목을 비롯한 까망가시나무, 적송 등 다양한 소재들을 이용한 자연의 오묘한 색채감은 그의 남성미 넘치는 목조 작품을 훨씬 더 부드럽게 해준다. 또한 여러 종류의 나무를 사용해, 단순하고도 반복적인 신석기 형상을 고집하는 작가적 한계를 극복해 내었다.

서예·조각·회화 장르적 한계를 허물다.

림 작가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서예에서부터 조각에 이르기까지 장르적 한계를 넘나드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더불어 그는 다도에도 깊은 조예가 있을 만큼, 다방면에서 그의 예술적 재능을 표출해냈다.

따라서 그의 작품전시회는, 장르를 불문한 여러 소재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는 조각을 하기 전, 미리 한지에 그려둔 탁본마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으며 초대전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의 다재다능한 재능을 높이 사, 지금까지도 그는 서예, 문인화, 조각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심사위원으로 추대받기도 했으며, 심지어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젊은 나이에 ‘KBS 림만선 초대전’을 기획한 바 있으며, EBS교육방송 본사 내 마련된 미술관에서 단독으로 한 달여간 ‘림만선 초대전’을 열기도 한 만큼, 이미 많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림 작가는 환갑을 넘긴 지금에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위해 수일 간 밤을 새우며, 정진하고 또 정진한다. 그는 ‘삶의 체험이 곧 예술이 될 수가 있다’는 젊은 시절 깨달은 자신의 예술적 철학이 최근 들어 더 가슴깊이 와 닿는다며, 자신의 예술 작업 외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작품 구상에 몰두한다.

그 바쁜 도중에도 그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및 ‘남북국제문화예술 총연합회의 미술위원장·장르별위원회 총괄위원장 대표’를 맡으며, 후학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누가 될 수 없다”며 겸손히 손사래를 쳤으나, 눈에는 기운이 가득 찼다.

아직도 식지 않은 열정을 보여준 림만선 작가에게, 앞으로도 예술적 장르를 뛰어넘어 자연과 전통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 앞에 설 그날을 기대해 본다.    
 

里朝 림만선

국내외초대전 11회
KBS 림만선 초대전(롯데미술관 본점)
EBS교육방송 - 림만선 초대전
EBS'문화 문화인' 다큐멘터리 림만선편 출연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제14회 미술세계 대상전 심사위원(미술세계)
영국 여왕 안동 방문 - 림만선 초대전
한국 현대미술 베를린 시장 초대전
베이징 올림픽 아트페어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본부이사
2010 올해의 작가
한국예총 회장상 수상(미술공로상)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현)
남북국제문화예술 총연합회의 미술위원장·장르별위원회 총괄위원장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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