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 칼럼] 조경에 있어서 앤티크란?

  • 입력 2017.01.23 16:35
  • 수정 2017.01.23 16:37
  • 기자명 정정수 조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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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Antique)'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앤티크'는 옛 물건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가구의 총칭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또는 '앤티크'라는 명칭으로 가구가 제작돼 판매되기도 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앤티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앤티크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명품보다 몇 수 위에 있는 물건을 말하는데 명품 위에 수십·수백 년의 세월을 입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하는 사실을 더하면 어찌 명품과 비교되겠는가? 정말이지 명품위의 명품이 '앤티크'이다.

세상에는 '새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새로 지은 표시가 나는 새 건축물 속에 인테리어를 위해 새로 들여놓은 새 가구 등, 삶의 과정을 이렇듯 새것으로 채우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이 앤티크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앤티크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속 깊은 곳에는 Art, Classic, Natural이 깔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새것들 속에서는 높은 가치를 지닌 예술품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공예품이 같은 미술품임에도 회화(그림)에 비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를 예로 든다면, 회화는 처음과 끝이 같은 느낌으로 전달되는 반면에 공예품은 사람과 함께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 덧입혀진 후에야 비로소 미술품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탄생 후 바로 미술품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대에 와서는 위와 같은 시간의 기다림 없이 더 많은 것들이 대중 매체의 힘을 빌려 예술의 반열에 올려 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회용품은 편리를 위해 현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잘못 만들어진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석유에서 추출되어 만들어진 화학적 제품들은 반영구적인 장점을 갖고 있지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것을 사용할 때는 아무런 개념이 없다. 그럼에도 건축 또는 인테리어, 그 외부에 존재하는 조경에서도 이와 같은 1회성 재료와 자재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들은 아직까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곧 없어져야만 될 이러한 것들은 “싼 것이 비지떡”이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이와 같은 것을 사용한 건축과 조경은 시작조차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앤티크보다는 많이 못 미치는 것이지만 '중고'라는 것도 있다. 이것들 중에는 앤티크처럼 가치가 있는 것도 있지만, 고물로 버려져야 할 가치 없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고르고 판단하는 눈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Art, Classic, Natural들이 가슴 속에 장치되어 있어야만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존재의 가치 없이 버려져야 할 조경·건축 그 이외 어떠한 것들도 저급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명예를 표방하는 저급하지 말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만들어 놓는 데에는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건축과 조경은 같은 장소에 가깝게 존재한다고 해서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경적 건축, 건축적 조경 즉 Landscape Architecture와 같이 함께 이해되는 것을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서로 상승될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이유만으로도 앤티크와 같은 명품조경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현상과 만날 때 빛을 낸다

자연현상은 끊임없이 모든 환경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자연현상과 아름답게 만나는 조경은 분명히 명품으로서 앤티크가 될 수 있는 반열에 오르게 된다. 대부분 조경공간 위에 겨울을 입힌다고 생각하고 설계와 시공을 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에서는 서로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되어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본다. 

교목과 관목류에 낙엽이 지면 쓸쓸하다는 생각에 조경수 대부분을 상록수로 대체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타국에 비해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사계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 같은 사실을 잊거나 모르는 상태에서 상록수 위주로 식재를 생각하는 것은 한 가지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편협한 사고에 의한 발상이다. 
상록수와 활엽수의 비례를 맞추어 식재된 공간에서 맞이하는 가을은 낙엽수의 단풍색채만으로도 충분히 가을을 느낄 수 있겠지만, 겨울은 수목만으로는 만족스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수목 위에 흰 눈이 내려 않아 쌓이면 겨울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겠지만 눈이 없을 때의 허전함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겨울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있다. 즉, 현장에 원래 있었던 자연적 지형의 고저 또는 비탈진 경사면에 수목을 식재하는 것이 아니라, 석축을 이용하여 식재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결과물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석축에 대한 디자인은 다분히 건축적 표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조성된 조경공간 위에 겨울이 찾아올 때는 당연히 더욱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자연현상으로 서리가 있다. 극심한 기온 차에 의해 공기는 차갑고 지면은 따뜻해서 만들어지는 기온차에 의해 땅 가까이에서 만들어져 하늘에 채 오르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구름, 이것이 연무라고 하는 안개이다. 차가워진 지표면에 공기가 닿으면 공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 즉 수분이 차가워지면서 뭉쳐진 것들이다. 이것은 산골짜기(기온차가 큰 날은 산골짜기 마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또는 호수·강·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데 물가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공기 중의 수분보다는 수온과 공기의 기온 차에 의해 물이 증발하면서 만들어내는 물안개이다.

-5℃ 이하로 추울 때에는 이 물안개가 풀이나 나뭇가지에 닿는 순간 얼어붙는다. 이렇게 수많은 미세한 알갱이들이 얼면서 뭉쳐지게 되면 가느다란 솔잎 한 개 한 개마다, 풀잎들 마다 모두가 코팅된 것처럼 하얗게 된다. 이 모습은 눈 내린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눈이 내려 나무 위에 얹혀 져서 쌓이는 것과는 달리, 일정한 두께로 위·아래, 전후좌우 할 것 없이 코팅된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대개는 이러한 모습을 눈 내린 것으로 생각하지도 하지만, 이런 겨울에는 기온상태를 참고했다가 날짜를 맞추어서, 대체로 습도가 높은 지역인 여주·이천 쪽의 물가를 찾아간다.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므로 작정하고 길을 떠나 조용히 감상을 하고 온다. 차갑고 맑은 날 오전 9시 이전에 기억해 두었던 장소에 도착하면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며, 10시쯤부터는 이것들이 서서히 녹아 내리면서 나뭇가지에 물방울들이 영롱하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것들과는 조금은 다르기는 한데, 정말 서리라고 불리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쉽게 관찰된다. 이는 땅 위에서 뭉쳐지며 이슬이 된 것들이 얼어붙으면서 만들어지는 작은 얼음으로 된 결정체이다. 이 결정체가 땅 혹은 땅과 가까운 풀에 붙어 만들어지면 서리풀이라 하는데, 서리풀 마을은 강남 서초동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이곳은 2000년을 맞이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꽃집들로 가득한 중요한 꽃시장이었으며, 서초동 길 가운데 향나무가 서 있는 근처에는 지금도 원예·조경과 관련된 자제상이 남아 있다. 이 서릿발에 의해 들어 올려 진 땅이, 봄에 녹으면서 내려앉으면 표면에 날아다니다가 습기에 의해 붙어있던 씨앗들을 살짝 덮어주는 효과가 만들어지면서 발아에 도움을 주게 되는 멋진 자연현상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많은 자연현상과의 어울림을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조경공간이 후세까지 남아있고 보존되는 앤티크와 같은 존재로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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