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막의 인생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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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배우가 무대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장(場)이다. 관객은 배우의 숨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눈빛과 극에 알맞은 표현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감동은 연극이 오랜 역사를 지닌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피플투데이에서는 김현정 대표를 만나기 위해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던 울산 북구 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아름다운 미소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던 김현정 대표가 취재기자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김현정 대표의 제 2의 연기 인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성과 열정을 기본으로 하는 연기지도
1994년 창단된 극단 광대는 김현정 대표의 가르침 아래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프로 극단이다. 김현정 대표는 18년째 지역에서 연기자로 무대를 채워나갈 학생들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다.
“저는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너희가 가진 재능이라는 재료로 맛있게 밥을 짓게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학생이 뚜렷한 목표 없이 막연하게 연예인만 꿈꾼다면 냉정하게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진심어린 연기가 배우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극단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환경이 부족한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이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언제든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왔다. 김 대표는 선후배 사이에서 체계적인 규율로 기강을 다잡는 경우를 대비해 학생들이 인성과 재능을 두루 겸비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도한다. 덕분에 대학교에서도 김 대표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을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인성 교육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모든 사람에게 진심어린 예의와 올바른 심성을 가지고 표현한다면 이미 그 사람은 배우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정 대표는 초 중등학교에서 연극과 놀이를 접목시킨 교육도 진행했다. 연기를 하는 과정 속에서도 친구들 사이의 규칙과 배려하는 마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했다. 비록 뛰어난 연기력은 아니지만, 순수한 생각이 가득찬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연기 소스를 얻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강의하면서 느꼈던 감동과 보람으로 현재 활발한 외부 강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호흡법, 발성법, 학생들을 집중 시킬 수 있는 방법 등 자신만의 오래 연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고 느낀 점을 테마에 맞는 신선한 내용으
로 호응을 얻었다.
“보호감찰중인 학생들에게 ‘꿈’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었습니다. 불량하게 앉아 있던 학생들이 과연 저의 수업을 재미있게 들어줄까? 라는 의문점이 생겼어요. 하지만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공부를 잘하지 않더라도 꿈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수업이 진행될 수록 질문도 하고 끝날 때는 아쉬워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현정 대표는 25년의 연기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인성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더욱더 활발하게 할 예정이다.

배우 김현정을 만나다
“학창 시절 연약해 자주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동경했던 수학 선생님께서 연극 동아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달려가서 지원서를 냈습니다. 큰 소리를 내보고, 감정을 표현하고 고된 연습에도 불구하고 연기할 때만큼은 아픈 줄 몰랐어요.”
김현정 대표는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하면서 맡았던 주인공 역할을 통해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었다. 연극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에 무릅쓰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김 대표는 비로소 서울예술전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연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을 김현정 대표는 모든 순간을 잊을 수 없는 듯 보였다. 뛰어난 연기력이 아닌 살아 있는 눈빛과 진정성 있는 연기는 김현정 대표를 무대에서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동랑 청소년 극단에 입단했다.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역할들과 시대를 앞섰던 뮤지컬 공연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전의순수하고 맑은 연기가 표현되지 않은 날이 찾아왔다. 극단 선배의 따끔한 충고로 자신이 걸어온 모든 길을 되돌아보았다. 김현정 대표는 배우의 길을 접어두고 부모님의 인연으로 결혼을 결심하면서 1989년 서울에서 울산으로 내려왔다.
“26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어요. 연극을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울산은 도피의 공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기에 혼자서 택시에서 울기도 하고 했죠. 또 연극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을 보면서 막연한 그리움에 사로잡혔어요.”
김현정 대표는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 닮아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학생들에게 때로는 선배로서 선생님으로서 조언하면서 실력과 인성을 갖춘 배우로서 키워나갔다. 18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무대 뒤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활동해오던 5년 전, 김현정 대표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1년 6개월의 치료기간 동안 항암치료와 부작용으로 고된 투병생활을 보내던 김 대표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
기도 했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2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책, 컴퓨터 등을 하면서 살아가야할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다시 무대 위에 올라서서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극단 단원들을 불러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고 했죠. 25년 만에 무대에 다시 올라서자 너무 떨려 침이 마르고 대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 공연 때 느꼈죠. 내가 살아야할 이유는 연기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체중도 늘었고 건강도 되찾았죠.”
김현정 대표는 연기를 통해 건강을 회복해 나갔다. 연기로 모든 부분을 표현하고 단원들과 함께하면서 채워나가는 공연은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연기를 관객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한 마음으로 매년 1회 무료 공연을 준비했다. 연기로 치유된 모든 것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었다.
“연기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멘토 김현정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환갑이 되면 꼭 제자들이 모두 모여 함께 잔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힘든 순간들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돼 강단에 선다면 저의 도전하는 인생과 연기 모두 보여드리고싶습니다.”

연기자로서 인생 2막의 커튼을 올린 김현정 대표는 앞으로도 제자 양성은 물론 연기자로서 김현정을 알릴 계획이다. 김 대표의 소탈하고 시원한 웃음소리는 무대에서 빛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 냄새 풍기는 김현정이었다. 그녀의 힘찬 오늘을 응원한다.

 

Profile | 김현정 대표
卒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전공
前 동랑청소년극단
現 극단 광대 대표
(사)한국연극협회 울산광역지회
수석부지회장
常 울산광역시 시장상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런 연극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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