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괴담’과 ‘루머’의 나라

  • 입력 2013.05.02 15:22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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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끊이지 않는 ‘괴담’과 ‘루머’의 나라
인터넷망 타고 무차별 확산이 문제

지난 4월 3일, 포털사이트의 한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이윽고 이 글은 삽시간에 타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SNS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글의 내용은 ‘지난 3월 28일 인천의 한 지하철역에서 토막 난 사체가 발견됐다’는 것. 경찰 확인 결과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민 불안이 커질 것을 우려해 해당 지역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이 최초 게시자를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른 바 ‘인천괴담’이라 불리는 루머였다.

불안감을 먹고 사는 루머와 괴담
‘인천괴담’이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서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해 주차장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제보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갔다. 경찰조사 결과 이 사건도 한 여성이 하혈한 것이 하수관 역류로 주차장에 흘러나와 발생한 ‘해프닝’이었지만 한동안 괴담은 지속됐다.
지난해에도 이런 괴담은 수없이 많았다. 피겨계의 여신인 김연아 선수에게 ‘아이가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루머가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았고 김해지역에 떠돈 ‘여학생 장기 적출 루머’와 10월 10일 ‘쌍십절’이 인육을 먹는 날이라는 내용의 ‘중국인 인육데이 괴담’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루머와 괴담이 난무했다. 이 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갖가지 루머와 괴담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을 가리켜 ‘루머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의 루머와 괴담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의 발달로 인해 수십, 수백, 수천 명의 팔로어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루머와 괴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재생산된다. 이 루머와 괴담들은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져 나가 사회불안과 상호 간 불신을 야기하고 나아가 힘없는 개인들에게 공포와 혼란, 피해를 가져다준다.
사이버 세계에서 객관적 사실여부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단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확산만이 변하지 않는 실체로 남는다. 이 때문에 정치인, 연예인, 사회저명인사 등 공인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루머와 괴담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루머에 의해 희생된 연예인들이 반박성명을 하거나 TV 토크쇼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장면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그나마 공인들의 경우 자신의 억울함과 잘못된 루머에 대해 해명할 수 있지만 루머의 피해자가 평범한 일반인일 경우, 루머에 의한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누구라도 루머와 괴담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루머,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밝혀야
루머와 괴담은 태생적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복제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입에서 입으로, 혹은 문자에서 문자로 옮겨가면서 살이 붙고 점차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더해 가면서 그 몸집을 불려가는 것. 그들이 물꼬를 대고 있는 자양분은 다름 아닌 ‘충격성’과 ‘선정성’. 이 때문에 루머나 괴담으로 인한 폐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루머나 괴담을 유포하는 이들은 즐거움이나 쾌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가 입는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괴담이나 루머에 휘둘릴 경우 여론이 왜곡되고 그로 인한 불안이 크게 증폭된다. 특히, 범국가적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괴담이 횡행할 경우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나타난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한 루머는, 그 정보가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하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미국산 소고기 제품의 판매율에 엄청난 영향을 줬고 대부분 국민들을 ‘광우병’ 공포에 떨게 할 정도였다. 
보통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빈도수가 클 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건, 사고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를 하기 위해 작은 정보라도 수집하고 귀를 기울이는 습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 정보의 진위는 그 다음 문제다. 전쟁 중이거나 ‘세기말’이라는 특수한 시기, 기업의 구조조정 등 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일수록 황당하고 근거 없는 루머와 괴담이 횡행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근거 없는 루머나 괴담이 일단 퍼지면 소멸되기가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이러한 루머와 괴담은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파급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로체스터기술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니콜라스 디폰조가 쓴 <루머사회>는 누구라도 루머가 만드는 ‘마녀사냥 놀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루머가 만들어지고 통용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루머의 피해자들의 경우 헛소문이라고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루머의 수용자들 역시 사실 확인을 통해 스스로 중심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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