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후 수치스런 일본역사의 ‘기억’

  • 입력 2013.05.02 14:04
  • 기자명 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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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후 수치스런 일본역사의 ‘기억’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양기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18,000원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진단한 역작이다. 1945년 패전 후 현대 일본사를 미국에 대한 자주파와 친미파 간의 대립과 갈등, 대결 구도로 해석한 이 책의 핵심은 미국이 일본 내 친미파를 육성, 지원해 정계와 재계, 학계 및 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잡도록 했다는 것.
36년간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로 재직하며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이라크,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일본 대사 및 영사로 부임했던 저자 마고사키 우케루는 이미 <일본의 영토분쟁>이라는 문제작으로 화제를 모은 인사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군사 식민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지금껏 미국을 추종하는 세력이 정?재계에 주류로 자리 잡고 있으면서 일본의 국익보다는 미국의 국익에 봉사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매우 예민한 주제를 다룬 것으로 2012년 출간 즉시, 정치와 시사를 다룬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20만 부 이상 팔리며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역작이다.
저자는 미국과의 굴욕적인 외교의 원인에 대해 충격적인 패전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1945년 9월 2일, 일본의 천황은 연합군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다시는 군사대국의 꿈조차 꾸지 않겠다는 천황의 맹세와 함께 연합국 총사령부의 일본 통치가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사실상 미군의 군사점령을 받은 것이다.
일본이 패전기념일을 ‘종전일(終戰日)’로 명명한 것은 굳이 ‘패전’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애써 무시하려는 자기 암시와 같은지도 모른다. 패전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데서, 전후 새로운 일본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고,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와 동아시아 지배 전략에 서서히 말려들면서, 미국 추종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현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정세를 150년 만에 도래한 격변기로 설정하고 동아시아 각국의 내부 사정과 외부 전략을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된 ‘메디치 WEA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여기서 동아시아는 지역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등 6개국을 지칭하며, 세계 해양세력의 대표이자 최대 패권국가인 미국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동아시아의 7대 상수를 개별 국가, 양자간, 다자간 조합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이 총서의 목적이기도 하다.

 


<조용한 걸음으로>


김병익 지음 / 문학과 지성사 / 13,000원

<조용한 걸음으로>는 문학평론가인 김병익 교수의 기고문과 칼럼을 묶은 것으로 이 책에는 몸과 마음이 한가하고 여유로워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여기며 쓴 글을 위주로 담았다. 1부 ‘돌아보며, 바라보며’엔 문학과 삶, 세상에 대해 쓴 에세이들이 실렸으며 2부 ‘도저한 정신들’엔 김규동 시인 1주기와 소설가 오정희의 회갑, 황석영 등단 50년 등을 맞아 쓴 글 등 잡다한 에세이들을 위주로 엮었다.

 

 

<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13,000원

<종이시계>는 인생의 중턱에서 자신들이 꿈꿨던 것과는 판이한 현재의 삶에 내심 놀라고 실망하는 주인공 매기와 그의 남편 아이러의 이야기로 순환과 반복의 뜻을 내포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반복되는 희비극을 상징한다. 보편적 세상을 상징하는 제목처럼 보편적 인간상을 표상하는 매기와 아이러, 그 주위 인물들, 그들이 일상적인 삶에서 위안과 의미를 찾으며 부대끼는 모습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도록 이끌어준다.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


사사키 다카시 지음·형진의 옮김 / 돌베개 / 15,000원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저자인 사사키 다카시는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피난 지시를 거부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자택 농성을 벌이며 하루하루 죽음의 기록을 이어갔다. 당시 그 기록을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2011년 3월부터 7월까지의 상황이 집중적으로 조명돼 사고 직후 현장에서 들려온 육성을 통해 원전을 둘러싼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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