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신앙을 통한 비운의 인간상을 그리다_김동리의 <무녀도>(1936)

  • 입력 2013.05.02 13:49
  • 기자명 홍이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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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홍이종 시인’의 한국 근·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책을 가까이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할 확률이 높고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는 인간으로서 더 차원 높은 품위와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책은 한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한 차원 높게 고양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와 여러 세대를 지나며 읽히는 밀리언셀러는 한 국가와 민족의 성숙을 견인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본지는 한국의 근?현대를 움직인 100권의 책을 선정, 그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註)

 


31_ 토속신앙을 통한 비운의 인간상을 그리다
김동리의 <무녀도>(1936)

김동리의 문학은 천녀의 고도 경주에서 피어난 민속신앙의 체험적 사실주의가 작가의 신념으로 되살아난 문학이다. 1936년 잡지 <중앙>에 <무녀도>를 발표하며 한국문학에 민속신앙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김동리는 한국 5,000년 역사에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 민속신앙을 국민과 작가 자신에게 드러내 줌으로 해서 행동미학의 생생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한국의 풍속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사물에 대한 경외심에서 출발해 집과 의복, 생명의 원천인 먹거리 등에 바탕을 둔 가장 합리적이고 뛰어난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무녀도>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보이는 근대화의 풍속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상과 종교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신진세력과 관습으로 전해지는 전통의 충돌로 삶의 표현방법의 올바른 선택과 주장을 위해 종교인의 생명의식을 주장한 소설이다.
‘무녀도’의 무당은 신들린 인간이다. ‘신들렸다’는 의미는 작가 자신이 접신의 세계로 한걸음 다가갔다는 의미와 같다. 정신의 꼭대기에 자리하는 몰입의 세계를, 작가의 간결하고 절제의 언어로 표현한 <무녀도>는 무당이 사회 구성원의 중심에서 새로운 풍속의 환경 속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작가의 관찰력으로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세계 샤머니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계급사회 이전의 집단의식에서 출발한 샤머니즘의 의미는 자연에 맞선 인류의 불안감을, 타자를 대상으로 창조한 인류학적 의식이라 정의 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초월한 새로운 대상에의 존경과 질시가 공존하는 세계의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김동리의 <무녀도>는 1930년대 식민의식을 외면하지 않은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려하는 치열한 작가의식의 결과물을, 작중인물 모화를 통해서 한국의 뿌리와 민속신앙의 의미,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종교의 의미는 새로움이다. 종교에 귀의하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상과 새로운 생각에 다가갈 수 있다. 김동리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전통의 종교와 새로운 종교 기독교의 비유를 가장 가까운 가족 간의 대립과 분열을 통해서 작가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작가 김동리는 <무녀도>와 1935년 <화랑의 후예>, 1939년 <황토기>, 1940년 <혼구>, 1957년 <사반의 십자가>, 1961년 <등신불>, 1977년 <저승새>, 1978년 <을화>까지 자신의 일생을 종교의 의미를 찾아서 한국 근대사의 민속신앙의 뿌리를 찾아 전통의 정신을 후대에 전한 종교적 작가의식을 실천한 작가였다.

 

32_ 한국 모더니즘의 개화를 알린 ‘불후의 명작’
이상 김해경의 <날개>(1936)

1910년 일본에 강제병합을 당한 해에 태어나 건축 기사로 시작된 이상의 문학은 1929년 잡지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 시 ‘이상한 가역반응’, ‘파편의 경치’, ‘3차각 설계도’ 등을 발표하며 시작된다. 어린 시절 가난으로 백부의 양자로 성장한 이상은 보성고등학교 시절에는 화가로서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보여주었으나 가족의 생활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경성공업고등 건축과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소속 건축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34년 이상의 대표적인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에 발표하며 자신의 모던한 세계를 보여준 이상은 1930년대 대한제국의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자신의 문학으로 표현해냈다. 강압적인 일본의 식민정책과 생활의 불안감, 건강의 악화로 건축기사의 직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생활 수단으로 당시 유행하던 다방 ‘제비’를 운영하면서 생활인으로의 새 출발을 한 이상 김해경의 의식은 서구와 일본에서 새로운 사상으로 나타난 ‘초현실주의’와 ‘구조주의’,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을 통해 자신의 생활이었던 건축기사의 경험과 회화적 상상력에 몰입해 한국문학에 모던한 신세계의 문학을 개척했던 것이다.
당시 새로운 문학의 구심체인 구인회에 참여, 자신의 문학에 새로운 사상성을 더한 <날개>를 발표하며 대한제국의 문학사에 의식의 흐름을 강조한 이상 김해경은 함께 다니던 친구 화가 구본웅과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 구인회에서 만난 절친 <봄봄>,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과 교류하며 자신의 생활을 문학으로 표현했다.
소설가 이태준의 권유로 <조선중앙>에 시를 연재하게 된 이상은 곧 ‘오감도’를 발표했는데 새로운 생각에서 출발한 낯선 이방인에 대한 대중과 예술인들의 몰이해로 격렬한 저항을 일으켜 이상은 계속적인 발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생각에 대해 대중은 낯설어 한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로 시작하는 시 ‘오감도’에서 ‘아해’의 의미는 이상 자신이 사회로 부터 받은 몰이해에 대한 편견의 이유를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표현하고자한 것. 이상 자신이 고백하는 돈에 대한 애정과 철들지 않는 자신의 정신을 세상 속으로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던진 모습이다.
1930년대 대한제국의 최고 시인으로 평론가 김기림의 찬사를 받은 이상 김해경은 다방 ‘제비’와 ‘69’ 등을 개업하고 예술인들과 교류했다. 다방 ‘제비’를 경영하며 체험한 소설 <날개>의 첫 문장 ‘박제된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는 문장은 자신의 생활에 대한 육체의 언어를 거짓 없이 표현한 것이다. 1937년 일본에서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건강의 악화로 죽음을 맞이한 이상은 유작 <종생기>를 끝으로 짧은 생을 마친다. 대한제국의 박제된 천재 이상, 한국문학 최고의 모더니스트 김해경은 예술이 보여주는 파격과 다름의 표본으로 한국문학의 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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