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조직의 재설계, 교사의 본질적 역할이 가능

‘잠자는 교실’을 ‘눈맞춤이 있는 교실’로

  • 입력 2016.06.28 14:19
  • 수정 2016.06.29 15:33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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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고등학교 김대성 교장

1970년대 고교진학율은 20%를 겨우 넘었지만, 1980년대 48% 1990년대 80%를 지나쳐 2010년 넘어서는 93%에 육박한다. 일반고 학생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물고 있지만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이런 와중에도 ‘잠자는 교실’의 이미지는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에서 ‘잠자는 교실’을 깨웠다는 교육의 장(場)이 있어 방문했다. 바로 만덕고등학교이다. 

만덕고등학교의 역사는 길지 않다. 지난 1999년 설립인가를 받은 뒤 2002년에 제 1회 입학생을 받았다. 이후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시범학교로 지정되며 교육감 표창을 수차례 받았고, 지난 2015년에는 ‘학력신장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대성 학교장을 만나 ‘더(the) 행복한 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유연한 학교조직이 유능한 인재를 만든다

만덕고등학교는 해발 250m, 지형적으로 높은 백양산에 북쪽에 위치해 있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생각한다면 자연 속 조용한 장소로 ‘학업분위기 조성’에 뛰어난 환경이다.

김대성 교장은 만덕고등학교가 이렇게 주변 자연환경도 좋지만 무엇보다 ‘사람환경’이 더 좋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 만덕고등학교는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에 학생으로서 학창생활에, 선생님으로서 교직생애에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학부형께서는 학교를 믿고 신뢰하기에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에 ‘큰 힘’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교장이 만덕고등학교에 부임했을 때는 지난 2013년 3월이었다.

“처음 와서 ‘잠자는 교실’에 대해 선생님들과 논의 했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그들의 미래를 두려움과 막막함이 아니라 설레임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여태껏 교실에서 놓치고 있는 3가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첫째. 교재와의 눈맞춤 – 교육활동의 교재와 눈맞춤이 없으니 활동이 없다.
둘째. 타인과의 눈맞춤 – 선생님과 동료간의 눈맞춤이 없으니 서로 협동하지 않는다
셋째. 자신과의 눈맞춤 - 궁극적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다. 그냥 경쟁에서 이겨보려는 욕구만 있는 교실에서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행정업무 단위로 경직되어 있는 학교조직을 이러한 교수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함께 하게 되었고, 이에 학교조직을 학교라는 본질이 드러나도록 학생을 중심에 두고 교수-학습활동과 생활교육이 전개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선생님이 처음 선생님이 되고자 하였을 때의 마음, 즉 ‘내가 맡은 교과지도를 멋지게 해내고, 내가 맡은 아이들의 생활교육을 잘하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되돌려 주고자 하였다.

새롭게 만든 학교조직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고, 학년경영실과 교수학습실이 양대 조직으로 나뉘었다. 학년경영실에서는 1,2,3학년부로 나누어 진로진학코치와 생활지도을 주 미션으로 하였고, 교수학습실에서는 교육과정 운영과 교과체험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주 미션으로 하였다. 또한 학교의 3주체로서 교직원회, 학생자치회, 학부모자치회가 서로 독립되면서도 연계되어 움직였다.

결국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가 하나 되는 소통과 교류가 있다보니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생활 규정을 만들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규정을 손질해 갔다.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민주적인 결정으로 서로의 만족도가 커졌다.

이처럼 유연한 학교조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간 교육청에서 장학사, 장학관으로 일했던 김대성 교장의 경험에서 뼈대가 나왔고, 2014년에 1차 적용, 2015년에 2차로 수정을 거쳐 올해에 거의 안정화에 들어가 있다.

김대성 교장은 이런 시스템으로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여주면 그 여유가 결국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교사 누구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교수법을 익히고 동료간에 거리낌 없이 새로운 교수법을 제안하며, 학생들 스스로 학생규범을  만들고 손질해 가는 ‘민주적 학교조직’이 더욱 탄탄해지길 바란다.

 

김대성 교장 Profile
•거제 生
•동아대학교 물리학과
•2008~2010 부산시교육청 중등 장학담당장학관
•2011~2012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센터장
•2013~     부산 만덕고등학교 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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