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진심(眞心)으로 만나는 ‘나의 일!’

"오늘은 선물입니다!"

  • 입력 2016.05.31 17:05
  • 수정 2016.05.31 17:46
  • 기자명 서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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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Bois(브와)는 숲이나 나무를 뜻한다. 카페룸에 들어서자 독특한 향(香)이 방안의 공기를 타고 흘렀내렸다. 낯선 단어가 주는 생소함은 한 쪽 옆에 놓아둔 나비 모양의 호접란 미소로 덮였다. 외모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손다원 센터장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문인이었다. 임상 경력만 2만 시간 이상 넘긴 손다원 센터장을 통해 원예치료 실전경험을 듣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원예치료, 자연과 교감하는 일

이제 도심에서도 정원을 가꾸거나 텃밭을 일구는 일이 흔해졌다. 내가 심고 가꾼 것으로 우리 식구나 이웃과 나눈다는 점은 꽤 매력적이다. 또한 숲과 수목원 등에서 진행되는 숲체험과 숲해설 프로그램들은 해피호르몬의 생산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물을 자주 접하면 좋겠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손 센터장은 원예치료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원예치료의 역사는 2차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 후 상이군인의 신체를 재활하기 위한 프로그램. 상이군인들의 신체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해소되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효과를 발견하고 적용하게 된 거죠. 식물의 변화는 조금씩 천천히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있듯 식물과의 교감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예치료이죠. 원예치료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며 대표적인 것이 실내식물 기르기와 텃밭 가꾸기입니다. 자연의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일회성의 체험 프로그램보다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예치료, 보다 나은 나를 찾아가는 일

원예치료를 하면서 심은 꽃과 나무들은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내가 심었으니까 스스로 가꿔야 한다. 물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둬야 하고, 한 번씩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야 한다. 원예치료의 중요한 점은 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심고 난 후의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그 과정들이 사람과 식물과의 교감임과 동시에 나와 식물의 성장인 것이다. 심을 때는 그렇게 열심히 했으나 후속 관리가 없어 1~2주 만에 말라 죽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주로 장애아동들에게서 많이 보이는데, 내 것이라는 책임감과 애착이 부족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럴 때는 억지로 강요하기보다 함께 물주는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일이 여러차례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면서 애정이 생기고 스스로 생각하며 식물의 생명성에 관심을 두게 된다.

원예치료, 함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

손다원 센터장은  원예치료를 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나타났다고 한다. 손센터장은 그래서 관련 자격증들을 취득하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본인이 정체되어서는 만나는 대상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서였다. 

원예치료를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지만, 보다 체계적인 원예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욕심으로 브와원예치료센터의 문을 연 것은 4년이 지난 2013년 3월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치료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로가 원예치료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상호 지식과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브와원예치료센터가 제공하는 원예치료서비스는 점점 진보함을 체감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2만여 시간이 넘는 임상 경험을 돌아보면, 원예치료의 매력 중에 하나는 함께 한다는 것이다. 
치료사와 대상자의 1:1 치료서비스는 직접적이고 세심한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 반면에 주로 실내에서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그룹으로 진행하는 원예치료는 주로 텃밭 가꾸기 같은 공간을 지정해서 진행하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해야 할 일을 분담하게 된다. 
다룰 수 있는 도구에 따라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인지, 손의 세심함에 따라서든지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가늠해 보고 도전도 하면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수행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특히 장애아동들의 경우에는 기대치가 낮은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아이들은 활동에 참여했다. 새삼 아이들의 가능성은 제한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간혹 비가 내려서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예정했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게 될 때에도 아이들은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비가 와서 물 안 줘도 돼요” 하면서 즐거워하기도 한다. 

원예치료서비스는 최상으로 제공

  원예치료를 하면서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혹자들은 재활용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버려지는 유리병이나 페트병을 모아서 재활용한다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이는 교육적인 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손 센터장의 생각은 다르다. “처음 식물을 심고 가꾸는 아이들에게 재활용한 화분이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한다. “고심해서 고른 예쁜 색깔, 예쁜 무늬의 화분에 식물을 심으며 아이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는 손 센터장은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최상의 재료들을 선택하여 원예치료를 시행한다. 그런 세심한 배려는 대상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면서 지금까지 원예치료를 이어올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계절과 시즌을 고려한 프로그램들은 대상자들의 자존감을 더 높여주기도 하였다. 
다음의 사례들처럼 원예치료의 남다른 장점은 끝이 없다. 

사례1

  할머니들은 꽃을 참 좋아하신다. 꽃이 피면서 향기가 나는 것으로, 예쁜 빛깔로 화사하게 피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시곤 한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기억을 내놓으시고 추억을 나누시면서 원예치료 시간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바꾸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 
  몇 년 전에 S시설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꽃꽂이를 주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매 시간마다 다른 종류의 꽃들을 보고 다루면서 처음에 가졌던 ‘내가 어떻게 꽃꽂이를 할까?’라는 생각이 ‘이 예쁜 꽃들을 내가 꽂을 거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질병의 후유증으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든 분이 계셨음에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겨드랑이 사이라던가 턱 아래의 목으로 괴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셨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으로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 중 기억나는 말씀이 있다. “꽃을 보니 나도 이 꽃과 같은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최근에 부정적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가졌으니 이제 밝은 얼굴로 내 생의 마지막 노트를 적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시던 분들이 원예치료를 통해 삶에서 의미를 찾고, 또 긍정적인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보면 언제나 내가 준비한 것 이상을 되돌려 받을 때가 훨씬 많다. 내가 원예치료를 놓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사례2

  원예치료는 다양한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 변화의 폭이 큰 경우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을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기대와 함께 두려움 또한 같이 가져다준다. 그리고 보통은 두려움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폭력적이거나 부정적인 행동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특수학급을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많이 했었는데 첫 시간은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답을 거부하거나 행동을 반대로 나타내는 경우에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이 시간을 잘 견뎌야 한다. 잘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의 라포(rapport) 형성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프로그램 진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J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의 은주(가명, 당시 11세)는 중복장애로 표현이 다소 폭력적이고 말투가 부정적이었다. 학급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에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 시간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지만 혼내기보다는 격려의 말과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몇 달이 지났다. 어느 순간 아이의 말투가 바뀌었다. “선생님, 나 잘 했죠?”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광대가 승천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 명이 변화하니 학급의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그 이후의 시간들은 즐기는 시간이 되었고 몇 년의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란? 
 
식물이나 식물을 통한 원예활동에 의해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이를 말미암아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전반적 활동. 원예치료의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오늘날 원예치료는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장애인에 한정하지 않고 비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어떤 사정으로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을 때 대상으로 한다. (출처 : 농촌진흥청 표제어 사전)

<프로필>
Bois(브와)원예치료센터 대표 /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석사과정

원예치료사
조경전문가 
도시농업전문가(부산시농업기술센터)
원예심리상담사
특수아동지도사
진로체험활동기관 

2015.3 제11회 부산도시농업박람회 옥상∙베란다텃밭 디자인 공모전 대상(KNN인터뷰)
임상경력 2만 시간 이상(부산경남지역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노인시설 외 100개 이상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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