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몰입하면 환상적인 세계를 느껴요”

이청자 화백, 여든 살 노장으로도 왕성한 활동 꿈꾸며 독일 작품전 준비 한창 문상철 기자l승인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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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리고 하늘에서 흩뿌리듯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 점심시간이 됐을 때 우산을 접고 이청자 화백을 만나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중식 음식점에 들어갔다.
여든인 연세에도 불구하고 얼굴피부가 곱고 새하얘 감탄했다.
그 비결을 묻자, “화학적인 비누를 안 써요. 세수할 때 냉수 마찰하듯 찬물을 잘 활용해요”라고 웃으며 밝게 말했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오순도순 피우면서, 이청자 화백이 자연스럽게 인생사를 털어놓자, 기자는 10대 소녀와 같은 감수성을 여전히 유지하는 분위기와 유려한 성품 때문에 자리에 앉아서 또 한 번 놀랐다.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영락없는 천상예술가였다.
자리에서 식사하던 중 화백에 관하여 평소에도 궁금히 여기고 있었던 부분을 반드시 질문하고 싶어서 화제를 이끌어냈다.

문상철: 창작의 즐거움과 고통 중에서 어떤 것을 자주 느끼시나요?
이청자 화백: 저는 창작의 즐거움을 자주 느껴요. 즉흥적으로 작업을 하다가 끊임없이 고치면서 여러 번 여러 가지 실험하듯이 시도해도 고통을 느끼기보다 행복을 느껴요.
문: 작가님의 춤과 관련된 작품은 섬세하고 깔끔하고 밝은 것도 많아요.
이: 아무래도 제가 젊었을 때 무용을 직접 했기 때문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림 작업을 할 때는 다른 화가보다 생동감과 율동감을 강렬하게 줄 수 있는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문: 무용을 하셨다고요? 그래서 다양한 춤 연구를 온몸으로 연구하셨군요.
이: 무용뿐만 아니라 수상스키나 테니스 등 과거에는 스포츠 활동도 자주 했었어요.
문: 정말 여러 가지 경험이 풍부하시군요.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이: 아침에 호두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견과 위주로 식사를 해요.
문: 평소 하루 일과 중 작품 만드는 시간은 언제신지?
이: 커피를 즐기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할 때도 있고, 새벽 늦게 까지 잠 안자고 할 때도 있고요. 그 시간이 몰입이 잘 되요.
문: 체력적으로 힘드실 텐데.
이: 작품에 몰입하면 어느 시간대나 힘들지 않고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 할 수 있다는 게 제 철학이고 신념입니다.
문: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뉴욕, 일본, 프랑스에도 작품 전시회를 꾸준히 활발하게 하셨는데. 외국에 친구나 팬들도 많겠어요?
이: 그런 점에선 인복도 있고 보람도 있죠! 작품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인연을 맺으면서 생긴 끈끈한 지인들 덕분에 지금은 독일에서 작품전시회 준비하고 있어요. 독일어도 꾸준히 공부했어요.

이 화백에게 기자는 화실에 특별히 초대를 받아 기대감이 컸다.
화실에 도착하자, 생각보다 거대한 크기의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된 점이 눈에 띄었다.
잠시 여러 군데 시선을 돌아보며 그림을 감상하게 되자 눈이 호강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작품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대해 화백과 이야기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작가가 추구한 미술세계에 대해 가까이 다가가 알아보았다.

인간의 정직하고 순수한 정신을 농축한 초기 작품들
예술가로서 자기 세계를 찾으려고 탐구하던 시절, 산뜻한 젊음으로 시각적으로 표출하면서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경력을 갖게 되었다.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작품을 만들던 초기에는 리얼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현장스케치를 튼튼하게 하며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주목을 받았다.
그때부터 이청자 화백은 자신의 길을 당차게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주로 1980년대는 시장의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상인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나 수산시장의 생선 묘사, 바닷가 근처 배와 자연환경, 산 계곡을 소재로 삼아 현장감이 넘치는 정겨운 한국적인 풍경배경으로 작품묘사를 생동감 있게 펼쳐나가면서 그렸다.
단순히 재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표현주의적 초점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인간과 세상의 정직함과 순수함의 중요성을 소중하게 여기며 작품에 농축했다.
그렇게 작업하다보니 소박함을 살릴 수 있었고, 동시에 기법이 다양하게 구사할 수있는 실력을 갖춰지면서 작품마다 화려한 아우라가 살아나왔다.
또한 꽃의 이미지를 빌려 시리즈를 만들어 갖고, 전통적인 한국의 춤부터 현대적인 춤 묘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춤의 시리즈를 연출해 냈다.
붓 터치는 강한 에너지를 불러왔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표현했다.
구체적이면서 추상성 있는 작품으로도 멋지고 아름답게 자유자재한 기법을 구사하게 되면서 세월이 흘러가자 신인작가에서 어느덧 기성작가로 완성돼 갔다.

늙어가는 삶보다 새롭게 살고자 하는 삶을 추구하며
2000년대를 맞이하여 미술가로서 연륜이 생겼을 때, 한국사회상은 우울하고 복잡해졌으며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기를 국민들은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예술가로서 예민한 촉수로 읽어냈다.
그런 시점에서 감각을 좀 더 키워나가면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통할만한 작품을 고민하며 여러 가지 현상들을 대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2005년 작 <Human Hapiness>시리즈다. 
색상이 좀 더 풍부하고 과감해지면서 보라, 핑크, 그린 파랑 등으로 다채로운 화면을 선보였다.
이런 점은 동시대 사람들이 예전과 달리 심리적으로 미묘하게 변화된 점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서양화를 그리지만 동양적인 정서가 이루는 작품들은 화합과 생명의 중요성을 알렸고, 어지럽고 어려운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좀 더 합심하고 뭉치고 끈끈해져서 다시 예전처럼 희망을 갖고 힘내서 힘들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자는 주제와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짐작이 된다.
그 때 미술 관련분야 사람들과 대담을 통해 화백은 이렇게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꽃은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를 지닌 아름다운 존재로서 생명의 본질 즉, 생명의 신비, 에너지 움직임 등을 가졌다. 꽃이라는 소재로 인생을 상징했다. 시간을 과거와 미래,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주만물의 생명력을 꽃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다.”
이 점은 낡고 늙어가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한국사회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스스로도 수많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응원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뛰어나다.

정점과 또 다른 출발점 사이에서
2000년대 현재 진행형이면서 동시에 완결해낸 작품들 중 전시된 것을 예를 들자면 <꿈꾸는 소녀>, <꿈을 향한 소녀-3> 등이 있다.
또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의 몸동작을 아름답게 작품으로 표현해낸 것도 있다. 남녀 댄서의 열정적인 춤을 서양식 코드로 콘셉트를 살린 점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점이 발견되는 부분들은 작가 스스로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소녀의 출발점과 성인으로서 성숙해진 삶의 정점사이에서 팽팽하고 탄력적인 표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인간 역사와 자연 역사라는 게 생성과 소멸, 탄생과 죽음, 흥함과 쇠함이 꾸준히 반복되는 데 바로 그러한 역사의 출발점과 클라이맥스를 표현하면서 작가 스스로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화는 정적인 포즈에서 대단히 역동적인 포즈까지 다양하게 표출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그녀는 자연의 진리와 질서와 리듬, 균형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작업하는 작가정신이 펼쳐지면서 그림이 경이롭게 느껴진다고 평가받는 장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겸손하고 차분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며 창작의 혼을 불사른 점이 미술계에서 귀감이 되었다.
기자 또한 하루, 혹은 일주일, 한 달, 일 년의 출발점과 정점을 이청자 화백의 작품 감상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작가의 천천히 생각하는 시작점과 정점을 향한 변화의 가속도를 당분간 아무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춤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으로
 2015년에 이르러서 최근작을 발표한 것들을 감상하다보면 춤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주제로 매달린 흔적들이 보인다.
이청자 화백의 춤추는 무희는 원숙한 필치와 세련된 색상으로 인물화의 높은 완성도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젊은 작가를 능가하는 왕성한 창작력은 꽃 시리즈와 기존 구체적인 사실화 시리즈에서 벗어나 작가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 스타일은 역동적이고 비약적으로 점프하면서 디테일을 생략하면서도 처음으로 돌아와 섬세함과 차근함을 자세히 보여 주기도 한다.
그 점은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물묘사부터 특유의 화면구성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신선한 독창성과 보편성을 갖추었다.
그래서 그림은 구상화에서 추상화의 경계에 놓인 세계의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오고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끈기와 노력으로 치열한 작가정신을 드러내며 이청자 화백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갤러리 현대, 선화랑, 진화랑를 비롯해서 일본 마이니치, 후쿠오카 아세아 미술관, 미국 시애틀, 파리 프레젠트 갤러리 등 중요한 화랑에서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두며 작품으로 증명해 냈고, 다양하고 깊은 작품의 세계를 간직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창작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사회의 젊은 문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예술적 지성으로서의 기대감
오늘 날, 한국의 문화예술분야는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으로 날마다 축제 분위기다.
그런데 아직도 국내에는 작가나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여전히, 현재에도 보통 일반인이 상상하지 못할 고난과 경제적인 빈곤으로 허덕이는 한국의 무명작가나 예술가들이 많다.
이청자 화백도 분명 청춘시절, 그런 아픈 경험을 수없이 겪었다.
젊은 시절, 서울대학교 미대 합격을 두 번이나 하고도, 장녀로서 집안을 이끌어갈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입학을 포기하면서 까지 자신의 등록금을 어린 동생들 뒷바라지에 헌신하는데 힘썼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장남 장녀 캐릭터를 맡은 어떤 집안의 남녀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1950~80년대 젊은 청춘으로 사는 장남, 장녀들은 그런 시절들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천만이상의 관객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며 극장에서 <국제시장>으로 공감하고 지지했다.
다음에 이청자 화백을 인터뷰할 때는 어려움에 처해 작품 만들기를 거의 포기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젊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혜를 전달하는 것을 주제로 삼아, 앞으로 성숙하고 탄탄한 한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메시지를 만인에게 전달해야겠다는 계획이 생겼다.
이청자 화백은 힘든 젊은 시절을 잘 극복하고, 현재도 그녀만의 작품들은 다양한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갑자기 이청자 화백이 오랫동안 왕성하게 작품 활동하는 비결과 지혜를 자세하게 듣고 싶어졌다.
구체적인 인생 노하우가 궁금하고 예술가로서 장수 활동을 하게 된 특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벌써부터 기대가 커졌다. 

 


문상철 기자  77msc@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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