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건강, 단열, 비용, 그리고 안전성까지 미래를 위한 인간적 건축

친환경 목구조주택 삼림하우징테크 김태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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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올린 목조주택의 문을 들어서자마자 나무냄새가 온 몸으로 번졌다. 동서지간에 나란히 여기 대구 팔공산의 제일 좋은 자락에 김태국 대표의 목조주택을 지어 들어선다고 했다. 무슨 삼나무 숲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어찌 그리 나무향이 고맙도록 진한지, 거실 한 켠으로 구들을 넣은 일종의 집안 찜질방도 마련돼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사는 맛이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기라도 한 듯 했다. 편안했다. 그저 편안하고, 정말 편안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집”
 친환경 목조주택 삼림하우징테크 김태국 대표를 만났다. 사단법인 한국목조건축협회 운영이사 겸 대구경북 지부장을 맡고도 있다. 산림청 산하인 협회는 올해 안에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으로도 등록 신청을 해 둔 상태이다. 48개 회원사, 80군데의 자재장, 건축설계사 30여 명 등이 모여 대한민국의 건전한 목조주택 보급과 이에 대한 바른 교육사업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뛴다. 김태국 대표는 건축 전공이 아니었고, 그러니까 14년 전 우연히 직종을 바꾸려 고민하면서 목조주택에 대한 나름의 공부와 연구를 거듭한 것이 지금 사업의 계기였다. 환경과 단열 면에 있어 이제 목조주택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과 믿음이었다. 사업 초기 1년 5~6000 세대였던 것이, 지금은 2만여 세대가 연간 지어지고 있다. 북미 쪽은 이미 단독주택 시장에서 목조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90프로가 넘는다. 일본 또한 55프로, 7.4강도의 지진에도 서 있는다. 겨우 우리나라는 9프로. 초창기 김태국 대표는 1년에 집 1채를 지었다. 반드시 성공하는 시장이라는 믿음만이 오로지 그를 붙들었다. 그리고 지금, 1년 20채의 집을 짓고 있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현재 지방에서 20채 정도의 목조주택을 짓는 업체는 전체 10프로에 불과하다. 그만큼 집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영세업자다. 건축비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평당 수백 정도에 불과. 목조주택의 특성 상 유일하게 자재가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는 터라, 거품이 일 수가 없다. 김 대표의 말마따나 ‘정직한 집’이다.
 “나무를 만지는 사람은 다 순해요. 예를 들어 철근 자를 때 그 찢을 듯한 소리 한 번 들어보세요. 그러니 현장 사람들이 자연히 날카로워 질 밖에요. 나무작업현장은 조용하잖아요.”

“100미터 무게도 버티는 목기둥, 영국선 호텔까지 목구조로 지어”
 목조주택은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로 나뉜다. 중목구조는 다시 2가지로 나뉘는데 ‘팀버프레임’이라 해서 캐나다 밴쿠버 산 더글라스 나무를 수입해 못이나 철골을 들이지 않고 짜 맞추는 방법이 있고, ‘프리컷가공’으로 일본 삼나무(서기목)을 쓰는 것은 철물이 접합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목조주택과 관련해 할 수 있을 만큼 김태국 대표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옛날 사람과 지금 사람의 취향이 저마다 다르니 지금처럼 김 대표의 착한 건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예를 들어 예전 사람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갈라지는 나무 특유의 선을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걸 하자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삼나무를 갈라지지 않게 가공하는 기술은 일본이 최고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수분, 즉 함수율을 15프로 미만으로 떨어뜨리면 갈라짐이나 뒤틀림이 없다.
 외국의 경우 경량주택만이 아닌 전시장, 체육관, 박물관까지 목구조로 짓는다. 독일은 관공서와 지하철 역사까지 목조건축물이다. 김 대표가 밴쿠버에 갔을 때, 5층짜리 빌라 100세대를 전부 다 목조로 지은 것을 보았다. 작년에 캐나다 우드 서울사무소에서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 교육을 받으면서, 같은 해 봄에는 캐나다 밴쿠버로 연수를 떠났다. 거기서 토리노 동계올림픽 아이스링크장 천장이 목조건축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것이다. 영국은 CLT(Cross Laminated Timber)합판으로 호텔도 짓는다고 한다. 목조기둥은 100미터의 롤러코스터도 버티며, 설령 무너진다 하더라도 꺾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기울어지다 쓰러진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철제는 부러져 버린다.

“환경, 건강, 단열, 비용까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건축”
 이처럼 목조주택은 사실 장점만이 전부인 친환경, 오로지 인간을 위한 건축이다. 안전성은 물론이거니와 건강, 단열, 가격 등등 모든 면에서 이제 미래건축의 대안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30평 짜리 목조주택 1채를 짓는다는 것은 이 지구에서 그와 똑같은 비중의 30톤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된다는 뜻이다. 목조는 단열면에서 단연 최고다. 일반건축 대비 천장은 3배, 벽채는 2배의 효율이다.
 “저는 친환경주택을 짓는 첫 번째 이유가 습도예요, 습도. 사실 집안의 습도가 우리 건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콘크리트나 판넬집은 냄새부터가 축축해요. 밤새 그 곰팡이를 다 들여 마신다는 거예요. 목조는 현미경을 통해 나무기둥 속을 들여다보면 다 알 수가 있어요. 이 녀석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온 집안 습기를 다 들여 마셨다가 날려버려요. 과자를 먹다 봉지를 뜯은 채 두어도 아침에 일어나 보면 그대로 바삭바삭해 있다니까요.”

“목조주택 시공, 한국목조건축협회 전문인에게 맡겨야”
 정말 열심히 전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어떤 목조주택 시공사는 잘 해 준다며 나무벽에 보기 좋으라고 비닐로 된 실크도배를 한다. 사람으로 치면 콧구멍을 막는 것으로, 한 마디로 나무의 숨통을 끊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김 대표를 처음 만나기 위해 들어선 목조주택의 벽은 한지와 종이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한 번은 대구의 한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모 종합건설회장 사장에게 시공을 맡겼는데 3달 후에 집이 엉망이 되었더란다. 가서 살펴보니 100평 되는 3층 집에 마당으로부터 들어가는 수도를 16미리 가는 관으로 해놓았더라는 것이다. 집 짓는다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상식이 없을 줄이야. 현재 우리나라의 1년 2만 채 목조주택 중 목조건축협회에 속한 회원이 짓는 수는 고작 2000여 개,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지어질는지 김태국 대표는 걱정이 앞선다. 최근 인테리어업체의 목조시공이 많아졌는데, 문제는 환기다. 벽돌을 올릴 때도 나무와 붙지 않게 해야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데, 이런 환기시스템은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모른다. 실제로 협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문제가 있는 현장을 가서 보면, 속의 나무가 썩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목조주택 강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그 인력과 지원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이 한국목조건축협회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까지 김 대표가 지은 목조주택은 200여 채. 50평 집의 건축비용이 2억 5천 정도니 정말 저렴한 것이다. 거기다 시공기간도 길어야 3개월. 이렇다 보니 20개 정도 집을 짓는다고 하면 소개가 반이다. 아무리 그래도 평생 단 한 번뿐인 자기 집을 갖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쉬운 말로 기대치가 하늘을 찌른다. 처음 이 나무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구경북 지역에 20여 개의 목조건축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김 대표를 비롯해 달랑 2곳. 바로 상업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도태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서비스로 책상과 식탁도 짜 주고, 웬만해서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려 한다. 이런 저런 걸 다 떠나서라도 집 짓는 것은 정말 보통이 아닌 일이다. 때문에 작년 12월 만해도 자식에게 이 일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이제야 이 소중한 일을 아들에게 가르칠 마음을 내게 된 것이다.

“전문 목조학원 ‘다무원’”
 스스로 시공과 공부, 전시와 외국 견학 등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김태국 대표는 ‘다무원’이라는 목조학원을 벌써 3년 째 운영하고 있다. 사실 건축전공 대학강의 4년 간 목조와 관련한 강의는 1분도 들어보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겨우 작년부터 깨인 교수들을 통해 대구대나 계명대 등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다. 희소성이 있는 이들 강의에서 김태국 대표는 학생들에게 당신들은 혜택 받은 이들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근래에는 부산대, 해양대 등까지 다 합해 6개 정도의 대학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청 차원에서도 목조건축 세미나를 개최, 건축 전문가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교수까지 참가를 하고 있다. 역시 집은 곧 사람이다. 더군다나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집이 다름 아닌 목조주택 아닌가.
 이미 대구대와 산학협약을 맺은 다무원은 현재 전국 12여 개 대학과 업무 협약 중에 있다. 다무원에서는 일주일에 두 기수씩 각 1회 강의로, 총 12주 교육을 실시한다. 지금은 1기수 당 15명 정도로, 수강인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명퇴 이후 새로운 직업을 궁리하는 인원들이 많고, 최근에 와서는 30대 친구들도 있다. 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목조주택의 소비층이 20대에까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억 남짓한 비용으로 20평 정도의 내 집으로 미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젊은 세대의 지혜일 것이다.

“일본 50년 전부터 목조 연구, 우리나라 낙후된 의식부터 버려야”
 작년 밴쿠버 전시회 때 있었던 일이다. 해마다 목조건축 대전이 있는데 한국 여고 2년 생이 입선한 것. 원래 참가기준이 대학생 이상인데, 협회 측에 부모가 직접 전화를 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당히 입선을 한 것. 목조로 큰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인 이 소녀는,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대뜸 김 대표에게 명함 한 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관련 분야 CEO가 되어 연락하겠다는 것. 오히려 자신과 일선 교수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실은 인터뷰를 마치고 모레에 몇 명의 교수와 함께 일본을 가려 노력했지만, 역시나 동의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시공과 인테리어 관련 회사 관계자와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온다고 한다.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늘 앞서가기 위해 애쓰는 김태국 대표의 모습이다.
 경량목구조주택 외에 김 대표가 경주에 지은 80평 목조유치원은 아이를 둔 지역부모들에게 1시간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50년 전부터 목조학교와 아이들 인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벽이 울려대는 콘크리트교실 보다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목조교실에서의 아이들이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아시아 최대의 노벨상 배출국 일본의 현주소다. 이제야 나무 수종을 파악하기 시작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현재로만 본다면 목조주택을 지을 수 있는 나무는 제로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보다 더 문제인 것은 바로 목구조건축에 대한 전문인들의 편견과 낙후된 의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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