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맛 보면 다른 것은 못 본다는 참옻된장

문경 전통참옻된장마을 이해무 대표 한익희 기자l승인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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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 개 참옻된장 항아리”
 이해무 대표의 문경 전통참옻된장마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이 대표가 직접 깎고 만든 장승과 솟대다. 전통된장의 장인은 모든 분야에 있어 우리의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걸음을 좀 더 안으로 하면 머릿돌처럼 커다란 바위에 어머니 신재분 여사를 기리는 ‘창말댁’ 표지가 이 마을을 지키는 표지석처럼 서 있다. 이 대표의 집으로 들기 전 마당 한 켠의 정자 옆으로 역시나 큰 돌이 서 있었다. “본 대지는 어머니의 땅입니다. 이웃을 위해 쓰이겠습니다.” 돌에 새겨져 있는 글뜻이다. 그리고 마당 전체를 수놓듯 햇살에 반짝이며 빼곡히 놓여 있는 1500여 개의 장독대. 모두 이해무 대표의 참옻된장이다. 1600평의 대지는 전통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곳저곳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오로지 국산 콩으로 재래식 된장 담그기만을 고집하는 이해무 대표의 참옻된장은 모 방송사의 대표 방송프로그램에 달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전통참옻된장의 전정한 장인, 어머니”
 가장 먼저 어머니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집 밖에도 그리고 안에도 곳곳이 어머니의 흔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라는 세 글자만 나왔는데도, 이 대표는 잠깐 인터뷰를 끊자고 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다시 절로 목이 메었던 것이다. 환갑인 아들은 아직도 어머니 얘기를 하면 힘이 든다. 이 집이 올라가는 것을 다 보시기도 전에 치매를 앓다 눈을 감으셨다.
 “여기 모든 것은 하나도 내 것이 없습니다. 다 제 어머니 것입니다. 제 어머니야말로 전통된장의 장인이셨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잇고자 10년 이상을 식약청을 두드렸어도 허가가 나질 않았어요. 이 옻을 중화시키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3년 이상 두어 묵히는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계속 시행착오를 거쳐 알아낸 것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왜 약국에서 파는 옻물 있잖아요, 그게 120도 넘는 고온 살균을 한 거예요. 사실 우리 어머니가 최초로 옻을 중화시키는 법을 알아내신 분이예요. 그런데 식품법규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으니 허가가 힘들었던 것이지요. 예전 아버님께서 약주를 많이 하셨는데, 꼭 그 다음날이면 된장으로 찌개나 국을 끓여 들이시거나, 아예 차처럼 드시게도 하셨어요. 나중에 보니 옻된장이었던 거예요. 서울서 제가 식품 관련 사업을 하다 보니 옻이란 성분과 된장이 만나면 기가 막히다는 것을 그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제가 대한민국 최초로 전통참옻된장의 허가를 얻었습니다.”

“참옻된장에만 미쳐 있던 시간들”
 원래 이 부지는 사정에 의해 이 대표의 가족들이 다른 이에게 팔았던 것을 다시 이 대표가 재매입을 한 것이다. 사실 소박하게 댓돌 위에 초가집 하나 지어놓고 시작하려 했다. 전국 어디를 다녀 봐도 내 고향 문경 같은 곳이 없어, 평생 고향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로서 충분했다. 당시 꺼진 땅을 20미터 정도 메꿔야 했을 정도로 지금의 이 된장마을은 이 대표의 고된 땀의 소산이다. 이제 19년 차, 총 식품사업까지 합하면 32년이다.
 대한민국엔 재래식 된장이 많다. 문경만 해도 5군데다. 그 중 이해무 대표의 참옻된장은 매스컴에서도 유명하고, 대만에서도 오고 중국 길림성의 시장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자부심이 있다. 그런 모든 걸 떠나서라도 이해무 대표가 혼신의 힘을 쏟은 소산이다. 참옻된장 하나에 미쳐있다 집사람과 이혼 직전까지 갔을 정도다. 지금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성공이라고 칭찬한다. 만일에 지금 나이에 시작하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년 옻과 된장의 기가 막힌 만남”
 이해무 대표의 전통참옻된장을 찾는 고객은 많다. 당연 한 번 그 맛을 보면 절대 다른 된장엔 손가락을 찍지 못할 정도다. 보통의 양조된장은 원재료 가공부터 제품 출하까지 보름이 채 안 걸린다. 재료 또한 콩기름을 짜다 남은 찌꺼기를 밀가루와 섞어, 그것도 특수 효모로 억지로 발효시킨다. 옻된장은 한 마디로 만만디. 3년을 묵혀야 제품으로서 세상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전통참옻된장은 이해무 대표가 유일할 것이다. 이 대표의 된장은 염도가 낮다. 식약청에서는 염도가 낮으면 부패의 위험성이 있다면서 혹 다른 화학첨가제를 쓰는 것이 아닌가 의문도 품었다. 이해무 대표는 목숨을 걸 정도였다. 바로 우리의 참옻이 천연 방부제였던 것이다. 옛 우리 어머니들이 인생을 통해 터득하게 된 비법인 것이다. 조선 사대부는 나무관에 전부 옻칠을 했다. 알다시피 옻은 천년이 간다. 때문에 된장의 염도를 확 낮추어도 결코 부패가 안 되는 것이다.

“전통참옻된장의 비법, 오로지 정성”
 이해무 대표는 전통참옻된장의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비밀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따라가기야 쉽지 막상 개척은 어려운 법. 이해무 대표의 밭에서는 4천 평 정도 옻나무가 직접 재배된다. 그 전에는 산에 다니는 사람에게 일일이 부탁을 했다. 1년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별 곳에서 제의가 다 들어오지만, 이해무 대표는 결코 욕심내어 생산하려 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된장의 맛은 끝인 것이다. 진짜 지금도 오직 초심으로 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힘을 주어 말했다. 그래도 자꾸 무리하게 생산량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매년 7~8톤 정도의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 것. 그것도 이해무 대표가 일일이 콩을 다 본다. 예를 들어 담배농사를 짓는 부근의 콩은 쓰다. 또 이모작과 일모작도 그 맛이 틀리다. 예로부터 우리 된장은 오로지 어머니의 정성이었다. 정 2월에 그것도 손 없는 날을 받아서 정화수를 떠다 놓고 빌며 된장을 담갔다. 그리고 된장은 유일하게 우리 음식 중 만들기 전 금기를 친다. 아무 효과도 없는 붉은 고추를 된장 위에 왜 덮는지 아는가. 그게 다 행여나도 잡귀가 물러가라는 뜻이다. 된장은 정말로 우리 어머니들의 혼이다. 제일 고귀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먹거리가 다름 아닌 된장인 것이다. 예로부터 장맛이 없으면 그 집안이 망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선조들의 지혜는 기가 막힌 것이다. 짚으로 된장을 매달아 놓는 이치도 마찬가지. 짚의 바실리스균이 메주에 붙어, 우리가 메주꽃이라 부르는 몸에 좋은 하얀 곰팡이를 피게 하는 것이다.

“된장을 닮은 사람, 이해무 대표”
 “겨울 한창 그때는 일하는 사람들 모두 죽을 고생으로 해요. 작업 들어가면 3~4시간 밖에 못 자요. 고 바짝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15명 정도 팀들의 합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죠. 모든 작업이 끝나기까지는 5개월이 걸리지만, 거기서부터 3년을 기다려야 진짜 참옻된장이 햇빛을 보게 되는 겁니다.”
 무슨 과학적인 데이터가 있으면 좋으련만, 된장 담그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감일 뿐이다.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된장인 것이다. 장 담그기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부부관계도 절대 안 할 정도라며, 그 정도로 부정이 타지 않도록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이해무 대표가 직접 배워 말리고 덕은 목련꽃차의 향이 너무도 좋았다. 특별히 목련의 경우 봉우리가 터지기 직전에 따서 한 잎 한 잎 벗겨내 말려야 하기 때문에, 다른 꽃차보다 배로 정성이 들어간다. 입고 있는 한복도 공방에서 천연염색을 배워 직접 감염을 한 것이다. 이 나이가 되니 이제 무엇이든 배워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굳이 된장이 아니더라도 여기 문경 참옻전통마을은 한 번 오면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렇게 된장을 담그는 사람과 마을까지 오롯이 된장을 닮아 있었다.


한익희 기자  faith@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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