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제2의 인생(人生), 서예처럼 좋은 취미는 없어

취미생활서예 - 양산 상북서도회 서성원 기자l승인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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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파(恩波) 배영수 작가 / 상북서도회 총무

시대가 변했다. 80년대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던 서예학원은 그 존재감을 잃어버렸고, 몇 남지 않은 서실에는 빛바랜 종이와 먼지 쌓인 벼루만 즐비하다. 우리고유의 정신을 찾고자 서예보급에 애쓰고 있는 이가 있어 화제이다. 바로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상북서도회 배영수 총무 이야기이다. 모두 다른 색깔의 인생 이야기를 뒤로 하고 한 단체에 모여 오로지 화선지에 올바른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한 서도인을 통해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남다른 인생이야기를 들었다.


서예(書藝), 현대인에게 좋은 취미
강원도 평창의 기를 받은 배영수 작가는 이미 7살때 붓놀림을 배웠다.
“당시 마을에는 한문을 가르치는 훈장선생님이 계셨어요. 이미 초등학교 이전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서예와는 친해져 갔죠.”
배 총무가 어렸을 적에는 화선지가 귀해 비료포대나 신문지가 연습장이었다. 이제는 먹을 갈아주는 기계도 있고 이미 갈아진 먹물도 사서 쓰는 세상이다. 이에 대해 배 총무는 서예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가 가졌던 서예문화의 중요성을 뒤늦게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 한문글자를 바라볼 때 그저 하나의 상형문자로 단순하게 생각했죠. 현대사회에는 캘리그라피를 비롯한 현대서예 등 새로운 서예문화가 생겼지만 그 깊이감은 낮아진 듯해요. 그냥 문화의 범위만 넓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배영수 총무는 정년 퇴직이후 다시 서예를 접할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민국 서예명인이신 우농 배효 선생이 직접 지도하는 상북서도회에 가입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붓과 글 쓰는데 익숙해 있었지만 서예를 다시 접하니 새삼스럽더라고요.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며 왜 선비들이 예전에 붓을 잡았는지 알겠더라고요.”

 

뒤늦은 열정으로 화선지에 흘리는 땀의 가치
배 총무는 연습용과 작품용 화선지는 물론 붓과 먹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작품에 큰 애착을 가지며 서예가 갖는 성취감은 다르다고 말했다.
“등산을 취미로 하면 산 정상에 올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볼링에는 에버리지를 올리며 느끼는 성취감이 있죠. 이에 비해 서예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내가 집중해 글씨를 연습하지만 바로바로 성취감으로 일어나는 건 아니죠. 작품을 연습하며 집중하고 결과를 바라보면서 점과 선·획(劃)의 태세(太細)·장단(長短), 필압(筆壓)의 강약(强弱)·경중(輕重), 운필의 지속(遲速)이나 먹의 농담(濃淡)을 봅니다.
몇 번이나 보면서 잘못된 점을 깨달을 때 비로소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겨요. 그게 바로 성취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국 마음으로 글씨를 써 내려가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거죠.”
배 총무가 쓰는 서체는 다양하다. 주(周)나라 선왕시절 통일문자 시대 이전의 전서(篆書)부터 예서(隸書), 한(漢)나라 시절의 초서(草書), 해서(楷書), 행서(行書)까지 다양하게 구사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서실에 나와 연습하며, 집에 돌아와서도 서재에서 밤까지 연습은 이어지기도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많은 서예작품을 출품하고 바라보면서 서예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높아졌으나 실력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
“공모전이 있을 때 이야기 하는 내용이지만, 내가 대학근무를 않고 그냥 서도인으로서 평생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러움이 있긴해요. 유명한 작가분들의 작품을 바라보면 ‘필력(筆力)’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획하나 선하나 하나에 아우라가 감춰져 있어요.”

서예(書藝)는 말 그대로 글의 예술, 대한민국에서 내노라는 명인들조차 큰 대(大)자 하나 쓰는데 어려워 몇 개월씩 연습할 정도로 알수록 심오하고 깊은 세계이며 ‘인내’하는 노력이 없을 수 없다. 배영수 총무는 앞으로 여건이 마련되면 조그마한 ‘서실’을 마련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서예를 배울 수 있도록 ‘재능기부’로 무료봉사 하며 후진양성에 진력할 생각이다. 퇴직 후 새롭게 피우는 제2의 인생(人生), 그 꽃이 빨리 피기를 기대해 본다.

 


서성원 기자  tmaxxx@epeo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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