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다발’ 목다구 공예의 장인

나무 같은 기다림과 정성의 미학, 다도구장 향산 김승수 한익희 기자l승인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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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목공예가 향산 김승수 선생님은 다도구장답게 천생 나무를 닮은 사람이었다. 나무처럼 묵직하고 나무처럼 속이 깊고 또 나무처럼 따스했다.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로 한 땀 한 땀 성실하게 답변을 해 주시는 터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마음 한 켠의 흐뭇함이 가시지 않았다. 참 좋은 선생님, 입 속에서 자꾸 그 말이 맴돌았다.

“목다구 공예를 최초로 연 장인”
그러니까 다도구장의 중학교 무렵, 미술을 가르치시던 여선생님이 그 시작이었다. 어머니께서 반찬을 해 가져다 드리라는 핑계로 자주 선생님을 찾았다. 그런 아이를 선생님께서는 뒷산으로 데리고 가 작은 나뭇가지로 새도 조각해 주곤 하셨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음대교수님이셨던 큰아버님의 친구분인 홍대 교수님을 통해서다. 실은 김승수 다도구장은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공예가 즐거웠다. 지금처럼 차도구인 목다구만을 고집하기 전, 불교조각을 오래 했었다. 여러 사찰들에 큰 대작도 많았다. 그래서 김승수 다도구장은 웬만한 목공예가보다 조각에는 좀 더 자신이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김 다도구장은 목다구라는 것을 한국에서 최초로 연 사람이다. 그것도 백 퍼센트가 창작이다. 오히려 당신 것을 다른 공예가들이 카피하는 수준. 그렇게 지난 2003년도에는 코엑스에서 목다구만으로 전시회를 가졌다. 2004년도에는 당시 안국동 백상기념관에서 두 번째로 전시회를 가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목다구 하는 사람이 국내에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서 김승수 다도구장은 권수경 명장에 대해 언급했다. 자신과 그룹전도 같이 하신 분으로, 나와는 색깔이 틀리지만 대단하신 분이란다.

“당신만의 꽃이 피는 공간, 연화다발”
현재 목공예는 다른 공예나 미술 분야보다도 그 환경이 열악하다. 한 번에 생산량이 많은 도자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들인 노력 대비 돈이 안 되다 보니 하려는 사람이 없다. 배우러 온 젊은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빼기 일쑤다. 목다구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없다. 목공예만이거나, 그것마저 도자기와 한데 묶어서다.
 김승수 다도구장의 가장 대표적인 목다구는 ‘연화다발’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듯해도 전체가 다 이야기다. 실은 선생님의 작품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 포석정을 모티브로 해 다발 전체가 그것을 닮아 있고, 그 안에 연꽃과 연잎이 떠 있다. 이 위로 나무찻잔과 차주전가 놓이는데, 이 연화다발에는 미세한 낙차까지 계산한 김승수 다도구장의 지혜가 숨어 있다. 정말 다발 안에 물을 부으면 중앙의 두 연 조각이 마치 물 위에 연의 꽃과 잎이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이 하나의 개발에만 2년이 꼬박 걸렸다.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여는데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화려함이 많은 중국의 조각에 비해, 김승수 다도구장의 작품은 오히려 여백이 흐른다. 그걸 본 사람들이 비어있는 공간에 대해 물어본다고 한다. “나머지는 이 다발을 가져가는 당신이 꽃 피울 공간이랍니다.” 선생님의 말씀이다.

“향산 목다구만의 특징, 옻칠의 정성”
향산 김승수 목다구만의 특징은 첫째 옻칠의 정성이다. 붓으로 하는 것은 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도구장은 칠하고 닦아내기를 여러 번, 그렇게 막이 여러 겹 얇게 마르면서 진정한 김승수 목다구만의 빛을 발한다. 조각하는 시간보다 옻칠하는 시간이 더 걸려, 칠만 20일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 소중한 다발 위에서 기자는 손수 선생님께서 따라 주시는 차를 들었다. 선생님을 따라 옻을 칠하긴 하지만 다른 이들은 거칠다. 두 번째로 전 작품이 모두 김승수 다도구장의 순수 창작이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나 조각을 잘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다 보니 단순한 호박모양의 차통에도 무당벌레와 호박꽃과 작은 새끼호박이 매달린 호박차통의 꼭지까지 하나 하나가 다 사연이다.
 전부 가 수작업이다 보니 항상 작업에 치여 산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탓이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작품을 가져가고, 미국에서는 전시회를 열자고 제의가 오기도 했었다. 그 종류도 다양해 작은 찻잔 하나에서부터 시작해 큰 책상까지 있다. 못질은 없고 오로지 아교로 정확히 이어 붙이는데, 전부 다 옛날 전통방식으로 하나 하나 끼워다 맞춘다. 이렇듯 어렵다보니 웬만해서 하려고 하는 이들이 붙질 않는 것이다. 다도구장의 아들도 미술을 좋아하지만 목공보다는 디자인 쪽이다. 현재 선생님께 배워 직업으로 하는 이들은 3~4명 정도. 물론 취미로 하는 이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선생님은 교육청이 인정하는 재능기부자시란다.

“중국 상류층 사람들이 선호하는 다도구장의 작품”
“이렇게 가만히 있어 나무를 지켜보면 다 보여요. 그 속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 조각이란 인공으로 빚어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있던 그것을 이렇게 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보일 때까지 기다립니다. 보이지 않으면 보일 때까지 그저 보고만 있어요. 그리고도 맘에 들 때까지 들어내고 또 들어내죠. 아직 멀었냐고 전화를 하시는 고객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농담 삼아 제가 이러죠. 저를 데리고 가 재워도 주고 먹여도 주세요, 그럼. 그제야 수화기를 내려놓으신답니다.”
 김승수 다도구장은 조각에서부터 시작해 옻이 많이 오르는 체질인데도 여전히 직접 옻칠을 다 한다. 때문에 기능과 디자인, 작품성 면에서 뛰어나 중국의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선호한다. 작년에는 미국에서 전시회 요청이 왔지만, 여러 여건 상 내년 즈음 열 예정이다. 보통 개인전에는 작은 소품들까지 합하면 200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 쉬지 않고 열심히 나무를 대해야 꼬박 1년 가까이 든다.

“나무는 기다림이다”
나무는 기다림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고 향산 김승수 선생은 말한다. 5년 이내의 생나무는 쓸 수가 없는데다, 나무를 구한다 하더라도 쓸 수 있는 부위는 10프로 남짓. 그러니까 큰 작품들은 그 크기 이상으로 많은 나무를 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대추나무, 박달나무, 흑단나무, 그리고 뱀무늬 등을 내는 남미쪽의 특수목을 많이 쓰고, 사람들이 흔히 보는 나무들은 사용이 안 된다. 점점 자제도 없어지고 가격도 비싸고 무엇보다 나이가 들다보니 나무를 많이 들이지 않는다. 다도구장의 이런 저런 말을 듣자하니 왠지 모를 쓸쓸함마저 느껴졌다.
 “길어봐야 몇 년일 거예요. 아직 마음은 굴뚝 같아도 이젠 눈도 침침하고 힘도 들고요. 나무로 무얼 한다는 자체가 다 힘든 작업이에요. 너무 흔해 모르지만 우리는 평생 나무와 함께 하고 있는 거잖아요. 죽을 때마저 관 속에 들어가고요. 목공예가 땀과 노력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나 가치를 받고 있지 못해요.”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바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목공예와 목다구에 대한 대중이미지의 변화이다.


한익희 기자  faith@epeopl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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