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생수사의 길을 걷다

김은비 기자l승인201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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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대학원대학교 권대근 교수

길가의 꽃들이 꽃봉오리 맺기 시작한 어느 봄날 수필의 대가로 유명한 대신대학원대학교 권대근 교수를 만나기 위해 연구실을 방문했다. 벽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책장에 쌓인 다양한 장르의 책, 그사이 기둥마다 장식된 손목시계가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시간과 공간 안에서의 싸움처럼 서재 안에는 한 문학가의 치열한 전투(戰鬪)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수필에 살고 죽는 수생수사(隨生隨死)의 길

문학 작품은 우리의 가슴속에 스며들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중 수필은 작가와 함께 호흡하면서 교감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문학 장르이다. 삭막한 삶 속에서도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인 수필은 감동의 진폭이 여느 장르보다 넓고 크다.
대신대학원대학교 권대근 교수는 수필을 위해 살아온 문학가이다. 학창 시절 ‘마지막 잎새’를 읽은 뒤 잔잔한 감동을 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여러 대회를 참여해 입상할 실력을 갖춘 재원이었지만 가난한 삶 속에서 장남이었던 그는 문학가의 꿈을 잠시 접고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늘 가슴속에는 문학가의 꿈은 항상 품고 있었습니다. 군 복무 당시에도 서무계로 일하며 여가를 살려 시화전을 열기도 하고 책을 내면서 전우끼리의 감성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문학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스승께서 영문학을 전공한 저에게 ‘에세이’라는 장르를 추천해주셨고 금세 몰입해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권대근 교수는 20대 젊은 나이에 수필로 한국 문단에 등단한 몇 되지 않는 문인이다. 수필을 하고자 하였던 그의 한(恨)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필의 생명은 바로 살아있는 표현과 소재의 참신성이라 강조한 권 교수는 진정한 수필가의 길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수필에 대해 비교적 편안하고 가벼운 장르라고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수필이지만 조금 깊숙이 들어가 보면 다른 장르에 비해 소화하기 힘든 장르가 또 수필이겠죠. 수필은 수준 높은 문학 장르이지만 폄하되고 경시하는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진정한 문학인들은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고 작품에 임합니다. 작가로서의 의식을 가지고 오롯이 수필에만 몰두한다면 수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권대근 교수는 월간 수필문학에서 월평을 맡아 수필가들의 작품세계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존의 주례사 비평이 칭찬만으로 이루어져 본질을 흩트린다는 비판 받았던 평론을 구하자는 사명감으로 월평을 맡았다. 신랄한 비판과 과감한 표현으로 수필계의 저승사자로 불린 권 교수는 문단을 꽃밭으로 비유하며 좋은 글은 백합으로, 화려한 기교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잡초로 여기며, 잡초제거론을 펼쳐 악명 높은 평론가로 인식되기도 했다.
“진정한 수필가가 되기 위해서는 문장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글을 바르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글을 바르게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독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글을 완성해야 합니다.”

 

즐겁지 아니하면 인생(人生)이 아니야

현대수필 연구로 우리나라 1호 수필학박사 학위를 받은 권대근 교수는 ‘누구나의 문학이 아니라 누군가의 문학’ 이라는 인식으로 학문으로서의 수필이론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음을 위로하고 위안을 삼는 개인적인 문학이었던 수필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권 교수는 「에세이문예」를 창간하고 부산수필학회를 20년 동안 이끌며 수필이론을 보급하는 데 이바지했다. 원로 수필가들을 만났고 학문으로서의 수필연구도 함께했다. 권대근 교수의 수필을 향한 열정은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으로 초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권 교수는 후학 양성에도 앞장섰다.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에서 에세이테라피의 대중화를 위해 문학언어치료학을 가르치고 있다. 문학언어치료학은 기존의 문학치료라는 학문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연구에 임하다가 모든 글이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심미성, 예술성, 정서적인 문학언어가 인지 과정에서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는 걸 깨닫고, 문학언어치료학 전공을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원 과정에 개설했다. 외국인 학생들과도 문학언어치료학을 함께 하고 싶은 권대근 교수는 외국인과의 전문적인 대화를 위해 영어 스피킹 공부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해인의 긍지를 가슴에 담고 저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려갑니다. ‘즐겁지 아니하면 인생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다 보니 원했던 바, 박사도, 교수도, 명인도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영문학 분야 연구에 매진해 당대 지식인으로서 활동 영역을 더 넓혀 가고자 합니다.”
우리 문학의 역사는 어두운 소재에서 다양한 소재로 바뀌었고 일제해방기에는 음양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닥치면서 다시 실존주의적 내용에서 민주적 진보와 발전을 거치며 다양성이 더욱 강한 색채를 드러냈다.
이 중심에서 수필이 지닌 매혹은 바로 경험이 창조해내는 문학적 감동이었다. 이런 수필의 매혹이 결코 세상에서 폄하되면 아니 될 것이다. 삶의 무게를 버티고 만들어진 문학적이며 인문적인 수필이 눈으로 보고 소리로 읽혀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권대근 교수 프로필>
동아대학교 국문학 박사과정 현대문학 전공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언어보존위원, 본격수필학회 회장,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사편찬위원장, 부산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역임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전공 주임교수, 문학언어치료연구소 소장
저서 <누가 수필을 함부로 말하나> 등 14권
한국바다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등

 


김은비 기자  eunbee1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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