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아름다움이 날개를 펼쳐, 나비와 같이 나빌레라

볼쇼이발레학원 전슬기 원장

  • 입력 2016.03.23 11:41
  • 수정 2016.03.23 12:20
  • 기자명 홍초롱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레의 매력

볼쇼이발레학원 전슬기 원장

부산의 예술대학의 무용학과가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졸업생을 비롯해 많은 무용학과 학생들이 갈 곳을 잃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무용학과의 현실 때문일까. 졸업을 해도 취업률이 낮다는 인식 때문에 어릴 때부터 무용수를 꿈꾸던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꿈나무들에게 무용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볼쇼이발레학원 전슬기 원장을 만나, 앞으로 무용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발레에 대한 집념이 꽃을 피우다
초등학교 때 우연한 계기로 발레를 배우게 된 전슬기 원장은 중학생이 되면서 러시아로 날아갔다. 러시아에서 볼쇼이발레학교를 졸업한 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러시아에서 11년간 발레리나로 활동했다. 무용수 생활을 하면서 발제 지도자 매소드를 취득하고 귀국한 그녀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용수를 양성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함께 꿈을 꾸는 지도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발레학원들이 바가노바 매소드를 티칭하고 있는데 전 원장의 경우 본고장에서 배우고 발레단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체계적인 발레를 배울 수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 발레 지도자 교육에 관해 5년 동안 배우며 석사학위를 마친 그녀는 차별화된 교육을 지향해 많은 수강생이 따른다.

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을 한 번에 가르치기 보다는 소수정예로 가르치는데 전 원장이 배웠던 정확한 지식을 올바로 전수하기 위해서이다. 그녀는 길게 내다보고 아이들이 잘 돼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발레리나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발레도 사람이 춤을 추는 활동입니다. 관객을 위한 하나의 예술을 만드는 거예요.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캐릭터가 생성될 수 있어요.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 빠져서 탐구하고 연구하면서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교육합니다.”

전 원장은 학생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한다. 자세, 포즈, 시선처리, 손끝 표현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은 보다 예술적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그리고 발레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표현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볼쇼이발레학원은 올해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발레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경험을 쌓기 위해 여름 국제 콩쿨에도 나갈 계획이다.

발레의 미래를 생각한다
전슬기 원장은 연극, 영화, 뮤지컬과 같이 발레도 하나의 문화예술로서 대중화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부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서울에서의 몇 번의 공연 외에는 발레를 접하기 어려운 부분을 지적했다. 무용학과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지만, 전 원장은 좋은 제자들을 양성하여 졸업 후 부산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고 전했다.
학원 뿐 아니라 부산예고 무용과, 부산대학교 무용과, 동서대학교 임권택 예술대학 연기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전 원장은 무용과가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순수예술인 발레를 4대 보험이 되는 회사만을 취업률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취업률이 단순히 낮다고만 판단한다는 것이다. 요가나 필라테스 방면으로 혹은 무대 연출이나 제작 방면 등 발레리나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취업률만 따진다면 낮지 않다. 최근에 음악 무용 등의 예술이 위기를 맞으면서 학과에서는 공연예술 종합 학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전 원장은 한 시름 놓았다. 무용학과 학생들의 걱정은 곧 그녀의 걱정이었다.

발레는 그녀의 전부
“발레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해서 힘들지 않았냐고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화가 나더라도 발레 음악을 듣다보면 누그러집니다. 일찍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키가 큰 편이 아니지만 발레단으로 그녀는 백조의호수중 네 마리 백조, 나폴리 공주 호두까기인형 중 중국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빨간모자, 요정 등의 역할을 도맡으며 단원으로서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최선을 다했던 만큼 그녀는 다채로운 배역을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강한 끈기와 노력 그리고 열정이 낳은 결과였다.

“타고난 발레리나는 없다고 봅니다. 발레 자체가 시작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열정과 근성만 있다면 그리고 발레를 원한다면 끝까지 견뎌 내보세요.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습니다.
또한 슬럼프가 분명히 올 겁니다. 부상으로 혹은 체중조절의 어려움으로 슬럼프가 오곤 하죠.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멀리 그리고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힘든 기간이 지나면 분명히 한 단계 성숙한 자신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한다면 빛날 거예요.”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지만 인재는 많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발레를 교육한다면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으리라 전 원장은 확신했다.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부산의 발레계에 그녀는 열정을 쏟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발레, 대중을 위한 예술이 되다
현재 한국에 발레단은 극히 드물다. 무용학과를 졸업하고서도 바늘구멍 찾기의 확률로 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어 발레리나로서의 역할이 점차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발레리나로서의 취업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에 전 원장은 하루 빨리 대중화되어 다른 대중예술처럼 국민들이 발레에 매력을 느끼기를 원했다.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다. 전슬기 원장은 오랫동안 꿈을 꿔왔고, 결국 이뤄냈다. 전 원장의 발레에 대한 열정은 그녀의 제자들을 통해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녀는 반짝이는 꿈나무들을 위해 오늘도 날아오른다.

 

약력
브니엘 예술중학교 수석입학
러시아 국립 페름 발레학교 졸업 (발레리나 과정 이수 학사)
러시아 국립 볼쇼이 발레학교 졸업 (지도자과정 이수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 씨티 발레단 단원 역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 솔리스트 단원 역임
현 부산대학교 특강 강사
   부산예술고등학교 강사
   동서대 임권택 예술대학 연기과 강사
   볼쇼이 발레학원 원장

저작권자 © 피플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