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신(新)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다.

재생산된 자원의 유용성과 친환경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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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은 한정적이며 사용된 자원은 폐기물이 된다. 이런 순환이라면 언젠가는 자원은 고갈되고 폐기물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지구는 황폐해 질 것이다. 이 점은 여전히 사회적인 이슈로 남아있고 아직도 많은 연구 주제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재활용[리사이클링(recycling)]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미 사용된 자원을 이용해 재생산 하는데 고군분투 하고 있다.

김진만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역시 그와 같은 전문가들 중 한 사람으로서 건축산업분야의 폐기물을 남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사고의 전환을 통해 유용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리사이클링 프로세스를 구축해 지구환경 보존에 힘쓰고 있다. 그를 만나 폐기물이 재생자원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과 재생산된 자원의 효율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폐기물의 가치는 결코 ‘0’이 아니다

폐기물은 당연히 버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버려진 폐기물은 주변 환경을 오염시켰고 그로인해 환경적인 규제가 생겨나고 통제가 시작되면서 폐기물은 적절한 부지 안에 매립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아 땅의 가치가 높은 곳은 매립지 확보가 무척 힘들다. 때문에 환경을 위한 리사이클링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국토가 적은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리사이클링이 필수적이다.

특히 건설폐기물은 한번 발생하면 다량으로 나오며, 재활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도 공사 현장에서 혼합 배출되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처리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어렵게 조성한 매립지의 수명을 단축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김진만 교수는 “폐기물은 반드시 종류별로 분류해놔야 합니다. 분말 같은 것이 섞여있으면 분리하기가 어렵죠. 즉 분리수거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폐기물은 가치 있는 자원으로 재생산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라고 말한다.

 

김진만 교수로부터 다시 태어난 폐기물

우선 김진만 교수는 폐기물은 이제 폐기되지 않고 자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폐기물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폐기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부산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현재 김 교수는 ‘리사이클링’을 주제로 건설 부산물이나 타 산업에서 나오는 다양한 부산물들을 활용해서 건축물에 사용하는 자재를 연구·개발하며 친환경 건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철강 산업에서 나오는 ‘슬래그’, 건설 분야에서 나오는 ‘건설부산물’, 발전 산업에서 나오는 ‘애쉬’ 이 세 가지를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부산물은 시멘트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멘트는 우리 문명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재로 볼 수 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약 0.85t의 Co2를 배출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배출량 때문에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들이 있어왔죠. 시멘트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자원을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슬래그, 건설부산물, 애쉬 이 세 가지 부산물이 시멘트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이 세 가지 부산물을 중점적으로 연구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학회활동도 겸하고 있다.

그 결과 김 교수는 최근 들어 훌륭한 성과를 거듭 내보이고 있다.

먼저 올해 초 제강환원슬래그를 급속히 냉각해 빨리 굳는 성질을 가진 속경시멘트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1년도부터 환경부의 글로벌탑 환경기술개발사업 중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에 참여해 제강환원슬래그의 유효활용 기술개발에 힘써온 결과다.

제강 환원슬래그란 고철로부터 철을 제조하는 전기로 공정에서 산화 후 다시 철로 환원시키는 공정 중에 발생되는 염기도가 높은 폐기물 슬래그로서 전기로에서 발생하는 전체 제강 슬래그 중 약 20%를 차지한다. 환원슬래그는 높은 CaO함량으로 인해 공기 중에서 에이징 할 경우 자연분말화 되는 특성이 있어 골재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반응성도 현저히 떨어져 시멘트 혼화재로도 사용할 수 없어 전량 매립되어졌다. 그러나 환원슬래그에 공기 중에서 급속히 냉각시키는 아토마이징 기술을 적용해 유리질상 결정체로 만든 후 적정 크기로 분쇄하면, 시멘트가 물과 반응해 굳는 ‘수화반응성’이 높은 분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석고 등 여러 첨가제를 배합하면 속경시멘트가 되는 것이다. 가장 골치 아픈 슬래그가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바뀌었다. 이 기술개발로 매립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와 오염된 침출수 생성 등 환경오염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속경시멘트 제조방법 대신 이번 기술을 적용한다면 연간 약 5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환원슬래그 72만톤 기준)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연간 300억원 규모의 속경시멘트 산업을 국산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와 협업한 연구기관인 ㈜에코마이스터는 전라북도 군산에 연간 1만2000톤 규모의 속경시멘트 제조 공장을 구축했으며, 본 기술과 관련된 13건의 국내외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또한 김 교수는 부산물 중 애쉬의 장점을 알리고 활용,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애쉬는 크게 플라이애쉬와 바텀애쉬 두 종류로 나뉜다. 석탄부산물의 하나인 플라이애쉬는 콘크리트 혼합재로 많이 활용되며 비교적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 있다. 그러나 바텀애쉬의 재활용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해 많은 양이 처리장에 쌓여왔다. 또한 입자가 크고 해수로 냉각하기에 연소되지 않은 탄소의 함량이 매우 높으며 염화물이 많다. 게다가 젖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산물로 사용하기 어렵다. 연소되지 않은 탄소, 많은 양의 염화물, 높은 수분함유량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이전부터 건식공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현재 중부발전과 남동발전의 플랜트에서 건식공정을 도입해 바텀애쉬를 건조한 상태로 배출하고 있으며, 김 교수는 경량골재와 인공 토양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와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바텀애쉬를 경량골재로 사용하면 건물의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볍기 때문이죠. 그러나 골재가 약한 탓에 콘크리트 사용이 증가해 비용이 늘어나지만, 적은무게 때문에 지탱하는 철골을 적게 사용합니다. 철골비용과 콘크리트비용을 비교해 따지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또한 철골이 줄어들어 공간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디자인도 제약을 덜 받습니다.”

 

재생자원에 대한 인식 변화의 노력 필요

현재 슬래그는 2500만톤, 건설부산물은 7000만톤 그 중 콘트리트는 4000만톤, 애쉬는 900만톤이 나오고 있으며 이전과 달리 재활용되는 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슬래그는 정부의 재활용 목표 90%를 넘어 거의 100% 활용되고 있으며, 콘크리트도 대부분 활용, 애쉬도 목표 75%를 충분히 넘어섰다. 문제는 이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법에 있다. 단순히 성토나 복토 정도의 흙을 대신하는 재료에 쓰이는 것보다는 좀 더 가치 있는 용도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제안한 용도별 재활용 방법보다 그 이상으로 재활용 용도를 넓히고자 합니다. 성토나 복토로 사용하는 것은 부가가치가 낮죠. 재료의 본 특성들을 살펴보면 부가가치가 높은 재료로 가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생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한번 쓰고 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재활용하면 커다란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재생자원을 폄하하는 분위기를 지양하도록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활용품들이 신 재료로 만든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부족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때문에 재활용품의 디자인과 안정성의 수준을 높여 조금 부족한 성능을 대체할 수 있는 요소로 이끌어내는 것도 활성화 방안의 하나이다.

인식변화와 더불어 사람들의 재활용품 사용에 관한 자발적인 참여도 요구된다.

“재생자원 사용에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활용품에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더불어 국가가 시장에 완벽히 개입할 순 없지만 신 자원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제도화와 홍보에 지금보다 속도를 내준다면 재생자원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빠르게 상승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어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도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기를 당부하며 지구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기에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보다 먼저 시도해보는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저 역시 세 가지 자원들로 중요한 건설자원을 만들고 기술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재생자원이 가진 귀중한 가치를 강조하며 학문적, 사회적으로 재생자원의 필요성을 알리고, 인식 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진만 교수의 열정이 사회 곳곳에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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